|
5월 1일. 목요일 맑음. 새로 알게된 서순용씨 부부의 친절함에 금방 익숙해져버린 나는 몸의 피로를 풀기위해 10시까지 자고 맨 나중에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올 준비를 하는데, 순용씨네는 피부미용에 좋다는 세수비누를 가내공업 형식으로 손수 만든다면서 그 비누의 효능을 알려주며 한번 써보고 홍보도 좀 해달라고 했다. 무슨 재료들을 쓰는지는 몰라도 방 한곳에는 그 원료인 듯한 재료들이 수북했고, 만들어 놓은 비누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이름하여 그레이스 비누던가? 옥션 경매사이트에도 올려 놓았다며 구경시켜 주는데 보니까 비누 2장 셋트가 23000원이나 했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비싸서 팔리겠냐고 물어보니까 얼굴피부가 안 좋은 사람들이 쓰면 그 효능이 아주 좋다면서 써본 사람들은 그 제품만 찾는다고 했다. 그리고 비누를 담는 상자를 단 한장으로 자르고 접는 방식으로 공정을 최소화한 아이템을 특허청에 특허를 받았다면서 상자와 설계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순용씨가 장애인으로 살면서 그런 대단한 일도 해 냈다는게 실감났다.
어쨌든 인구형과 나는 각각 비누4장을 종류별로 선물 받아서 챙겨넣고, 몇달후면 그 아파트에서 이사를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쉬워 하며 시골에는 지천으로 흔해빠진 냉이지만, 베란다 난간 화분에 단 한포기의 냉이가 자라서 씨방을 여물리고 있는 것을 색다른 마음으로 인상깊게 살펴본 뒤 그들과 함께 아침이나 먹자고 모두 엘리베이터를 탔다.
신월동 나산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내려와 잊어버린 물건없이 인구형의 차를 타니 내 발자국 남겨진 걸 언제다시 찾을수 있을까 싶었다. 그 동네서 음식 잘하는 집을 찾아 순용씨부인 자영씨가 안내를 하는대로 따라가니 음식점 규모도 크고 분위기도 괜찮았는데 음식 매뉴는 단 한가지. 뚜바리?김치찌게 뿐이었다. 4500원짜리 일률적인 그 음식을 먹으려 손님들은 많이 드나들었고 , 우리도 5명이란 사람수만 가르쳐 주면 주문이 되는 것이었다. 임진각에서 제각각의 메뉴대로 시켜먹던 생각이 얼핏 나서 웃었다. 음식은 맛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맛있다고도 할수 없었다. 다먹고 나서야 인구형이 계산을 치른뒤에 생각난 것이 화곡동 어디에서 105번 강영해님이 속초세꼬시 횟집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혹시 그 횟집 아냐고 물었더니 자영씨가 본것 같다면서 그리 멀지 않다고 했다.
진작에 그 생각을 했더라면 속초세꼬시 횟집을 찾아서 밥 한끼 먹는건데... 그 부근은 너무 몰랐고, 신세지는 입장이라 깜빡 했던게 못내 아쉬웠다. 강영해는 진작부터 금춘가족들을 살뜰히 생각해 줬었는데 말이다. 할수없이 우리는 그냥 돌아가지만, 순용씨네는 혹시 다음에 회먹을때라도 한번 찾아보라 하고 그 식당앞에서 자영씨와 헤어지고, 순용씨도 되돌아 오면서 내려주는걸 마지막 인사로 헤어졌다. 참으로 격식없이 편안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래도 자영씨 남동생이 안동병원의 내과과장 이창명 의사선생이라고 하니 다음에는 안동에서도 만날수 있을것 같고, 잘하면 올해의 금춘가족 만남의날에 솔바람님을 대동하여 안동으로 내려올지도 모르겠다.
2박을 재워 준 그들과 헤어지고 개봉역 근처의 동인아파트에 사는 경남형도 모셔다 드렸지만 이미 경남형 부모님이 모두 출타중이시라 시간도 별로 없는 우리는 경남형 집에 들어가지 않고 그길로 바로 안동을 향해 서울외곽을 빠져나오는데, 이런, 경남형의 지시대로 우회 좌회 우회 하면 된다던 그 길이 어찌된게 한참 달려보니 남쪽이 아닌 서쪽 방향으로 이어져 있는게 아닌가? 그냥 그대로 뒀으면 금천교 방향으로 해서 서서울 나들목을 탔을텐데... 이미 길을 잘못 탄 탓에 지레 짐작으로 달리다보니 시흥땅 안산땅 거치며 30분 정도는 서쪽으로 돌아서야 서안산 어디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만났고, 다행히 그쯤에서라도 우리는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타고 좀 더 많은 정보로 운전하는 인구형을 도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음이 미안할 따름이었고, 나를 위해 계속 수고해 주는 인구형이 고마울 뿐이었다. 그렇게 여주 휴게소에서 잠시 내려 쉰뒤에 다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렸고, 그때쯤에는 진균이가 하던말이 생각나서 안동에서 만날수 있는지 물었더니 풍산의 최경희씨 집으로 그들팀이 놀러간다고 그냥 가라고 했다. 점촌함창 나들목에서 내려 풍산을 거쳐 올때 진균이가 놀러간 경희씨네 마을이 보였지만 시간관계상 그냥 안동으로 내달렸고, 영남사에 맡겨놓은 금춘가족지 인쇄가 다 됐는지 전화하니 안받아서 근로자의날이라 쉬는것 같아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참 힘든 여정이었지만, 많은 경험도 하고 좋은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오래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인구형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집에 오니 숙표아내는 문을 꼭꼭 닫아 걸고 이웃의 고추심기 일을 하러 가고 없었다. 집앞에 왔어도 열쇠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커피를 시켜 마시고 난뒤 인구형도 돌아갔다.
