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GlobalPost 2011-3-29 (번역) 크메르의 세계
[르뽀] 캄보디아의 주술 : 공포가 만들어낸 살인사건들
Cambodia: where fear, magic and murder intertwine
매년 평균 3명 정도의 캄보디아인들이 '주술사'로 지목되어 살해된다.
기고 : 테리 맥코이(Terry McCoy)
(캄보디아, 봄녹) — 건기에 막 들어선 혹서의 한낮에, 빠 에앙(Pah Eang) 씨는 몸을 떨면서 산속의 한 숲으로 걸어간다. 그녀는 매일 한번씩 이곳에 온다. 그녀는 자신이 겁에 질려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개방되고 고요한 장소에 5달 동안이나 오지 않았었다. 그것은 마법의 살인사건들이나 속삭임 때문에 그랬던 것만도 아니다.
빠 에앙은 자신의 스웨터를 끌어당기면서 캄보디아 서부지방에 걸쳐 뻗어있는 끄러완 산맥(Cardamom Mountains, 카르다몸 산맥) 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그리고 22세 된 자신을 밤에 잠들지 못하게 하면서 자신의 가족들을 상처준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잠잠해지지 않는 한 그녀의 인생을 더욱 상처를 받을 것이다.
인간의 흔적이라곤 대나무로 이어만든 오두막만 너무도 목가적인 모습 속에 서 있을 뿐이다. 그곳은 흉포한 일이 발생했던 곳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사진) 빠 에앙(22세/좌)와 닛 뽀우(29세/우)가 새로운 집의 아래층에 앉아 있다. 이들은 가족들이 주술사로 지목되어 살해된 후 남아 있는 가족들과 함께 이곳으로 이사해왓다.
(촬영: Terry McCoy/GlobalPost)
작년 9월, 빠 에앙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새벽 1시쯤 이 오두막에서 살해당했다. 아버지인 펭 빠(Pheng Pah, 46세)는 칼에 찔려 살해됐고, 남동생인 빠 브로(Pah Broh, 15세)는 목이 잘린 채 숨졌다.
다음 날 아침 그들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 포장도로에서 25마일이나 떨어진 참으로 오지 마을인 이곳의 일부 주민들은 기뻐했다. 그들은 이들 부자가 '주술사들'(sorcerers)이어서 마땅히 죽을만 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살인사건은 캄보디아의 시골지역에서 발생하는 어지러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시골지역에서 주술은 매우 현실성을 지닌 일이며, 그것을 멈추는 유일한 길은 폭력을 통한 해결 뿐으로, 때때로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매년 평균 3명의 캄보디아인들이 주술사로 지목되어 살해된다. 이러한 마녀사냥은 성장하는 도시들과 가난에 찌든 시골 사이의 간극이 더 벌어지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동시에, 캄보디아 문화에서 초자연적 주술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 2006년 이래로 캄보디아의 지방에서 주술사로 지목되어 살해당한 사람은 총 17명이다. 캄보디아의 NGO들에 따르면, 마을에 환자가 발생하거나 했을 경우 주민들은 [저주를 내린] 용의자를 찾곤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치는 과거보다는 많이 줄어든 것이다. 2002년도에 발표된 유엔의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한해 동안에만 주술사로 지목되어 살해된 사람들이 8명이었다.
이러한 살인사건의 이면에는 언제나 그 희생자들의 유족들도 존재한다. 유족들은 차별 속에 남겨진 채, 어찌하여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와 가족들이 살해당했는지 여부에 대한 탐색을 해나가야만 한다.
살해당한 펭 빠 씨의 아내인 닛 오운(Nith Oun) 씨는 "우리는 돈을 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이 살해당한 후 가족들을 데리고 친척 집으로 이사했다. 그녀는 "나에게는 남편이 없다. 아들도 없다. [내 이웃들의] 미신 때문이다. 마법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술과 관련된 살인사건들 중 3분의 2 정도가 사법처리를 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캄보디아의 인권단체 '리카도'(Licahdo)가 최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주술사로 지목되어 살해당한 사건들은 15건인데, 그 중 6건만 기소를 당했다. 이러한 사건들의 경우 법률과 증거들을 요구하는 시스템과 주민 자치적 정의가 보다 도덕적 우위를 지니는 형이상학적 시스템 사이에 간극이 크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우선, 과연 '마법'이란 것을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캄보디아의 시골지역으로 더욱 깊숙히 들어갈수록, 흑먼지 길 만큼이나 경찰력이 더욱 닿지 않는 지역을 보게 된다. 그러한 곳들에서는 증거보다는 심증이 우선한다. 거의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허리에 주술과 악령으로부터 보호해줄 부적들을 두르고 있고, 군인들은 산스끄리뜨어 문신들을 몸에 새겨, 그것이 전투에서 적의 총탄을 막아줄 것이라 믿고 있다. 이러한 믿음과 실천들은 시골 지역에서 문화와 공포, 그리고 마법이 융합된 또다른 지형도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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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푼신펙당 사무총장이기도 한 넥 분 처이(Nhiek Bun Chhay) 부총리가 자신의 몸에 새겨진 호부 문신을 보여주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호신용 부적이나 문신들은 상류층이나 빈곤층을 가리지 않고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 문화적 현상이다. [촬영: Vinh Dao/GlobalPost] |
