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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일. 지평선축제 참석記 10월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출발점과 도착점이 있고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는 인생같은 고독한 길에 섰다. 고향의 편안함이 자만과 여유로 변해갔고 동심의 추억은 마지막 긴장조차 사라지게 하여 결국 이 힘든 시간을 만들었다. 김제 시민운동장을 나선 발걸음은 어느새 색깔이 극명한 코스모스를 따라 허리띠처럼 이어진 지평선 외길로 들어서고 있다.
3일 새벽에 출발하려던 것을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정을 변경하여 2일 오후에 축제마당에 도착했다. 수십개의 애드벌룬, 고음과 저음이 합쳐진 음악소리가 웅장한 서막을 알리고 전국노래자랑 인파로 벌써 열기는 하늘을 뒤덮고 남았다. 요기(療飢)도 하고 고향 어르신들께 인사라도 할 마음으로 우선 부량면 주막에 들어서니 일찍 도착한 재경 향우회 회원들이 자리를 하고 있어 반갑게 해후했다. 서울에서도 고향일에 애정을 가지고 앞장서 참여하는 존경하는 선배님들이다. 얼마전 영면(永眠)한 면장님을 대신하여 부량면을 이끌고 있는 부면장의 환대가 친근하고 자식을 반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덥석 손을 잡아주는 자원봉사자 어르신들의 인정이 따뜻하기 말할 수가 없다.식사를 마치고 다녀본 축제의 현장, 역시 대한민국 최우수 페스티벌다운 규모와 볼거리다. 쌍용의 위용과 함께 말끔하게 정돈된 행사장, 과거와 달리 구역을 정하여 공연거리, 음식거리등을 구분하여 질서를 잡았고 다양한 체험관을 신설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흥겨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 두었다. 주최측 김제시의 노력과 정성이 피부에 다가올 정도로 세심한 준비가 놀라울 정도다. 다만 종합축제의 틀을 갖추려다보니 농업과 연결된 벽골제와 지평선의 테마가 희석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형틀에서 곤장을 맞는 감옥체험이나 행사장 정문에서 현수막까지 걸고 군부사관을 모집하는 모습은 다음 기회에는 다른 모양이었으면 좋겠다. 연날리기가 한창인 벽골제 방죽언덕으로 올라서니 건너편 논길로 자동차 수백여대가 종대로 또 횡대로 주차되어 마치 들판에서 불쑥불쑥 자동차가 자라고 있는 듯하다. 신태인천의 끝지점으로 과거에는 어둠과 잡초만 무성했는데 세월이 흐르니 문명의 이기(利器)가 이곳까지 잠식해 왔다. 오래전 이곳을 떠난 조상들의 넋이 돌아 온다면 상전벽해(桑田碧海)- 생소한 광경에 놀라 뒷걸음으로 도망하실 것 같다.
오후 4시에 개최된 리셉션현장인 청소년 수련관으로 들어서니 말끔하게 단장된 커다란 홀, 내빈자리에 앉아 있는 내가 조금 전 밖의 기분과는 전혀 다른 마음으로 변해간다.지평선행사의 비용과 노력은 시민(농민)의 몫일진데 그렇다면 정,관계 초청인사보다 고향을 지키는 농민, 효부나 효자, 모범적 학생이나 다문화가족 대표라도 선정했다면 더 빛나는 자리가 되지 않았을까. 소고기 국밥과 황금(?)보리소주를 마시는 내가 시종일관 불편함이었다면 지나친 억설(臆說)만은 아닐 것이다. 행사 관행을 언급할 수 있을지라도 주객이 전도되는 이런 상황은 반드시 개선 되어야 마땅하다. 어둠이 내려오고 낮과 밤이 교차되는 시간, 조명까지 비쳐진 검푸른 벽골제 하늘의 구름은 천지개벽의 순간을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롭게 펼쳐져 간다.
다음 날 김제 시민운동장 지평선 마라톤 출발선에 섰다. 처음 본 운동장은 아담하고 깨끗하고 특히 관중석의 담이 낮아 친근하고 정이 많은시민을 닮은 느낌이다. 수천 명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참가한 주자들은 신기록이라도 세울 것처럼 여기저기서 날렵하게 몸을 움직인다. 국민의례에 이어 개회선언을 알리는 대회장의 구령이 낭낭하다. 지역 행사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은 박약국 김순곤 형인데 의외의 자리에서 만나니 반가움이 더 크다.
코스 맨 앞에서 출발준비 하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웃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아침 9시 총성과 함께 시민운동장 트랙을 안쪽으로 한 바퀴 돌아 가로수 길을 통과하여 운동장 외곽을 향해 나갔다. 고향이라고는 하지만 떠난 지가 오래되었고 그 사이 많은 도시의 변화로 인하여 방향감각조차 무디어 간다.
