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이야기
최삼랑
첫 번째 이야기
지난주 화훼 수업 땐 L자형과, 역T화형의 꽃꽂이 수업을 하였다.
기능사 시험이 생긴 이후로는 규격화된 꽃 수업을 하다 보니 계절감을 잃은 꽃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울 때가 많다.
8월 무더위 속에서 화훼 특강을 하며 기능사 시험 준비를 하였었고 시험이 끝나고 나면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시험을 위한 화훼수업을 시작한다.
매년 봄이 되면 필기시험부터 시작해서 실기 시험이 일년에 두 차례씩 실시되고 8월 말이면 일년의 시험들이 모두 끝나기에 가을학기는 늘 한가로울 수 있었는데도 내 마음이 여유롭지 못해서 다음 년도의 시험대비 꽃 수업들로 열심을 내며, 회원들에게도 그렇게 해야만 합격률이 높다고 가르쳤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야 겨우 좌우를 봐가며 회원들의 마음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목표가 있어서 그리고 성취감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 역시도 정말 삶속에 필요한 요소들 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배움에 있어서도 그 상황들을 누림의 자세로 받아들여 즐기며 배우는 마음들이 된다면 모든 걸 감사 할 수 있다는 걸 이론적으론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걸 생활 속에서 적용하며 살고 있지 못하였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웰빙의 붐으로 사람들의 관심사가 건강관리에 집중되다 보니 배움에 있어서도 정적인 프로그램보다는 동적인 시간에 할애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화훼나, 꽃꽂이의 개념조차도 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평생교육강좌의 구분 란에 자격증반이라는 전단지 글을 보고 자격증을 갖기 위해서 정확히 무엇을 배우는지 조차도 모르고 접수한 사람들도 있었다. 새롭게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긴장감도 있었지만 그렇게 한 학기를 꽃으로 부터 행복을 누려야할 회원들은 시험의 압박으로 많은 중압감을 갖고 수업들을 했었다고 한다. 합격률은 높아서 다행이었다. 합격한 회원들의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며, 서로를 격려하고 다음에 도전하려는 후배 회원들에겐 또 다른 힘을 실어 준다는 자부심으로 난 더욱 합격을 위한 화훼수업에 몰두 했었다. 그러다 보니 누림의 행복감을 많이 놓치고 있었다.
후반기 강좌가 시작된 요즘 회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계절 꽃꽂이를 하기로 했다. 이번 가을 학기에는 시험이 없다. 이 가을에는 열매의 풍성함과, 오색의 낙엽과 꽃의 어우러짐도 모든 회원들에게 느끼고, 즐기며, 나눌 수 있도록 수업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알리미의 역활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번 여름 특강 후 가을학기 개강 때까지 공백의 시간들을 통해 내가 먼저 확신을 갖고 누림의 자세로 수업준비를 해야 함을 배우는 시간들이었다. 이번 주 화훼수업을 마치고 회원들에게 다음 주는 주변의 열매들을 준비해 오라고 했다. 그것들로 아름답고 풍성한 어울림의 공간장식을 만들어봐야겠다. 왠지 먹지 않았어도 배부른듯,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그려지는 넉넉한 무언가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두 번째 이야기
올봄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하여 여기저기서 계획되었던 지방축제행사들이 취소되었다. 여름이 되기 전부터 준비한 9월초 예정 된 우리지역 전남 평생 학습 축제가 취소되어 내심 서운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 신분이라 나름대로 시간에 쫒기는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바쁜 일상 속에 전국 평생학습 축제도 취소되길 은근히 바라는 마음을 가질 때쯤 계획대로 축제가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고서 행사 준비를 위한 재료들을 챙겨야 하기에 마음이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 했다.
식물심기 체험학습에 효율성을 더하기 위하여 적정한 체험식물 재료를 선정하여야 하는데 쉽게 재료 선정이 되지 않아 많은 고민을 하였고, 일반화분을 이용한 식물심기는 화원에서 판매하는 화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고민하다가 집안에 있는 화분대에 있는 조그마한 전복껍질을 보고 "아! 저게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나름대로 소재 선택에 자신을 가지고 원목을 이용한 밑받침을 생각 하였다. 완도의 특산물인 전복 껍질을 재활용하여 화기로 사용하고, 식물은 사철 푸르면서도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석곡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이테가 선명한 상수리나무를 잘라서 받침으로 사용해 소품 화분을 만들기 연출이 완성 되었다.
그동안 식물심기, 그린 인테리어, 원예 실내장식의 강좌를 해오면서 1년 이상 함께 배우고 옆에서 도와왔던 회원 중 두 분이 4박5일 이나 되는 긴 여정에도 마다하지 않고 행사기간동안 동행해 주겠다고 선뜻 약속해 줘서 마음속 깊이 힘이 났다. 사실 일을 하는 직업인이라고는 하지만 주부이다 보니 가족들과 여러 날 떨어져 있어야 하는 공백감과 큰 행사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막연한 부담감이 많았었다.