스웨덴 '웁살라대학'(Uppsala University) 인류학과의 얀 오베센(Jan Ovesen) 교수는 캄보디아 시골지역의 주술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데, 그는 "대부분의 캄보디아인들이 마술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주술사에 대한 고발은 이러한 마술적 세계관이 실행되는 한 방식이다. 자신의 불행을 타인이나 다른 어떤 것의 탓으로 돌려야만 하는 것이다. 불행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의 악운을 바라고 있다고 믿는다." |
NGO들이 발표한 보고서들과 지역 주민들 및 공무원들과 행한 10건 이상의 인터뷰들에 따르면, 펭 빠와 그 가족들에게 방생한 일에 관해 가슴 철렁한 복수와 망상이 관련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이들 설명들에 따르면, 이 마녀사냥의 발단은 처음에 한 웅성거림에서부터 기인했다. 그것은 펭 빠가 살해되기 한달 전 쯤인 작년 8월의 일이었다. 끄러완 산맥에 자리잡은 농촌인 봄녹(Bomnok) 마을에서는 당시 모내기 철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때 막 연애를 시작한 23세의 마오 짠리(Mao Chanly)가 어떤 가족이 소유한 개에게 물린 후 중병을 앓기 시작했고, 환자의 부모들은 이것이 광견병이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마을 주민들 중 어느 누구도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서 공황상태가 되었다. 이 소동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마오의 가족들은 그녀에게 산에서 자라는 약초를 먹였지만 효험이 없었다. 몇주가 지나자 그녀가 사망했다.
그녀의 병은 한밤중에 시작됐었다. 마오는 부모들에게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을 붙잡고 잡아당겼다고 말했었다. 병은 더욱 중해졌고, 부모들은 그녀를 마을의 파고다(사찰)로 데려갔다. 그곳의 승려는 소문을 확인해주었다. 마을에 주술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오의 죽음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은 매우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캄보디아 인권단체인 '리카도' 및 또 다른 인권단체인 '애드혹'(Adhoc)에 따르면, 이러한 일이 캄보디아의 시골지역에서는 종종 발생하는 것이라 한다. 적절한 교육과는 멀리 떨어진 지역들에서, 미신이 적절한 설명방법을 재빨리 대체하곤 한다.
'리카도' 소속의 연구원인 엑 소티어(Ek Sothea) 씨는 "병이 나면, 마을 사람들은 비밀리에 주술사를 살해할 계획을 꾸민다"고 말하고, 주술사로 지목한 후 살해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설명했다.
"주민들은 경찰을 부르지 않는다. 그들은 경찰이 자신들을 믿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법률이 주술사 편을 들 것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주술사들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비밀리에 살해할 모의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주술사가 도덕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악마처럼 생각한다." |
얼마 안 있어 마오는 사망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펭 빠와 그 가족들에 대한 위협이 더욱 거세졌다. 결국 9월 말의 어느날 밤에 이러한 현상은 극에 달했고, 수를 알 수 없는 일군의 공격자들이 논을 지키기 위해 숲속의 원두막에서 자고 있던 펭 빠와 그 아들을 공격해서 살해했다. 하지만 이 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아무도 구속되지 않았다. 관할 경찰서에서는 모든 용의자들이 도피했고,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마오의 모친인 시안 속 완(Sian Sok Van)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님들이 내 딸에게 흑마술을 거는 누군가가 있다고 분명하게, 매우 분명하게 확신했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미쳐서 설친 적이 없다. 아무에게도 원한을 갖지 않았다. 우리는 그 살인사건에 대해 아는 게 없다. 나는 오직 내 딸의 죽음에 대해 슬프고 비통하게 느낄 뿐이다." |
캄보디아의 시골지역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특히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을 경우 항상 이런 방식으로 끝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오랜 기간 지속된다. 그리고 아무도 그 사건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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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친 개를 몽둥이로 잡을 생각은 않고, 죄없는 사람을 지목해서 잔인하게 살인을
서슴없이 행하니 참, 그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승려가 악의 근원입니다.
어떤 경우엔 승려들일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엔 "아짜"로 불리는 무속인들도 있고,
그런 모양입니다...
태국에도 말이죠...
절에 가면 한국의 삼신각처럼 전통적인 토속신앙이 결합된 시설물들이 있는데 말이죠...
주로 탑 같은 게 많습니다만...
제가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탑에 새겨진 문자가 고대-크메르 문자였습니다.
태국 사람들도 부적은 크메르어로 써야 영험하다고 생각했던듯 하더군요..
하여간 캄보디아에서 흑마술(저주) 전통이 굉장히 강한 것 같고..
아마도 이런 것은 불교 전래 이전의
인도의 종교전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네요..
가령 호라 역법 같은 것이 그렇죠..
아마도 아유르 베다 같은 전통 의술 유사한 전통도 함께 들어왔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