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일지[신시도]
○일자 : 2008. 6. 6.(금) - 6. 7.(토)
○장소 : 전북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
○참석 : 백두대간 부부, 산고수장 부부, 요산요수 부부, 모구다리 부부 8명
○신시도를 아시나요
군산 앞 바다의 선유도는 워낙 유명하다. 수년 전부터 초여름이면 백두대간이 등산 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 오던 터라 마음속 깊이 동경해 오던 섬이다. 작년에는 할아버지 제사일자와 겹쳐 못가고 내년을 기약했었다.
근데, 선유도가 아니고 신시도란다. 아니- 왜, 선유도 안 가는 기여? 신시도도 좋단다. 두세 시간 정도의 산행도 있다고 달래는 통에 일단 아쉬움을 접는다.
몇 년 전 새만금사업이 법정으로 비화되어 전 국민의 관심사였던 때 부안을 거쳐 변산에서 방조제 현장을 보았던 적이 있다. 바다 가운데 섬까지 육지 양쪽에서 메워간다고 들었다. 방조제 중간에 위치하는 섬이 신시도란 것을 알고 나니, 그래 알만하다는 생각에 선유도가 아니어도 좋다는 자위를 해본다.
하루 전인 6. 5. 에야 배불뚝곰께서 비상시국이라 불참한다는 통보가 오다. 현충일 행사에 높으신 어르신이 참석한다니 공무원인 배불뚝곰 대기해야지. 1년 남은 정년인데 내년에는 비상도 없어지면 배불뚝곰 긴장감 없어 왕뚝곰이나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으로 시작된 촛불시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대단하다. 어느 장사가 성난 저 불길을 얌전히 끌꼬!
○신시도 가는 길
6. 6. 현충일 공휴일이다.
광주에서 모구다리 승용차에 산고수장 부부에 이산가족인 이 사람까지 5명이 출발한다. 군산에서 11시에 만나기로 했으니, 8시 출발은 여유롭다.
상무지구에서 9시가 다 되어 출발했지만, 약속시간에는 느긋하다. 서울에서 출발한 우리 집 싸모가 운전한 차량에는 백두대간 부부가 함께다. 8시 여의도를 출발했다는데, 9시에도 10시에도 11시에도 서울 톨게이트를 못 벗어나고 있단다. 전화로 연락하는 우리까지도 지쳐버릴 정도다. 차 속에 갇쳐있던 사람들이야 어련했으려고-
광주 팀이야 군산에 일찍 도착했지만 할일이 없다. 서울 팀을 무작정 기다리려니 지루하고 배도 고프다. 충남 서천시까지 올라가 본다. 전망대도 올라보고 유원지에서 야구 방망이도 휘둘러보고, 활도 쏴 보지만 그래도 지루하다. 우린 목적지도 모른다. 백두대간이 도착해야 목적지를 알 터인데- 그냥 모른 채 기다리기만 하니 지루하다.
톨게이트를 가까스로 통과한 서울 팀이 15시에 동군산 IC에 도달한다. 반갑다. 모두가 점심을 먹지 못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간단한 곳만 찾다 보니 방조제 입구까지에 식당도 없이 도착해 버리다.
방조제 입구, 공사장 수문장이 위세 등등하게 지키고 있다. 민박집 주인이 우리 일행 승용차 번호를 전화로 확인 해 주고야 통과한다. 비포장 길이지만 먼지는 많지 않다. 공사판도 시대에 따라 순화해 가는가 보다. 멀다. 속도는 시속 20km로 제한되어 있다. 과속 방지턱도 수도 없이 많다. 2-30분은 가는 가 보다. 민가가 보인다. “야미도”라는 간판도 있다. 그러다 보니 신시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마을도 없고 달랑 선착장만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주차장에 수십 대의 차량이 있다. 낚시 온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도착시간 15:50이다.
○ “아이시 께끼”
점심을 굶었으니 뭐든지 요기를 해야 되는데, 선착장이란 곳에 주차된 차량만 보이지 인적도 인가도 없다. 우리 싸모가 유부초밥을 싸온 것을 꺼내 논다. 난 광주에서 가져온 담양 추성골 대나무 술 세트를 내놓았다. 모처럼 우리 싸모가 등산에서 박수 받을 일을 해왔다. 역시 오래 사면 그런 일도 있다니까-
그런데, 가져 온 짐을 가지고 등산을 해야 된단다. 선착장에서 민박집까지 가는 방법은 배를 이용하던지 산을 넘든지, 둘 중에 하나이다. 우아! 큰 일이다. 갈아입을 여분 옷 등은 무게가 없지만, 술이나 음식물은 어떠하라고?
