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작년에 읽은 중세영어로 씌어진 켄터베리이야기(제프리 초서)를 번역한 이동춘교수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에 고대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베오울프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영웅서사시하면 그리스의 일리아스와 오딧세이를 떠올리지만 북유럽의 영웅서사시에 대해서는 많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신화"베오울프"도 켈트족의 신화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중세 독일의 신화"니벨룽겐의 노래"도 제목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영화로도 상영이 되었지만 실제로 책으로 읽어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나에게 그때 조금의 호기심이 발동 했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 일리아스를 읽고나니 다시 고대영웅서사시에 관심이 기울어지면서 한번쯤 읽어봐야지 싶었는데 이제서야 도서관에서 책이 들어온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우선 들어가기 전 기획의 말을 옮겨본다.
베오울프는 한 영웅의 일대기를 감명스러운 어조로 서술한 작자 미상의 대서사시이다. 6세기 스칸디나비아(현재의 스웨던,덴마크 등의 북유럽지역)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시는 구두로 전술되어오다 대략 8세기영에 학문과 문화적 전통에 해박한 한 앵글로-색슨의 한 수도사에 의해 문자화된 시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으리라 추정되며 현재 대영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수서본은 10세기경에 완성되어졌으리라 추측된다.
이웃 덴마크 왕국에 괴물 그렌델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예이츠족의 베오울프는 뛰어난영웅적 기개로써 괴물을 퇴치한
후 고국에 귀환한다. 후에 예이츠족의 왕이 되어 나라를 잘 다스리던 중 무서운 용의 갑작스런 침입을 받게 된 그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용과 싸우다 용을 살해하고 그 자신도 장렬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이와 같은 영웅의 일대기는 그 구성이나 소재.주제 면에 있어 초기 서유럽문학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요소들을 다분히 품고 있으나 이 시가 독특한 문학적 위상을 견지하게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즉,게르만 전통에 입각한 운명관 및 명예,충성,복수를 기반으로 한 영웅주의 사회의 행동철학, 그리고 현실세계를 뛰어넘는 초월적 현상의 절묘한 조합과 같은 문학적 예술성 외에도 고곡학적,예술적,역사적인 사실이나 고대 여인의 역할등의 문화와 관습에 관한 포괄적 요소들이 융해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이교도적인 영웅주의 도덕관과 기독교적인 도덕관을 절묘히 혼합시킨 시인의 뛰어난 독창성에 있다.
시라는 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시어의 선택 및 배열이 뛰어나며 두운이라는 운율 작시법에 의해 시가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3182행에 달하는 이 시는 각 행이 2개의 반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두운에 의해 각각의 반행에서 가장 중요한의미를 지닌 단어 중에 강세를 받는 음절의 자음이나 모음의 소리가 다른 반행에서 반복되어지고 있다. 이 두운 작시법은 고대 영시 "베오울프"의 주요한 외형을 이루는데, 즉 시의 핵심의미를 드러내는 시어들이 예외없이 두운이라는 운율에 의해 제약을 받으므로 운율이 시의 내용과 긴밀한 유기적 관계를 지니게 된다. 또한 시어에 있어서는 이 작품이 고대 영문학기에 속하므로 시인의 시어 선택이 극히 제한적일 것 같으나 3182행에서 보여지는 풍부하고 다양한 어휘들은 시인이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자재로 어휘를 선택하고 있음을 입증해준다.
언어를 중심으로 한 예술적 기교 외에도 이 시는 인간이면 봉착하게 되는 죽음과 운명에 관한 생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뇌를 되뇌게 한다. 전투를 근간으로 하는 영웅시대에 있어서 항구적인 명예를 구축하기 위한 영웅들의 고뇌, 끊임없이 전개되는 불안고 공포속에서 탈출하려는 인간들의 몸부림, 처절한 상황속에서 미래의 평화를 확보하려는 인간들의 절박한 심정등이 시대를 초월하여 현세의 인간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죽음으로 치닫는 생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가라는 시공을 초월한 인간 삶의 근원적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뇌의 순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난해함의 극치를 넘어 불가사의한 시라고 평가되고 시대를 초월하여 끊임없이 음미되어지는 "베오울프"는 독자들에게 생에 대한 진지한 사색의 시간을 각제 할 것이다.
1998년 8월
기획위원
이책의 배경은 덴마크의 왕 헤알프데인의 아들 흐로드가르가 자신의 궁궐에 밤마다 침입하여 용사들을 죽이는 그렌델이라는 괴물때문에 큰 곤경에 빠지자 예이츠족의 용사 베오울프가 이 소문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이 괴물을 처치하러 덴마크로 오게 된다.
예이츠는 지금의 스웨덴밑에 위치한 나라로 베오울프는 히옐락왕의 여동생과 에즈테오우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즉 히옐락왕의
외조카이기도 하다. 아주 뛰어난 무예와 힘과 용기로 칭송을 받고 있던 베오울프는 자신이 직접 덴마크의 왕 흐로드가르왕의 고민을 해결하려 나선다. 베오울프는 밤에 궁궐을 공격하는 무서운괴수 그렌델을 손으로 제압하여 물리치고 그렌델은 달아나 자신의 어미앞에서 죽어 간다.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고 믿은 덴마크인들과 예이츠족의 용사들은 편안한 밤을 맞이하나 아들을 잃은 호수의 괴수 그렌델의 어미가 다시 재차 복수를 실행하여 뛰어난 덴마크용사이자 흐로드가르왕의 둘도 없는 전우인 에쉬헤레가 죽임을 당한채 괴물에게 끌려간다. 덴마크왕과 백성들은 새로운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고 베오울프는 다신 홀연단신 어미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피가 들끓는 호수로 들어가 어미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둔다.
덴마크왕 흐로드가르왕은 수많은 보물을 베오울프에게 하사하고 베오울프는 덴마크왕의 인품과 그의 수많은 무훈을 칭송하며 자신의 고향 예이츠를 향해 출발한다.
예이츠에 돌아온 베오울프는 스웨덴과의 전투에서 삼촌 히옐락왕이 전사하고 그후 왕위를 계승한 그의 아들 헤아르드레드가 죽고나서 왕위에 오르게 된다. 그후 베오울프는 삼촌을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고 예이츠는 평화를 되찾는다.
베오울프가 노년에 접어들었을 때 예이츠의 한 나그네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실수 즉 용의 보물을 훔치게 된다.
된다. 베오울프를 따르는 12명의 용사들은 막상 베오울프가 죽음에 직면하자 모두들 두려움에 나서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지만
그중 한 용사 위글라프만이 베오울프를 돕기 위해 자신의 검을 들고 나선다. 베오울프는 위글라프의 검으로 용과 최후의 결전을 하게
되고 용과 위대한 영웅 베오울프는 서서히 죽어간다.
위글라프는 베오울프의 명에 따라 그를 위하여 화장용 장작더미를 마련하고 그 주위에 투구,전투용 방패,빛나는 쇠사슬 흉부갑옷 등을 매달고 그를 한가운데에 안치하고서는 화장용 불을 지펴 그에게 영혼의 안식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