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월만 빠른가!!!
해 놓은 것 없이 세월만 축냈는가 했더니 그 세월도 제대로 축을 못낸 죄(?)로,
남들은 아들들을 진작에 제대시켰거나 제대날을 기다리고 있는 나이에
나는 이제사 외동 아들을 군에 보내려고 한다.
그러니 뭐하나 제대로 하고 산 게 없다는 힐난을 받아도 싸다.
딸내미 아들내미 하나씩 두고 가는 세월 잊고 살았는데 이제 한 이년동안 딸만
곁에 두고 살아야하니 마음도 반쪽이 될런지...
항상 어린애 같았는데 지가 신체검사 받고 지가 입대 지역과 날짜까지 결정해서
이달말에 입대하겠단다.
그래서 모처럼 식구들이 함께 바람이라도 쐬고오자고 의견의 일치를 보고 갈 곳을
찾던 중, 이 곳을 통해 야인시대농원을 보았고,
내가 서울 모임에 앞서던 시절에 열심히 나와 주었던 규천이가 생각 나서 그리로
가보기로 맘먹고 한 이주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 두었던 터다.
먹거리는 자체 조달이라는 농원원장(?)의 말이 없더라도 팬션이라는 곳이 그런 곳
임은 익히 알고 있었으니 가기 전날 퇴근해서 마누라랑 이런저런 먹거리를 열심히
나름 장만했다.
쐬주도 두어병, 맥주도 두어병, 독한 중국술, 만만한 게 삼겹살이니 당연히 두근 끊고
참외랑, 내가 제법 맛을 낼 줄 아는 찌개 거리, 쌀 등을 챙겼다.
어제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는 게 게으름 피다가 9시 좀 넘어서 출발을 했는데 그래도
토요일인데 설마 막힐까 방심했던 게 댓가를 받느라 두시간 거리를 네시간이나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상면이가 앞서 설명한 글을 읽은 덕도 있고 인간 네비게이션 실력을 발휘하여 전혀
한 치의 헷갈림 없이 야인시대농원이라는 문패 앞에 잘도 도착했드랬다.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하남 톨게이트를 거쳐 팔당대교를 넘고 국도를 달리어 홍천에
이르렀으며 우회도로를 이용하여 홍천시내를 지나서 인제 방향으로 가다가 얼마 안가서
만난 원평교차로를 왼쪽으로 돌아 내리니 좁은 아스팔트길이 나온다.
그리고 아스팔트길과 콘크리트 포장길, 비포장 도로, 다시 아스팔트 포장길을 12km쯤
달렸는데, 정말 산 높고 골 깊은 깊은 산중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신선함을
듬뿍 느끼면서 드라이브를 했다.
이런 류의 곳이야 내가 좋아하는 장소이니 나는 좋지만 군소리 안하고 따라 나서준 아그들과
마누라가 속으로 고마웠다.
모처럼 먼거리 외출이라서 그런지 노모 또한 어제 밤 아프다던 표정이 언제 그랜냐는 듯 밝은
나름대로 밝은 얼굴이시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넓은 평수에 잘 가꾸어진 밭, 완공된 방갈로 두 채, 신축중인 또 한 채,
상당히 깊은 골짜기 아래로 시원하고 맑은 물이 힘차게 흘러 내리고 있어서 제대로 한 폭의
편안한 동양화이다.
혼자 지내고 있을 줄 알았던 규천이 말고도 서글서글하고 마음씨 좋게 생긴 안주인과 동생을
돕겠다고 안성에서 올라오신 형님까지 예기치 못한 환영인파(?)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잘 정돈되어 있는 방갈로에 짐을 풀고 한바퀴 돌아 보는데,
밭에는 맛있게 보이는 적상추가 무성하게 자라서 어서 먹어달라고 애교를 떨고 있고,
가지, 오이, 토마토, 아욱, 열무, 감자, 고구마 등도 잘자라고 있는데 특히 눈에 뜨이는 것은
삼사십미터 길이의 고랑을 몇 줄씩이나 차지하고 있는 싱싱한 더덕 군락이었다.
모두들 시장하던 참이라 저녁거리로 준비했던 삼겹살로 점심을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안주인의 후덕함 만큼이나 맛깔스러운 갖가지 반찬과 아까 봐둔 상추에 더덕잎을 겹쳐 받히고
삼겹살을 구어 그 위에 얹어 둘러앉아 쐬주 몇잔을 곁들여 모두 같이 식사를 했다.
우리 식구 다섯명, 규천이 식구 세명, 이 정도이면 산중에서는 대식구다.
식사 후에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규천이를 못 본체 두고 딸내미와 아들내미를 앞세워 맑디맑은
물속에 시원히 몸을 담그고 한시간 반여를 넘도록 다슬기를 주워 올렸다.
시커멓게 바닥에 여기저기 널린 다슬기를 줍는 재미가 쏠쏠하여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고 다행이다 싶었다.
농원 뒤 산중턱으로 걸려 있는 길에 어쩌다 지나가는 승용차 소리만 있을 뿐 주변은 고즈넉하기
이를데 없다. 그저 물이 아래로 내닫는 소리와 새 소리만 가득하다.
한 대접 정도 잡고 나자, 저녁거리(?) 마련을 위해 서너개 어항을 든 규천이가 가세하여 물길로
들어섰다.
