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대형차가 상대적으로 연비와 배출가스가 높게 나온다 |
예를 들어 추운 날 아침에는 리모컨으로 미리 시동 걸어 차가 따뜻하게 데워진 뒤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링을 오래 하면 할수록 연료가 많이 소모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더운 여름에는 연료비 아낀다고 에어컨 켜지 않고 창문을 열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시속 80km/h가 넘으면 공기저항이 커져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작동하는 편이 오히려 연료 절약에 도움이 된다.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자동변속기의 선택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한번쯤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메이커에게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소비자에게는 경제적으로 전혀 이익이 없다. 또 과다한 옵션 선택도 차의 무게를 증가시키는 요인의 하나다. 차를 구입할 때 가격은 물론 옵션과 유지비 등에 대해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연료를 중심으로 한 차의 선택기준
그나마 연료비가 싼 디젤차와 LPG차에 눈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 현재 LPG차의 경우 7인승차에 대한 혜택이 사라지고, 연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점차 인기가 수그러드는 추세다. 그렇다면 해답은 디젤차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연료비가 싸다고 무작정 차를 바꾼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차를 선택할 때는 기본적인 자동차의 가격와 세금, 연간 유지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F쏘나타에서 싼타페, 즉 가솔린차에서 동급에 해당되는 디젤차로 바꿀 경우를 가정해보자. 여기에는 가격 이외의 합당한 기준이 필요한데, 가장 쉬운 방법이 주행거리다. 보통 디젤차를 구입하려면 연간 주행거리가 4만km 이상이 되어야 한다.
2.0리터 EF쏘나타의 기본형인 GV의 판매 가격은 1,500만원대, 싼타페 2.0 골드(2WD)는 2,000만원대다. 500만원이나 디젤차가 비싼데, 이는 연간 평균주행거리인 1만 5,403km를 기준으로 했을 때 2년치의 연료비도 더 된다. 2.0리터 가솔린차의 평균 연비를 10.5km/l라고 가정하면 1년에 205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리터당 1,400원 기준). 결국 최소한 4년 이상은 타야하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하지만 주행거리가 많은 사람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연간 주행거리가 4만km 이상이면 1년 동안 사용되는 연료비는 533만원으로 급등하기 때문에 1년이면 차값이 상쇄되고, 2년만 타면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연간 주행거리가 2만km 이하라면 지금 타고 있는 가솔린차를 타고, 4만km 이상이라면 디젤차로 바꾸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디젤차 특유의 소음과 진동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신형 디젤 엔진들의 성능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소음과 진동 부문에서는 가솔린 엔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낭비, 이산화탄소의 주범은 대형차
요즘 나오는 차들은 저마다 성능이 뛰어나고 연비가 좋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대 배기량을 자랑(?)하는 고급 대형차의 엔진은 배기량이 적은 소형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료를 많이 태우는 셈이다. 따라서 연비도 떨어지게 되며, 또 그만큼 배기가스도 많이 배출하게 된다.
이는 지난 2월 국립환경연구원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즉 에너지 낭비의 주범은 고급 대형승용차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특히 3,000cc 이상 대형차의 연비는 경차의 절반 수준이며, 지구온난화 물질인 이산화탄소도 최대 3배가 넘게 배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환경연구원(원장 : 이덕길)의 자동차공해연구소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배출가스 인증검사 결과를 통해 자동차의 배기량에 따른 연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자동차공해연구소에서 지난 2년간 시시한 배출가스 인증검사 대상 가솔린 승용차 1,655대의 시험 결과이며, 시험은 CVS-75모드로 실시되었다. 배기량 3,000cc 이상의 대형 자동차는 조사 대상중 39.8%인 659대였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해외에서 수입되는 고급 대형차(중고차 포함)였다고 한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배기량 3,000cc 이상인 대형 자동차의 평균 연비는 6.9∼8.3km/l로 배기량 1,000cc 미만인 경차보다 연료소모량이 2배 이상이었으며, 특히 5,000cc 이상의 배기량을 갖는 일부 수입차의 경우 경차보다 4배 이상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 있어서는 3,000cc 이상의 대형자동차가 경차보다 평균 2배, 최고 3배 이상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했다.
연비가 떨어지면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교통안전공단의 ‘2001년 자동차 주행거리 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 가솔린 자동차의 1일 평균 주행거리는 42.2km, 연간 1만 5,403km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솔린 가격이 1,300원이던 시절에는 1년 동안 소비되는 연료비로 환산하면 경차의 경우 연간 132만원, 대형차의 경우 241∼290만원이었다. 그러나 가솔린 가격이 1,400원에 이르는 지금의 가격으로 환산하면 경차는 142만원 정도, 대형차는 259∼312만원이 넘는 셈이다. 따라서 경차 대신 대형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연간 110만원 이상의 연료비 추가 부담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배기량에 따른 연비를 비교하면 1,000cc 이하인 경차의 평균 연비는 15.1km/l, 1,000cc 초과 1,500cc 이하의 소형차는 12.5km/l, 1,500cc초과 2,000cc 이하의 중형차는 10.5km/l, 2,000cc초과 3,000cc 이하의 중대형차는 9.0km/l, 3,000cc 초과 4,000cc 이하의 대형차는 8.3km/l, 4,000cc 초과 5,000cc 이하의 경우 7.4km/l, 그리고 5,000cc 초과 6,000cc 이하의 대형승용차는 연비가 6.9km/l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1>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배기량이 큰 최고급 대형차의 연비는 경차보다 2배 이상 떨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배기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에도 대형차가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지금같은 불황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기름 많이 먹는 큰 차보다 작고 연비 좋은 차의 인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