산고수장 형수씨 반찬을 많이도 가져오셨다. 휴대용 아이스박스를 걸머멘 산고수장은 “아이시 께끼!”를 외치던 40년 전의 아이스 케익 통을 멘 소년 다름 아니다.
○월영봉
오늘 등산은 신시도의 최고봉인 월영봉(198m)과 대각산(187m), 두 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예상시간은 세 시간이다.
16:20. 각자 소지품을 챙긴 채 산을 향해 출발. 비포장 방조제를 20여분 달렸으니 보이는 것은 바다 뿐,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모른 채 출발이다. 방조제 공사로 주위가 어수선하다. 손바닥보다 좀 큰 저수지가 보인다. 농사를 지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장사무소 같은 조립식 건물이 제법 크다. 산기슭에는 골프연습장도 있다.
16:30. 산행의 들머리에 서니 신시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의 방조제가 보인다. 배수갑문에 물살이 급하다. 바닷물이 들어오는지 빠져 나가는지도 아직 감이 없다. 물살이 급한 것으로 보아 방조제의 길이가 먼 것을 추측할 뿐이다. 길이가 33km라고 하니 근 100리 길이다.
백두대간이 준비해 온 산행지도를 보면서 오른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한 가운데 인 이곳 신시도 이지만, 방조제의 끝은 양쪽 어디도 보이지 않는다. 방조제는 있는데 어느 쪽이 바다인지 간척지인지도 구별이 안 된다. 세상에 이렇게 큰 간척사업도 있당가?
한적한 섬마을이지만, 등산로가 제법 넓다. 산행객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길가에 야생동물 포획용 그물이 보여서 조금 실망했지만 그 외에는 달리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월령재를 지나 월령봉을 향한다.
정상까지 가는 20분간의 산행로가 너무 아름답다. 암릉이라고 소개되어 긴장했지만, 아름다운 암릉이다. 그 곳의 토질이 특이하다. 오래되어 바위가 절반은 흙이 된 모양만 바위다. 암릉의 바위를 우리는 “책 바위”라고 명명했다. 마치 책처럼 얇은 장을 겹쳐놓은 듯하다.
정상에는 표시석이 보이지 않는다. 배낭에 넣어 온 대나무 주 한잔씩 나눈 후 길을 독촉한다. 17:45분이다. 약 1시간의 오름이었다.
내리막은 바다 쪽 능선이다. “저 앞이 무녀도, 그 옆에 아득히 보이는 연도교를 지나 선유도”,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안내 설명이 끝이 없다. 바닷쪽 낭떠러지로 절경이 이어진다. 약 30분 하산에 조그마한 해수욕장에 이른다. 18:20. 이름하여 ‘미니해수욕장’, 초여름이지만 물도 맑다. 한 쪽으로 난 바다 절벽은 오랫동안 머물러 감상하고 싶은 곳이다.
신시도 전망대가 있는 대각산을 오르자니 시간이 바쁘다. 백두대간의 독촉에 지쳐버린 일행이 반란을 일으킨다. 못 간다고 버틴다. 선봉은 ‘아이시 께끼’ 통을 메고 월령봉을 넘은 산고수장이다. 버티는 데 어쩔 것이여???
○ 대각산 전망대
백두대간만 산행의 들머리로 서고, 모두가 민박집이 있는 마을을 향해 길을 잡는다. 우리 싸모도 대간 싸모도 모두 반란군 편이다. 오직 대간만 산행을 고집한다. 갈등! 산행은 계획대로 해야지, 대간 혼자 두고 나마저 반란에 가담하면(쉽게 말하자면, 落伍組) 안되는가 싶어 대간의 꽁무니에 따라 서다. 18:30. 아무리 낮은 산(187.2m)이지만, 초행인 산이고 보니 시간상 마음이 여유롭지 않다.
미니 해수욕장에서 시작하는 산행길이 급경사이다. 마음이 급해서 급경사일 수도 있겠다. 쉬어 가자고 하기에는 시간이 늦다. 20분 오르니 암릉이 시작되는 곳이다. 안내 도면에 135m라고 표시된 곳이다. 멀리서 보는 암릉구간은 긴장감을 준다. 가까이 가보면, 긴장이 아닌 탄성을 강요한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바위가 이렇게들 서 있다니. 모든 책바위다. 책이 누워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 서있다. 오르고 내리기 쉽게 밧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번 산행의 백미(白眉)이다. 대간과 둘이서 가버린 일행과 함께 못함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사진을 찍다보니 정상에 도달한다. 단 10분 만에.