5~7쎈치 되는 버들치들이 떡밥의 유혹에 걸려들어 삼사십분만에 반남비 정도 잡혔는데 많이
잡혔다고 좋아한 거까지는 좋았으나, 그 고기들의 배를 내가 혼자 따야 한다는 것을 알아을 때는
이미 다른 선택이 없게 된 고생길(?).
그래도 가족들에게 흔치 않은 민물 매운탕 맛을 보여 줄 수 있다는 흐뭇함에 허리 통증도 잊고
쪼그리고 앉아서 그 많은 고기를 다듬어 농원 안주인에게 넘겼고 기분좋게 공치사까지 들었다.
저녁 무렵에 부천에서 일을 돕겠다고 찾아온 규천이 조카까지 모두 11명이 저녁 식사를 민물
매운탕으로 훌륭하게 해결하였다.
지천으로 흘러 내리는 찬물에 잘 담가 두었던 쐬주병의 목도 단연히 비틀어졌고....
저녁식사 후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규천이에게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얘기들을 간단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살아온 길과는 전혀 다른 과정들이어서 일편 관심이 쏠리기도 했으나
이번 여행의 목적은 아들을 위한 시간 마련이었으니 양해를 구하고 식구들이 기다리는 방갈로로
걸음을 옮겼다.
밤 하늘에서 기대했던 수많은 별들과의 상면은 날씨가 흐려서 이루어지지 못했다.
모기가 없는 청정지역이고 공기도 소리도 맑아 밤공기가 몹시 편안했다.
가족들과 포도주 잔을 부딪히며 아들의 장도(?)가 무탈하기를 빌고 담소도 나누고 모두 즐기는
카드 놀이도 함께 하고 11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예쁘게 잘 지어 놓은 방갈로 바로 아래로 물소리가 요란하여 그 외의 소리는 모두 묻히고 만다.
다만 아직 휴대폰 통화가 전혀 안되고 TV 수신 장치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잠시 문명과는
동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게 모두를 무료하게 만들었으나 핑게삼아 진짜 원시인이 된 듯 착각 경험을
하게 되었다.
몇 시쯤인가부터 빗소리가 요란하더니 골짜기를 꽉채운 물소리가 밤새 잠을 설치게 한다.
굵은 빗줄기와 골짜기의 물소리가 누워 있는 우리 식구들을 무섭게 만들었음은 물론,
낮에 보았던 젊은 한쌍의 야영 모습이 눈에 선하여 야영에 문제가 없는지 그도 걱정스럽다.
뒤척이다가 잠을 설치고 새벽 햇살을 받으며 밖에 나와보니 골짜기는 밤새 내린 큰 비로 인해
온통 황톳빛 물로 가득한 채 거칠게 아래로 아래로 내 닫는다.
그 기세가 무섭게 느껴질 정도이다.
원래 아침 메뉴는 어제 잡은 다슬기 된장찌개였으나 안주인이 준비한 뼈다귀감자탕이 있어서
모두 함께 아침을 맛나게 먹었다.
당초 계획은, 애들은 자유 시간을 갖고 우리 부부는 가리산 정상까지 등산을 하고 지천이라는
취나물을 좀 취하려 했었는데, 어제 밤의 큰 비 기세에 질린 마누라의 완강(?)한 반대로 계획을
바꾸어 일찍 귀경키로 하였다.
아쉬움이 작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주인공이 아니므로 차기로 미루고 짐을 정리한 후
귀가길에 올랐다.
연하고 맛난 상추와 부추를 듬뿍 담아주는 규천이 부부의 마음을 귀하게 고맙게 간직하고,
친구 부부도 건강하고 행복하고 하는 일들이 다 잘 풀리기를 빌면서....
돌아 내려 오는 산자락의 물안개가 우리를 좀 더 있다가 가라고 잡는 것 같았다.
**추록:
내가 보기에 어쩌다 찾아가는 친구들이나 지인들 입장에서는 '어쩌다 가끔 한번'이지만
규천이에게는 그런 일이 백번 있으면 백번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거지.
총명한 칠이오 친구들이니까 뭔 말인지 금방 알아 듣지?
벌써부터 노파심만 느나?
첫댓글 gg
좋은시간이라니 반갑구.....석환이도 모모씨인데 어디가것냐......걱정말그라 잘할끼다.
여름이 가기전에 함 가려고 생각중인데 모모의 이야기가 무슨 말인줄 알겠네그려~~ㅋㅋ 잘 읽고 간다
입대 할때만 좀 그렇치 금새 지나가 , 그래두 아들넘 군대 보낼때가 좋은겨 ! 묵은때 벗기러 야인시대 가봐야것네 ~~
쪽지를 너무 늦게 보았어, 예전과 달리 개인적으로 오든 것을 열람할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수사나 민사 사건이 개시되었을 경우와 진정서를 관할서에 제출하면 답답한 내용 일부는 해소될 수 있으니 참고 하시길.......
我知道了,谢谢你。
모모씨 잘 다녀 오셨군 아들 걱정 많이 하시겠네 남자로 태어났다는 증명이 될 거여 .......
^^** 아들 덕에 가족끼리 좋은시간 보내고 왔구먼... 그 아들이 오죽~잘 하고 오겠나 ?? !!
좋은 추억을 만들었군, 나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얘들 제대하고 아비로써 한게 없는것같애, 한달에 한번씩 외박 오는 바람에 면회도 한번밖에 못갔으니까. 상영아 네아들은 훌륭히 잘하고 올기다.!!!!!!!!!!!!!!!1
야인시대를 좀더 가깝게 가져다놓았구먼!!!
나도 가고싶다.
언제든지 오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