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비는 비호외전과 설산비호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물입니다. 비호외전의 후기에서 김용은 자신이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곽정, 양과, 소봉, 영호충, 호비를 뽑은 바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호비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다른 인물들에게도 물론 범인은 따라갈 수 없는 대협의 풍모가 느껴지긴 하지만 정말로 대장부다운 호비의 호탕함과 의협심에 가장 정이 갑니다.
그는 어려움과 위기에 처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으며 의롭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쫓아 행동했습니다. 또한 자신에게 베푼 조그만 은혜도 잊지 않고 되갚았으며 재물의 유혹이나 체면, 의리 앞에서도 봉천남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간청 앞에서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김용의 말마따나 영웅호걸은 강압적인 요구에는 절대로 굽히지 않지만 부드럽고 애절한 부탁에는 잘 넘어가는 법입니다. 과연 어떠한 인물이 그러한 걸 뿌리칠 수 있을까요? 그러한 의미에서 호비는 진정한 俠, 義 앞에서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인물입니다. 정에 이끌리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한 호비도 설산비호에서는 결단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마지막 묘인봉과의 대결이 그것입니다. 일도를 내리치면 묘인봉을 죽이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그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됩니다. 더군다나 묘인봉은 그도 존경할 만할 대협이고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이 죽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정말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상당히 어려운 시험입니다. 저는 그냥 좋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호비가 일도를 내리치치만 묘인봉을 죽이진 않습니다. 그 때문에 호비도 부상을 입을 테죠...그리하여 서로의 오해와 앙금이 풀리고 묘약란과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는 비호외전에서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봐야 했고, 자신을 사랑했던 이의 죽음을 맛봐야 했습니다. 그만큼의 고통을 겪은 만큼 그에게는 그러한 행복한 결말로 끝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그가 雪山의 외로운 飛狐로 남기보다는 그도 남들과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길 바라는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