큰길 4거리에서 지하도를 통과하여 오르막을 지나 완만한 경사길로 내려오니 시내 끝지점 3킬로 군산방향 이정표가 기다린다.
다른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침마다 한강변을 달렸고 그런 자신감으로 우승의 영광까지 안겠다고 주변인들에게 호기를 부리고 참가했는데 고향에 취한 정신력의 해이와 마라톤의 기본을 경시한 무리한 초반 질주가 이내 고통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
하프든 풀코스든 긴장의 정신으로 원칙에 따르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자신과 싸우는 고독한 여정임을 나는 분명 망각하고 있었다. 발걸음은 무거워 속력은 나질 않는데 그 동안 쌓아둔 풀코스 주자의 자존심이 멈출 수도 없게 만드는 답답한 진퇴양난의 시간이다.
송신탑을 지나 대목리 가는 길 코스모스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듬성듬성하게 피고 옅은색의 큰 키의 한강의 꽃만 보다가 여기의 작고 소담한 그리고 흰색과 붉은색이 뚜렷한 코스모스의 모습을 접하니 감동이 곱절이나 된다. 더구나 사방이 누런 황금 들녘이고 보면 외줄로 가로지른 꽃길의 장관은 아름다움의 절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40년 전 처음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이 길을 거쳐 도회로 떠났었다. 아들을 두고 돌아오는 길에 흐드러진 코스모스를 보면서 그리움에 많은 눈물을 흘리셨다고 훗날 가을이 올 때마다 말씀하셨는데 生前의 어머님 목소리가 들려옴직하다.
어머니의 손길같은 코스모스와 하나가 되며 오른쪽 야트막한 언덕길 다복(多福)마을 앞을 지나고 있다. 복이 많은 마을인가 싶고 아니면 복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인가 싶으니 방금 전의 추억의 슬픔이 웃음으로 화(化)하여 간다.
서김제 톨게이트 아래로 서해안 고속도로가 활주로처럼 펼쳐져 있고 달리는 차량행렬은 쏜살같이 빠르게 미끄러져 간다. 고가도로 위를 흐느적거리듯 달리는 나와는 확연히 대조적이다.
김제 하프코스는 짧은 거리임에도 굴곡이 많은 편이어서 지평선의 명칭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다행히 환하게 트인 사방이 호쾌함을 갖게 하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들녘의 맑고 시원한 가을바람은 땀을 가시게 하는 시원함이 있어 좋다. 반대 방향으로 1등 주자가 숨소리를 멈춘 듯 사뿐하게 지나친다. 열차처럼 오고 가는 주자들이 무표정으로 비켜가지만 언제나 앞서 달리는 주자는 초인(超人)의 모습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11킬로 지점을 지나 500미터를 앞으로 더 나가니 환호도 없는 반환 아치가 나를 반긴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주니 건너편 가장자리에 인공으로 설치한 나무 둘레길이 물위에 떠 산모퉁이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만경 저수지다. 주자들의 숨소리와 발소리는 돌어오는 동안에도 계속하여 장단을 맞춰가며 12킬로 지점을 통과한다. 한가한 시골길은 고즈넉한 적막감뿐이고 이따금 지나치는 주민들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주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태연하게 갈 길을 가고 계신다. 오히려 달리는 내가 반가움으로 인사를 하는 처지인데 그렇다해도 특유의 무표정이시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머리 위를 맴돌다 흔적을 감추고 마는데 그조차 나에게는 무관심하다.
15킬로 지점, 숨소리가 거칠어진 주자를 뒤로하면서 힐끔 돌아보니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의 내 자화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화이팅을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지만 손을 내밀 수 없는 상황이 인생의 축소판 마라톤임이 분명하다.
