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편. 스스키노의 밤
최북단역 왓카나이를 돌아 다시 삿포로에 왔습니다.
딱히 다른 일정을 잡아 놓은 것은 없으니 오늘은 삿포로에서 휴식이나 취하기로 했습니다.
뭐 짧은 일정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만, 중간중간에 하루 정도의 휴식도 여행에 있어서는 꼭 필요하죠. 괜히 욕심만 앞세우다가 탈이라도 나면 더욱 손해입니다.
자, 일단 코인락커에 넣어두었던 짐들을 꺼내어 숙소로 향합니다.
오늘의 숙소는 캡슐 인 삿포로, 하카타의 캐비나스와 마찬가지 형태의 캡슐호텔입니다. 이곳 역시 사우나가 있고 24시간 들락날락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같은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편리한 숙소에 속합니다.(단, 대부분의 캡슐호텔이 그렇듯 이곳도 남성 전용입니다.)
캡슐 인 삿포로는 스스키노에 있습니다. 큰 짐을 들고 걸어가기도 뭐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삿포로 지하철 난보쿠선(南北線)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지하철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까지는 달랑 두 정거장.
[ P 338. 삿포로 지하철 난보쿠선의 선로입니다.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제 3궤조식으로 천장에 전차선이 없습니다.]
자, 역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천장에 응당 있어야 할 무언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차선은 어디있지??
난보쿠선은(다른 노선-토호선과 토자이선-은 안 타봐서 논외로 치고) 제 3궤조식으로 운행하는 열차입니다. 즉, 천장에 전차선이 없고 아래쪽에서 집전되는 형식이죠. 거기에 철차륜이 아닌 고무타이어식 차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철도에서 들리는 마찰음이라던가 하는 것이 없습니다. 또한 VVVF제아 방식이기 때문에 가감속력도 상당한 수준입니다.(속도계를 한 번 보시면 느끼실 수 있습니다.)
[ P 339. 출입문 위에 노선도와 LED가 함께 있습니다. 좀 작긴 하지만 알아보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이번 역은 오오도리역입니다.]
차내 노선도는 출입문 위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1, 2호선 VVVF열차에서 와 비슷한 전자식 노선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LED도 함께 부착되어 있습니다. 사이즈가 좀 작다 싶지만 알아보는데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습니다.
달랑 4분을 달려 목적지인 스스키노역에 도착하였습니다.
[ P 340. 삿포로 지하철 난보쿠선에 투입되어 운행하는 열차입니다. 차장님께서 안전확인을 하고 계십니다. 제3궤조식 고무타이어 차륜이라 소음이 상당히 적습니다.]
끙끙대며 짐을 지고 올라가 캡슐 인 삿포로에 체크인을 합니다. 캐비나스에서 한 번 해 본터라 이번에는 별 무리없이 체크인을 하였습니다. 짐을 놓고 약간 쉰 다음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하였습니다. 메뉴는? 아무런 이의없이 라면으로 낙찰.
다행히 삿포로 라면의 원조라는 라면요코쵸 역시 스스키노에 있습니다. 라면요코쵸를 찾으러 시내로 나갑니다.
[ P 341. 스스키노는 노면전차 종점이기도 합니다. 노면전차 승강장에 있는 안내판. 아래있는 것은 성형외과 광고 같은데....일본에서는 성형외과를 형성외과라고 하는군요.ㅎㅎㅎ]
스스키노 사거리에는 노면전차의 정거장도 있습니다. 스스키노가 바로 노면전차의 한 쪽 종점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면전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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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342. 노면전차 종점입니다. 종점인데 그냥 선로가 끊겨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만약 오버런이라도 하게 되면....그대로 사거리 한복판으로 돌진입니다.]
[ P 343. 노면전차가 승객들을 태우고 있습니다. 한 번 타 볼걸 그랬나...]
지금부터는 스스키노의 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스스키노는 삿포로의 중심가이자 최대 환락가입니다. 낮에는 일상적인 거리의 풍경이지만 밤이 되면 그 본색을 드러내게 되죠. 흡사 우리나라 강남역이나 신촌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 P 344. 스스키노 사거리입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들이 삿포로의 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위에서 스스키노가 최대의 환락가라고 말씀드렸죠. 그 이름에 걸맞게 이 곳에는 각종 가게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성인업소"들이 상당히 많은데 차에다 슬쩍 홍보물만 꽂아넣고 가는 우리나라에 비해 이곳에서는 길 한복판까지 나와서 호객행위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거리 한복판에서 므흣한 차림의 사람들이 나와서 므흣한 사진을 걸어놓고 당당하게 광고를 하죠.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는 괜히 민망해지는 광경이기도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걸어가다가는 양 손 한가득 들려있는 므흣한 성인업소 홍보물에 기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대략...뭐스러운 인간으로 몰릴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 P 345. 우리나라 여느 번화가의 풍경과 다를 바 없습니다.]
[ P 346. 아직도 거리에는 차량과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각종 네온사인들도.]
[ P 347. 도로 한 복판에 시계탑이 있습니다. 저 밑에 지나가는 차는...아토스 아닌가???ㅎㅎ]
도쿄 등의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들이 저녁 7시가 넘어가면 적막 속으로 잠겨들어 가던데 이곳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활기가 넘쳐납니다.
[ P 348. 소야버스가 한 대 지나갑니다. 그런데....디자인이 심하게 낯이 익네요^^]
그런데 정작 라멘요코쵸를 찾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를 않더군요...한참 만에 찾아 들어간 라멘요코쵸, 그런데 문을 연 집이 몇 곳 없습니다. 간신히 한 곳을 찾아 라면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그대로 뻗어버렸습니다. 피곤하기도 했고 어차피 내일 일정이 아침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Z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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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일어나서 씻고 짐을 챙긴 다음 체크아웃을 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지하철역으로~
[ P 349. 스스키노역의 역명판입니다. 나카지마코엔이 남행, 오오도리행이 북행입니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56분입니다.
왜 이렇게 일찍 움직이느냐, 오늘 일정이 아바시리로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오전 7시 24분에 출발하는 특급 오호츠크 1호를 타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산스럽게 일찍 움직이는 것이죠.
[ P 350. 삿포로 지하철역의 모습을 다시 보여드립니다. 뭐가 다른지 아시겠죠?]
오전 이른시간인데도 열차 안에는 꽤 많은 승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어찌 됐거나 삿포로역 도착. 큰 짐들은 코인락커에 다시 넣어두고 아침으로 먹을 무언가를 산 다음 승강장으로 올라갑니다. 승강장에는 이미 열차가 입선해 대기 중이었습니다.
이제 아바시리로 가는 여행이 시작됩니다.
* 다음에는 "제 27편. 아바시리로 가는 길"이 이어집니다.
첫댓글 대구지하철 2호선도 상당히 조용하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