처음엔 역시 자연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연배의 분들이 관심을 가졌고, 조심스레 체험학습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호기심과, 새로움에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만들기를 하고 갔다. 그들 중에는 공짜에 대한 막연한 욕심들로 와서 체험학습이 아닌 식물들만을 갖고자 하는 분들도 있었다. 식물체험은 살아있는 생물체이기에 난 그런 분들에겐 절대 체험 없는 완성품은 드리지 않았다. 식물은 인간에게 기다림을 가르치고 그 기다림에 반드시 기쁨을 선물 한다는 걸 체험학습을 통해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회원들이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그동안의 소감을 얘기 할 때면 늘 나오는 말들 중엔 선물 받거나, 꽃집에서 사온 식물은 키우다 잘못되어 죽으려 하면 그냥 방치해 놨다가 죽으면 버렸었는데 직접 식물심기를 하다 보니 물을 줘도 정성이 들어가고 다른 집 놀러 가서도 낙엽진잎들이 있으면 떼어 주기를 한다면서 식물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캠페인 전략이 펼쳐지는 현실 속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실천하는 방법들로 평생학습을 통해 배우며 경험하고 있음을 회원들에 알려 준다.
구리시에서의 전국평생 학습 축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운전하는 분만을 빼고 모두 차에서 잠들어 있었는데 관장님께 걸려온 전화벨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기쁜 소식에 그동안의 힘듦이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 인 듯 했다.
모두 박수치고, 며칠 동안 함께함이 오래된 낯익은 이들처럼 서로에게 넉넉해 질수 있는 시간이었다. 광양에 도착 했을 땐 붉은 노을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가을을 재촉 하는 듯 했다.
세 번째 이야기
꽃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나이는 언제쯤일까.....
큰아들이 중학교에 입학 한 봄날 교복 입은 모습으로 함께 도서관을 가야할 일이 있었다. 도서관 가는 길에 쥐똥나무 하얀 꽃의 향기가 우리들의 코를 진하게 자극하였었다. 여릿한 새순의 모습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을 때
"엄마 이런 모습들 보려고 봄나들이 가고 싶어 하시는 건가요?"
"응~"
"아 그렇구나.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큰아이가 엄마의 감성을 이해 할 수 있다면서 자연을 새롭게 바라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것 같아서 내심 아들의 외모뿐 아니라 내면의 모습까지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 마다 꽃을 보게 되면 표현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가슴 한편에 좋은 감정들을 갖게 된다. 꽃의 처음 모습인 꽃망울 때부터 만개해서 시들어 떨어지는 모습들이 우리 인생과 같음을 느끼게 되기 때문일까. 핀 꽃의 모양은 화려한 꽃과 소박한 꽃, 투박하면서도 은은한 모습의 꽃 등 모두들 다른 느낌들로 우리 앞에 보여 진다. 그 모양들 조차도 우리들 모습과 같음을 은연중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린 꽃을 보면 더 친근감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해인 수녀는 친한 벗을 꽃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각자인생들에서 느껴지는 향기는 이웃과 더불어서 더욱 아름답게 되는 걸 꽃을 배우며 가르치며 더 깨닫게 된다. 꽃과 화기 그리고 소품들 또한 어느 곳에 놓일 것인가 등에 따라 같은 꽃이지만 다르게 표현되어진다. 그래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문구가 나왔을 것이다.
꽃을 통해 만난 회원들과의 인연은 벌써 5년째이다. 그동안 필기시험 합격 후 실기 준비를 수개월씩 연습하고 여러명의 회원들이 자격증을 획득하였다. 전남에선 가장 높은 합격률을 갖게 되었다. 함께 노력했던 시간들이 소중하기에 최근에는 합격자들을 주축으로 동아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사회참여 의지를 갖는 회원들, 봉사의 기회를 갖기를 원하는 회원들, 여러 의견들을 함께 해결 할 수 있도록 모임을 갖고 하나둘씩 이뤄갈 것이다. 혼자서는 어렵고, 힘들고 두려운 생각들도 함께라면 힘이 생기기에 훨씬 쉽게 소원하는 것들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생각들을 갖고 꽃으로 실천한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고 그들 역시도 행복의 삶을 사는 모습들이 되리라 믿는다.
자연속 붉은 노을을 보며, 꽃을 보며 삶속에 가슴으로 느껴지는 그 시기와 감성의 깊이는 다들 다르지만 우린 늘 새로움을 발견하며 살아가길 기도한다. 내일의 달라진 모습들이 내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의 성숙한 모습까지 이길 바라며 우린 배움 앞에서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날로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모두들 깨닫고 배움의 시간들을 열심히 가지고 있는 여러 회원들을 본다. 난 그들이 또 다른 행복감을 선물해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누군가에게 삶에 도전감을 주고 꼭 무언가가 되 주어서만이 아닌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열심히 배우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바로 아름다움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