그로부터 한시간 이상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아내가와서 집에 들어오니 쌓인 피로가 막 몰려오지만 금춘카페가 궁금하고, 만남의날 행사 걱정이 앞서서 무리하며 컴을 돌리고 나서야 녹초가 되어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
|
|
첫댓글 빼곡한 여정 속에 묻어나는 사랑,우정 그리고 배려가 아름답게 마음을 적십니다.
캔디님의 마음이 적셔지면 캔디가 녹아버려서 찐득찐득할껀데요? ㅎㅎㅎ. 아무튼 캔디님과 함께한 시간 다음이라서 더 정겨울겝니다.
빡빡한 2박3일의 서울 일정이었군요. 단숨에 읽었습니다. 2박3일의 여행을 마치고도 만남의 날 행사 때문에 컴을 켜보고 나서야 녹초가 되어 깊은 잠에 빠져들었군요.
예, 김선생님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 일기같은 여행기도 일주일이 더 지난뒤에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 숙제같이 남았던 마무리를 했으니... 다른일에 몰두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좋은 친구 사귀엇다고 좋아하더니 그분 이시구나....25번 명예회장님 말슴이 생각이 나네...한가지 뜻있는 일을 해도 세상에 태어난 보람을 만끽할 수 잇다고 하신말 처럼 서순용씨 부부는 참 잘 살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참 선물 받은 비누는 할매 피부가 안 좋으니 나누자~
ㅎㅎㅎ.옥이는 비누가 더 탐나나봐? 그거 사서 쓰라고 홍보하던건데...그래도 하나 줄까? 어차피 난 잘 쓰지도 않는데...아차..숙표아내가...하마 비누를 어디론가 감추어 버렸네...ㅎㅎㅎ. 내가 쥐띠니가 살금살금 찾아볼께...기다려.
알서 ㅎㅎㅎ잘 찿아봐 만남의 날 갈수도 잇으니까
에고 그놈의 서울이 복잡긴 복잡나부다 올때도 오류를 일으키더니 갈때도 그만큼 일러 줬건만 또 오류를 일으키셨네.. 이것이 다 이사람이 오류동 부근에 살아서 그런가 봅니다 ..죄송합니다..그라고 고생했습니다
오류동 부근에서는 잦은 오류로 인하여 경남형의 신경회로도 가끔씩 오류를 일으키잖아요. 개봉동 사람들은 오류동으로 인하여 피해가 막심하니 한번 뻘건띠 두르고 오류동으로 쳐들어가 동명을 바꾸자든지 피해보상을 받던지 하세요. 그냥 두어서는 아무래도... 오류가 끊이지 않을듯 하네요.
햇살아우님의 2박3일 마지막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옥이동생 말 처럼 서순용님 부부 정말 열심히 아름답게 사시네요. 긴글 진솔하게 쓰시느라 수고 하셨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예 고맙습니다. 이슬누님. 인구형과 경남형의 지란지교인 만큼 저도 그바람에 덩달아 좋았습니다.
역시 금춘햇살은 글 솜씨가 대단 하구나 꼭 나도 함께해서 어울리고 먹고 놀고 온것 같구나...그리고 인구님이 수고 많이 하셨네...그리고 아는 사람 이름도 나오네...최경희 얼굴도 이쁘고 마음도 천사고^^
예, 광배형님도 이 긴글 읽어주셧군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최경희님은 광배형이 알고있는 최경희님이 아닌 동명2인의 다른사람이어요. 장애가 약간 있는 여성으로서 청각장애인 남편과 슬하에 건강한 아들 두엇 두었습니다. 동목 진균님과 가까이 지내는 분이죠. 우리 금춘 172번 최경희님이 옛날 잔디회 자원봉사자였던 광배형이 알고있는 최경희님입니다. 현재 안동 영명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죠. 아무튼 고맙습니다.
그러게 차라리 모르는 길은 스스로 찾아가도록 두는 것도 헤매지 않게 하는 방법인데, 너무 친절을 베풀다보면 역효과가 난답니다. 이제야 읽고 답글 올림.ㅎㅎㅎ
그때의 2박3일 참 고마웠습니다. 두고두고 되뇌이게 할 추억이었습니다. 행삿날 안동으로 와서 또다른 추억 만들어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