초반과 달리 몸이 가벼워 오고 안정된 자세로 제법 속도가 붙는다. 평소에도 후반 레이스의 기록이 좋은 편인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듯싶다. 먼거리를 갈수록 가속이 생기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라톤의 대표선수라도 된 듯 사뿐하게 날아가는 내 신체도 참 알 수 없는 구조다. 오른쪽으로 활처럼 휘어진 도로를 벗어나자 성산과 그 위 전망대가 눈앞으로 불쑥 나타나온다. 달리는 내내 밀어(蜜語)를 나눈 코스모스와 내년을 기약하고 왼쪽으로 몸을 돌려 시내 안쪽으로 접어들었다. 골인 2킬로 지점앞 출발 때 지나온 지하터널 오르막을 오르는 주자들의 모습이 지친 수캐의 형상이지만 모두가 지평선이 만든 영웅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것이다. 1시간 40분이 지나 주경기장을 향하여 들어선다. 먼저 완주한 주자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힘을 보태는데 저마다 마라톤 기념품으로 받은 쌀을 메고 가는 모습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면이다. 경상도 영덕에 가면 대게를, 충청도 음성에 가면 고추를 받을 수 있을까 하니 재미난 광경이 아닐 수가 없다. 메달을 걸고 찾아간 먹거리코너 음식이 진수성찬이다. 밥과 김치, 돼지고기와 인절미에 막걸리까지 푸짐한 인정의 내 고향 김제다. 나와 같은 빨간색 옷을 입은 주자가 아는 듯이 다가온다. 유니폼 마크로 보아 금년 3월에 광화문 동아마라톤 참가 유니폼이다. 3월의 호흡을 나누는 동지라서 반가운데 경북 구미 마라톤클럽 선수들이다. 멀리까지 와서 함께 달려 고맙다고 하니 연신 지평선 경관 쥑인다(죽인다)며 억센 경상도 사투리로 만족감을 표현한다. 시민운동장 뒤편 오솔길 사이로 나뭇잎이 날리고 그 사이로 성큼 가을이 푸른 하늘과 함께 오고 있다. 눈이 내리고 꽃이 피고 다시 가을이 오면 지평선 어드메쯤 나는 또 홀연히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황홀한 10월의 시간 - 내마음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어머니, 그 자리에 아직도 코스모스는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2014년 10월 1일. 지평선축제 개막식 참석記
열차는 오후 4시에 김제역에 도착했다. 물씬 풍겨오는 코스모스 내음새가 눈을 감아도 고향땅임을 느낄 만큼 충분하다.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면장과 부면장. 행사주점 주최 총무이며 친구인 창원이에게 전화를 한 터라 곧장 택시로 이동했다. 첫날 시작일이라서 벽골제까지는 막히지 않고 차가 달린다. 택시 운전하는 이는 주말에는 시내에서부터 차가 들어 갈 수가 없어 먼 길을 돌아 반대방향으로 들어간다며 무용담처럼 이야기 하더니 우리 일행에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추켜세운다. 당연 우리가 부량인임을 알 턱이 없다.
완연한 가을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춤을 추며 변함없이 우리를 반기더니, 월촌을 지나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축제현장의 수십 개의 에드벌룬이 전국 규모의 위용을 자랑하고 남을 듯 허공에서 바람을 이기고 있다. 잠깐의 상념에 젖었을까, 벌써 기다리는 사람들한테서 몇 통의 전화가 와 있고 서둘러 고향집 부량주막으로 들어섰다.
음식을 나르는 아낙이 내 손을 덥석 붙잡고 반기는데 우리마을 제월리의 순옥이 누님이다. 20대의 늘씬한 누님이 지금은 60이 넘어 흰머리가 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맞잡은 손의 느낌과 눈빛만이 4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 놓고 있다. 머리카락을 질끈 뒤로 묶어 골목길을 달릴 때마다 쳇바퀴 돌 듯 돌아 뺑돌체라는 별명이 있는 아름다웠던 누님이다.
어느새 주점행사를 주최하는 총무인 창원이가 자기 집에 온 손님인 양 음식을 가져오고 그러면서 비용까지 즉석에서 지불한다.
멀리서 온 나를 대접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5일 동안 주막을 운영하며 가까이서 또 멀리서 오는 친구들을 인정이 있는 이 친구는 이렇게 대접할텐데 무한 고마운 생각이 든다.
마당 바깥쪽에서 부량면장은 앞으로 5일간 이 주막의 지배인이라면서 술을 마셔도 또 앉아도 안된다며 꼿꼿한 자세로 서 있기는한데 내가 보기에는 얼근한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 가운데 얼굴이 가장 붉다.
