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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창조문학신문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작 |
- 다시 피는 서당 /송하라 |
2020 창조문학신문 신인문학상 심사 결과 발표
1. 당선(수필부문) : 다시 피는 서당 (송하라)
*당선: 상금과 상장 수여
*시상식: 코로나로 인하여 무기한 연장
*모든 당선작들은 당선소감과 함께 편집하여 문학일보에 게재 예정
해당 기사 클릭: 문학일보
당선 소감
2020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자 송하라 작가
치유의 길이 수필이 걷는 길 중의 한 방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등불처럼 주변을 밝히는 글을 써 그 치유의 과정에 동참하고 싶다는 밀알 하나를 품게 되었습니다.
그 밀알을 품고, 기억 속 소중한 일들을 글로 정리해 놓았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보는 일상은 더 짙은 향수로 와 닿아 나의 감성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 밀알에서 고운 싹이 나고 열매를 맺어 세상으로 날개 짓 하기를 꿈꿉니다.
미숙한 글을 선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제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 양가 가족, 친구, 동료 ,이웃, 그리고 저의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과 더불어 존재하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하심과 행복을 위해 기도합니다. 앞으로 무엇보다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글을 쓰기 위해 정진(精進) 하겠습니다.
[심사평 -송하라 의 수필 “다시 피는 서당”에 관하여]
수필은 우리의 삶이 어떻게 문학 작품으로 되살아나 삶에 투영되는지를 보여주는 문학 장르이다. 글 전체의 얼굴인 제목 ‘다시 피는 서당’은 참신함으로로 눈길을 끌었고, 읽어 내려가면 잔잔한 감동을 주는 내용과 썩 잘 어울리며 젖어들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흐름에서 사유는 자연스럽게 독자와 만나게 되 는 것이다.
‘다시 피는 서당’으로 우리는 서원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현시대에, 서원의 축소형인 옛 서당의 역할을 되짚어 보게된다
당선을 축하하며 작가로서의 출발에 박수를 보낸다
- 박인과 문학 평론가 -
미래시학원고
<수필> 다시 피는 서당 - 송하라
인기멤버
9191ho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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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7. 14:56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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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피는 서당
송하라
생기가 넘치는 꽃무늬 가득한 바지를 입고 바지 끝단을 감싸서 양말의 발목 안으로 넣은 다음 고무장화를 신었다. 콧대와 볼을 감싸 햇빛이 차단되도록 마스크를 착용한 후 팔도 가려줄 것 같은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머리에 썼다. 그렇게 작업복을 입고 움직이다보니 습기인지 땀인지 모를 물방울이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등, 겨드랑이 등에서 흘러내렸다.
직장인인 나는 여름휴가 차 어머니의 본가에 갔을 때 처음으로 서당 정원의 정리 작업을 도왔다. 무더운 날에 그것도 휴가에 ‘ 풀을 뽑아야한다니. ’ 라는 탄식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어머니께서 땅을 보며 일하시는 동안 하늘을 보며 낮잠을 잘 수는 없지 않은가. ’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늘어진 몸을 이끌고 따라 나섰던 것이다.
그 첫 경험은 8월의 어느 날이었고 날짜를 기억하지 못 하지만 날씨는 기억한다. 번쩍 번개로 갈라지며 난 길을 따라 우르르 쾅쾅 천둥이 치며 종일 내린 전날의 비로 불어난 서당 앞 개천 물줄기들은 서로를 쓸어 가다시피 하여 그 소리가 유달리 귓전에 선명했다. 여전히 하늘에는 툭 건드리기만 해도 마구 비가 쏟아져 내릴 듯 먹구름이 가득 했고, 숨을 들이 쉴 때 미지근한 수증기를 콧속으로 쐬는 듯 후끈한 느낌이 드는 늦은 오후였다. 비 온 뒤라 땅을 딛는 발의 느낌은 말랑했고 정수리로 내리쬐어야 할 햇볕을 먹구름이 많이 가려주어 따갑지 않았다. 서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침 때가 되었다는 듯 풀들이 저마다 몸을 쭉 늘여 웃자란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 몸통만한 나무기둥이나 쿵쿵 뛰어도 내려앉지 않는 대청마루로 시선이 집중되기보다 정글과 같은 무성한 잡초덤불에 기가 눌렸다. 단단하던 땅과 돌 틈에서 움트고 자라난 무성하고 강렬한 식물들을 보니 나의 아파트가 떠올랐다.
