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2월10일 다듬어진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은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 사이트를 개설, 일반 국민을 참여시켜 함부로 쓰이고 있는 외래어,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매주 하나씩 공모하여 결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외래어 ‘파트너십(partnership)’의 다듬은 말로 ‘동반관계’를 최종 선정하였습니다.
현대 사회에선 개인이나 조직·단체가 지금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개인이나 조직·단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긴밀한 관계나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최근 들어 둘 이상의 개인이나 단체 간에는 파트너십을 구축하거나 체결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윈윈[win-win, →상생(相生) 또는 상승(相勝)] 전략의 하나로 파트너십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파트너십(partnership)’이란 말의 쓰임이 무척이나 애매하고 불분명합니다. ‘파트너십을 구축하다/수립하다/맺다’처럼 쓰이는 것으론 봐선 ‘친선 관계’ 또는 ‘우호 관계’를 뜻하는 ‘프렌드십(friendship, →친선 관계)’처럼 둘 이상의 사람, 단체가 서로 맺는 관계의 하나로 보입니다. 그러나 ‘파트너십을 체결하다’라고 할 때의 단순히 그런 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조약이나 약정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영어 사전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쓰이는 ‘파트너십’은 ‘둘 이상의 개인, 조직·단체, 국가가 규칙적으로 함께 일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법률, 경제 용어로 쓰일 때에는 ‘조합의 당사자가 서로 출자하여 공동 조합을 경영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 즉 ‘조합 계약’을 뜻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파트너십을 체결하다’는 ‘파트너십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다’가 올바른 쓰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듯 애매하고 불분명하게 쓰이는 외래어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뜻이 분명한 우리말로 다듬어 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참고로 국립국어원에서는 ‘파트너(partner)’를 ‘협조자’, ‘짝’, ‘동료’ 따위로,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파트너십 이니셔티브(partnership initiative)’ 등은 각각 ‘국제적 동반 관계’, ‘친선 발의권’ 등으로 다듬어 쓰기로 한 바 있습니다.
그리하여 국립국어원이 지난 2006년 1월 26일부터 2월 7일까지 두 주에 걸쳐 ‘파트너십’의 다듬은 말을 공모한 결과 모두 399건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이 가운데 파트너십’이 둘 이상의 개인, 조직·단체, 국가가 서로 맺는 관계를 뜻한다는 점과 둘 이상의 개인, 조직·단체, 국가가 같은 자격으로 함께 일을 하는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더불어관계’, ‘동반관계’, ‘맞들이관계’, ‘맞잡이관계’, ‘한뜻관계’ 등 다섯을 최종 투표 후보로 선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총 1,119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더불어관계’는 230명(20%), ‘동반관계’는 624명(55%), ‘맞들이관계’는 82명(7%), ‘맞잡이관계’는 64명(5%), ‘한뜻관계’는 119명(10%)이 지지하였습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동반관계’가 ‘파트너십’의 다듬은 말로 결정되었습니다. ‘파트너십’이 기본적으로 함께 짝을 지어 일이나 행동을 하는 관계이므로 ‘동반관계’로 바꿔 쓰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부디 회원님께서도 ‘동반관계’가 ‘파트너십’을 대신하는 우리말로 완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널리 써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