서울에서 온 벽량초등학교 총동문회장과 향우회원 현지에서 만난 동기와 후배들,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들이 한 테이블에 빙 둘러 앉았다. 특히 28회 정님이 선배는 고향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열정이 있고, 33회 양연이는 물질과 정신을 고향에 많이 쏟는 대견한 후배 향우회원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고향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식탁 위에 차려진 해물빈대떡에 홍어회와 돼지고기 보쌈 등 진수성찬 못지않은 고향의 음식마다 정성이 가득하다. 옆 테이블에 새로 부임한 벽량초 000교장과 000교감, 그리고 선생님 모두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 동문회장의 초청으로 나하고는 구면인 선생님들이 많은데 고향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움이 더욱 새롭다. 올해 새로 부임한 예쁜 여선생은 교원대학을 졸업하고 왔다는데 순수하고 가냘픈 인상과는 달리 초롱초롱한 눈빛만은 의욕이 넘치는 사회 초년생의 분명한 모습이다. 애교 많은 제자나 딸같지만 그래도 우리 모교의 선생님이라니 존경의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다. 오후 5시에 최문식 재경 김제시 향우회장 일행이 불쑥 부량면 주막에 들어선다. 연로하신 나이에 김제를 향한 열정이 대단하여 모든 향우 회원들에게 존경을 받는데 오늘도 여전히 건강하시다. 각 면단위 주점을 다니며 인사도 하고 막걸리 한 잔 씩 한다면서 여유있고 넉넉한 인상으로 우리를 반긴다. 작년 개막식 때 전문가를 능가하는 명연설에 감동했다 하니, 이번에는 힘이 좀 모자란다면서 너털웃음을 보이신다. 동행한 주재남 걷기 회장님께 인사하고 건배를 하면서 옆에 있는 문종남 재경 향우회 사무총장께 지난 8월에 고향장학금과 함께 대학생 우리 아들에게 좋은 격려의 말씀을 해주어 고맙다고 인사하니 자주 보자며 손을 내민다. 기념사진까지 찍고 5시30분에 도로 건너 리셉션 행사장으로 이동했는데 입구에 이석봉 김제부시장이 나와서 참석하는 인사들을 일일이 영접한다. 한 눈에 봐도 작년보다 더욱 세련되고 중후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 그와 인사를 하고 들어서니 안쪽에서는 이건식 시장께서 환영을 한다. 이런 저런 행사로 수차례 뵌 터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반갑게 인사했다. 시장 바로 뒤에 의연하게 서 있는 시장 비서실장과 눈이 마주쳤다. 초등학교 때 책상을 함께 앉았던 조용하고 다정다감한 벽량 32회 임정업 동기생이다. 부량면 사무소에 있을 때 효잔치나 동문행사 때 자주 보았는데 지금 김제시장 비서실장으로 승진하여 사무관을 목전에 두고 있다니 5학년때 같은 책상에 앉아 나눈 대화의 시간을 반추해 보건데 성실하고 진중한 그가 지금의 모습과 하나의 동선으로 겹쳐져 나온다. 그가 대뜸 방명록을 보여주며 좋은 문구를 쓰라기에 "首丘初心 (수구초심-고향을 잊지 않음) 金鍾坤"이라고 힘있게 한자로 써 놓았다.
국회의장, 전북지사, 전직의원 등 김제와 관련된 귀빈들이 식장을 가득 메우고 서울에서 온 향우회 80여명도 뒷자리에 자리하고 소개를 할 때마다 환호성을 올린다. 작년에 이어 내빈으로 찿아와 22번 자리에 앉아 있는 나로서도 감회가 새롭다. 부량면 소재지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진 이 곳 갯다리(浦橋)옆, 어둠과 적막속에 이따금 개구리 울음소리만 들리던 이곳에 우람한 건물이 들어선 것도 놀랍지만, 입법부의 수장(국회의장)이 축사를 하고, 이 고장에서 태어난 내가 어른이 되어 이곳에 앉아 있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 )말고는 더 표현할 단어가 없을 듯하다.
부량면 출신 김영자 시의원이 처음 자리를 했고, 서울에서 가끔 스쳐간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김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인연으로 늦게 들어와 인사를 한다.
음식은 작년과 동일하다. 한우 소고기국에 황금보리 소주, 떡과 김치류 등 인데 외부 손님을 위하여 우리 고장 특산물로 정성껏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식사를 마치고 서울에 일찍 올라가야 하는 일정으로 외부 개막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저녁식사 약속한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부량주막으로 갔는데 在전주 부량면 향우회장 이두홍님(26회)과 그 일행이 자리를 하고 있다. 27회 오병현 선배와 함께 벽량이 배출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선배인데 빨간 넥타이가 정열과 능력을 상징하는 듯해서 좋고 건강한 표정이시다.
작년에도 이 자리에서 함께 보냈고 지난 8월 30일 면민의 날에도 밤늦게까지 대화를 이어 갔는데 오늘도 선후배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축제의 밤을 감상했다. 늦은 밤 다시 서울로 출발하는데 뚝심있게 고향을 지키는 정순기님(전,번영회장)께서 올벼쌀을 구입하여 찾아준 은혜라며 감사의 선물을 전한다.
풍성한 그의 인정과 아름다운 벽골제의 밤이 어우러진 지평선의 오늘은 지난 날 사월 초파일의 성찬(盛餐)을 능가하고 남을 수 있는 황홀함이다. 내일 그리고 모레의 축제는 분명 더 흥겨울 것이다.
32회, 김종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