나는 뜰이 없는 14층 아파트에서 살면서 내 나름의 작은 정원을 가꾸었다. 흙의 느낌이 살아 있는 황토 빛의 거칠한 토분에 모종을 심고 물을 주기적으로 뿌려주는 것이 내 나름의 작은 정원 가꾸기였다. 사실 세심한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터라 그 모종도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면 되어 기르기가 쉬운 편이었다. 실내조경 분갈이용 토(土)를 가져다 만들었기에 잡초는 어쩌다 한 두 싹 보일 때만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이용해 부드럽게 살짝 흔들어 뽑아주면 되는 일이었다.
고무장화를 신은 채 거리낌 없이 물웅덩이를 찰랑하고 밟으니 이내 눈 앞의 현실로 돌아왔다.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한다. 먼저 집의 뒤편으로 향했다. 담장을 타고 넘어오는 이름도 모르는 풀이나 한삼 등의 넝쿨 뿌리들을 거침없이 걷어냈다. 그 속에서 힘겹게 버티던 수국과 국화들을 발견했을 때는 오랜 시간 땅에 묻어두었던 보물 상자를 발견한 것 같았다. 큰 나무들은 잔가지치기를 해주어 자리 잡고 나갈 가지들로 영양분이 잘 집중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무심히 쭉 뻗는 가지들은 살짝 휘어잡아 운치를 얹어주었다. 집 뒤편의 언덕으로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을 슬리퍼를 신고도 발에 생채기 없이 걸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돌들을 골라냈다
다음은 땅의 잡초들을 최대한 없애는 느리고도 세밀한 작업이 이어졌다. 낫자루를 쥐어 본 적이 없는 나는 돌 틈 사이 삐죽이 튀어나온 잡초들을 호미와 손으로 뽑아내는 중에 처마 밑 잡초들을 유난히 더 신경 써서 뽑았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처마의 낙숫물이 보조개 같이 물웅덩이에 연이어 떨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또옥 또옥 또옹’ 하는 일상에서는 듣기 힘든 맑은 소리가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고, 낙숫물이 떨어질 때 동그랗게 퍼지는 파동을 한참 보는 재미도 있어서이다. 그 순간을 남기기 위해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한 시간을 넘게 물웅덩이 사진만 찍은 날이 있었을 정도로 나를 집중시켜서이다.
그렇게 내가 안 뜰의 잡초를 뽑는 작업을 하는 동안 어머니는 대문 밖에서 낫을 들고 혹시 똬리를 튼 채 풀 그늘 속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뱀을 확인하며 큰 나뭇가지들을 쳐내는 작업을 끝내셨다. 이제는 위험한 일들은 다 했으니 대문 밖 작업에 따라 나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어머니의 뒤를 따라 자리를 잡았다. 또 다시 손과 호미로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어머니가 먼저 확인한 길을 따라 잡초를 뿌리까지 뽑는다. 제초제를 뿌리면 더 빠를지도 모르겠지만 어머니께서는 제초제를 뿌리지 않으신다. 그래서 뿌리까지 뽑아내면 한 동안은 나를 앞서신 어머니께서 조금은 덜 고생하시지 않을까 하는 나 혼자만의 생각을 했다. 그렇게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담장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나의 시각으로 상상해보았다. 마치 앞선 사람은 뒤 사람의 길을 내어주고, 뒤 사람은 앞선 사람이 뒤돌아보았을 때 걸어온 그 길이 흐뭇할 수 있도록 느리지만 단단하게 다져가며 따라가는 듯 보였다.
작업을 마쳤을 무렵 점점 더 검어지던 하늘에서 빗방울도 한 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뻐근해진 허리를 펴며 대문 안을 들어서니 그제야 이 서당의 주인이 떠오른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한 교육과 고서인 한문 서적들을 우리 한글로 해석하는데 일생을 보내시며 사재로 서당을 지켜 오신 나의 외 고조부모님, 증조부모님 그리고 조부모님, 나와 어머니 보다 훨씬 더 앞선 분들인 당신들께서 생전에 쓰신 친필 서각에서 묵향이 번져 나오는 듯 했고 화단의 나뭇가지가 외할아버지가 쉬실 때 피우시던 담배곰방대 같이도 보였다.
무성한 풀덤불에 가려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모든 정리를 마친 후에야 한 걸음 씩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새로운 풍경으로 피어났다.
송하라
한양대학교 졸업
2020년 <창조문학신문> 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