정상에는 전망대 시설이 되어있다. 3층짜리 양철 구조물이다. 정상에 이런 구조물이 있다는 것에 거의 신경질적인 이 사람 눈에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금산에 있는 대둔산 정상에 설치된 철 구조물은 가히 기절초풍할 수준이다. 대둔산 구조물에는 자랑스럽게 군수님 이름까지 새겨 놓았는데, 그게 명예로운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대둔산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이곳도 안심할 수 없음이다. 저 새만금 방조제를 보라. 걱정이 된다. 도로만 완공되면, 수만의 재앙(災殃) 군(群)들이 이곳에 위락시설을 만들자고 하면서 점령군처럼 행세해오지 않을는지가. 3층에는 망원경도 두 대 설치되어 있는데 유료인지 작동이 되지 않는다. 19시이지만 초여름이라서 아직은 어둡지 않다. 멀리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까지 보이고, 턱 밑에는 섬인지 바위인지 조그마한 무리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항우(項羽) 같은 장사가 역발산 하여 바다에 뿌려 버린 듯, 온 통 바다가 올망졸망한 조그만 섬 들이다. 바로 여기가 ‘고군산군도’란다. 24개의 섬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곳이 신시도라니 그런대로 우리가 온 섬이 의미가 잇는 섬인가 보다.
마을까지 하산도 30분이면 족하다. 19:30. 등산안내판이 있는 곳을 통과하여 신시도리 민박집에 도착하다.
먼저 온 낙오조가 기다리고 있다. 생선회가 대접 같은 접시에 가득하다.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남는다. 남자 네 명이 소주 14병을 마셨다니, 생선회가 보통 안주가 아니었나 싶다.
○안녕 신시도
6월 7일 토요일
다들 잘 일어난다. 어제 밤 과음한 난 못 일어나겠는데. 어제 못간 전망대 가기로 의기투합한다. 역시 향산회원 다운 기개들이다. ‘아이시 케끼’ 통 메고 산을 넘어온 산고수장은 아직도 인사불성이다. 7명이 전망대에 오른다.
들머리를 어제와는 다른 곳으로 잡는다. 민박집이 있는 신시도리에서 등산안내판이 있는 곳을 지나 10여분 농촌들녁을 지나다 보면 등산로 안내판이 보인다. 일단 들어서자마자 바로 널찍한 바위등산로가 나타난다. 계속된 오르막이지만 책장 같은 바위들의 경관에 땀방울도 잊게 한다. 어제 지난 암릉 길이 오늘은 여유로워서 더욱 다정하다. 향산회 산행에서 다음날 복습(復習)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즐겁고 아름답고 아까운 우리의 나날이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꽤나 싹싹하다. 음식솜씨도 좋을 뿐만 아니라 생김도 한 미모 하는 멋쟁이다. 우리 일행 모두 헤어짐에 아쉬움을 표시한다.
잊지 않고 명암을 받아 두다.
첫댓글 사진 촬영일자가 2008. 06. 06.인데, 잘 못 나왔습니다. 사진기도 근 1년만에 만졌더니, 날짜가 투정부리는 것도 몰랐습니다. 로 스쿨 준비한다고 쬐금 바쁜 생활였나 봅니다.
주변 울님들이 댕겨와서 좋다고 하니 나도 오기가 난다닌가 요산께서는 추억이 더 많이남겠네 백두대간 따라 둘이서 대각산까지 아무나 하는게 아니여 내가 댕겨올때는 구석구석 댕겨 올테니 시간이 나는데로 김상희씨도 만나고 올테니 기다려봐요 감 하고가네
어이,요산 나 댕겨가네.
요산의 글속엔 항시 정겨움이 풍겨지네. 잘보았네. 아이스께끼통 메고 산고를 치렸구만.
고맙습니다 사진잘나왔네요 사진기가좋은가 인물이좋은가 ㅎㅎ 감사합니다 좋은경험하셨다니 저도 기분이아주좋아요 사진속의 사장님들보니까 반갑기만하네요 ㅎㅎ 좋은글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정말요 다음에오시 맛나게더해드릴게요 ^ㅎ^
귀경길에 사모께서 너무 고생을하서서 면목이 없었네.. 바른길로 바로 왔어도 되었는데.. 아무튼 고마워 ..사모께 고맙다고 꼭 안부 전해주시게..
오래만에 들렸더니 많이변했구요 산행기도 오랬만에보니 즐거웠슈... 배불뚝곰은 다음부터는 참석하는것이 건강좋을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