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9 - 서영남
민들레의 집 식구들 이야기를 합니다.
대성씨는 이젠 잠도 잘 잡니다. 얼마전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하루에 두세 시간 겨우 잠을 잤습니다. 아마 몸이 불편해서 그랬을 것입니다. 식사도 얼마나 잘 하는지 보기가 참 좋습니다. 술도 담배도 잘 끊어버렸고요. 마음이 참 너그러워졌습니다. 전에는 봉사자들이 바닥에 물을 조금만 흘려도 참지를 못했는데 이제는 한강처럼 바닥을 만들어놓아도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주헌씨는 술을 끊겠다는 의지가 아주 대단합니다. 식사도 잘하고요. 심심하다면서 스스로 민들레국수집에 와서 봉사자들과 어울리고 설거지도 찾아서 열심히 하고 그렇습니다.
정근씨도 이슬왕자이지만 술을 참으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제는 사흘 동안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면서 자랑을 합니다. 술을 줄이니까 얼굴이 괜찮습니다.
성욱씨도 마음의 병이 재발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선호씨는 술만 덜 먹는다면 별 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선호씨가 아픈 것 같다고해서 오늘 국수집에 왔는데 술을 많이 먹었을 때 그렇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칼갈이를 하는 창환씨는 어제는 이만 원을 벌었는데 오늘은 만 원도 못 벌었다고 합니다.
원식씨는 밤낮없이 일하고 있고요. 어머니는 환경지킴이 일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허리 아파서 먹는 약이 떨어졌다면서 만원을 빌려달라고 합니다.
32년을 노숙하다가 민들레 식구가 된 종국씨는 오늘 술을 조금 마셨나봅니다. 동사무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동사무소에서 주정을 한다고 합니다. 가서 데려왔습니다.
종현씨는 막노동을 계속 했더니 몸이 너무 피곤해서 며칠 쉰다고 합니다. 강아지 민들레와 잘 놀아줍니다.
성일이네는 무소식이 희소식이고요. 재석씨네 네 식구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삼년 전에 인간극장 찍을 때가 생각납니다. 민들레 식구들이 그때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민들레의 꿈 아이 한 명이 새식구가 되었습니다. "주은"입니다.
오늘 민들레국수집의 차림판은 미역국, 파김치, 시금치나물, 생선조림, 두부조림, 콩자반, 양배추 마요네즈, 상추, 쌈장, 낙지젓갈입니다. 손님이 많이 와도 이젠 걱정이 없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신관에서 우리 손님들이 처음으로 식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돼지불고기 재워 놓았습니다. 갈치 세 상자를 손질헤서 소금간해서 살짝 말려 놓았습니다. 삼산도매시장내 사회복지회에서 채소를 듬뿍 보내주셨습니다. 깍두기도 담고, 양배추 김치도 담고, 오이도 무치고, 얼갈이 배추는 다듬어서 데쳐놓았습니다.
아녜스 수녀님께서 라면을 세 상자나 선물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