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강행된 샛별초 인조잔디 공사 강행에 맞서 샛별초 학부모들은 학교운동장에 천막치고 강력하게 저항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첫날 천막치고 현수막 달고 현안 대책회의하면서 다소 무난한 첫날밤(?)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동틀무렵, 손현준 대표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트럭이다."
황급히 이 사실을 학부모들과 주민들에게 연락... 새벽 댓바람에 놀란 학부모들이 달려와 맨몸으로 트럭을 막습니다. 그 속에서 학교측과 교육청 측의 그 어떠한 납득할만한 조치 없이 흙이 실려 나가면 일말의 희망도 사라진다는 학부모들의 절박한 심경을 보게 됩니다. 샛별초 학교장은 학부모들의 이런 힘겨운 모습을 봤으면서도 "현장소장이 잘 알아서 하시오"라는 냉정한 한 마디를 남기고 총총히 따뜻한 교장실로 가버렸네요... 교육청 담당자들도 월요일에 얘기하자며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게 맡기고 고급 승용차를 유유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샛별초 교장선생님은 왜 학부모들과 아픔을 함께 하지 않는지... 교육청 담당자는 어째서 건설회사의 논리만을 대변하는지 영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상식이 '불법' 논리로 천대받는 지금 이 시대의 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여간 학교장과 교육청 담당자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학부모들은 사태해결을 해야만 했습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경찰서 정보관들이 적극 중재에 나서 마침내 2일째 격렬한 싸움은 잠시 '휴전중'...
샛별초 흙운동장의 '흙'을 한 줌도 퍼갈 수 없다는 샛별초 엄마들의 절박한 요구와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된 공사를 해야 한다는 건설사의 팽팽한 대립이 2시간여 넘게 이어지다가... 마침내 학교 운동장 흙 일부 원형 보존, 월화 공사 중단, 교육청 협의 등의 중재안이 수용되어 이날 싸움은 일단락되었던 것... '흙'은 이날 만큼은 생명이었고, 샛별초 흙운동장은 '생명의 대지'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흙을 한줌도 퍼가서는 안된다는 엄마들의 절규 속에서 '흙'이 우리시대에 다시 생명의 상징으로 태어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태초에 흙으로 빚어진 인간들이 어째서 흙을 버리고 '인조'로 흙땅을 뒤덮으려고 하는지... 이날 내가 만났던 공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흙운동장 흙 상태가 매우 좋다고, 왜 이걸 없애는지 모르겠다고...배수문제가 없어 밑에 자갈이 있는 줄 알았다... 흙이 잘 다져졌다' 한마디로 멀쩡한 흙운동장을 왜 인조잔디운동장으로 뒤바꾸냐는 것입니다.
생명의 흙 운동장을 지켜주세요! |
출처: 里仁 원문보기 글쓴이: 笑笑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