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라구나비치 "예술을 품에 안은 해변…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 "-＞ 비치로 가는 비밀통로…

[Theresa Kim]

여행팁

예술을 품에 안은 해변… 걷기만 해도 기분 좋아

Laguna Beach, USA 라구나비치

빅토리아비치 ‘해적 타워’

비치로 가는 비밀통로…

나무판자 산책길 등

사진설명 1) 빅토리아 비치는 라구나비치의 또 다른 매력이다​

캘리포니아의 해안선은 남부로 접어들면서 황금빛 백사장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비치(Beach)의 나라’다. 특히 말리부에서 시작한 남가주의 ‘비치행렬’은 엄청난 관광객이 몰리는 샌타모니카에서 절정을 이룬다. 비치의 연속선은 오렌지카운티로 내려가다가 라구나비치(Laguna beach)에서 방점을 찍는다.

2) 라구나비치에는 나무로 산책로가 조성돼 쉽게 걸을 수 있다.
 

문화를 품에 안은 해변이 라구나비치다.  결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산책하는 젊은 부부와 손을 잡고 바다를 바라보는 노부부가 쉽게 눈에 띈다. 일과를 마친 중년 부부가 석양이 물든 라구나비치를 걷는모습도 보인다. 
다운타운과 붙어 있는 비치에는 친절하게 나무판이 깔린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양복과 하이힐을 신고도 마음이 내키는 순간 달려갈 수 있는 곳.   그곳에는 그림과 음악 그리고 문학이 있다.   화가와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내걸고, 갖가지 도자기 공예품을 전시하며,  그 사이사이를 기타와 봉고, 때로는 바이얼린과 첼로의 선율이 흐른다. 
 매스터스 선발대회’(The Pageant of the Masters),  아트 페스티벌’(Festival of the Arts) 소더스트 아트 페스티벌(Sawdust Art Festival),  아트어페어(Art-A-Fair),  블루워터 음악 페스티벌’(Bluewater Music Festival)‘ 켈페스트’(Kelpfest) 등 굵직한 문화축제가 줄을 잇는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행사가 갤러리와 박물관, 개인 저택 등에서 연중 내내 그치지 않는다.
모래사장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울창한 가로수 그늘이 드리워지고  레스토랑과 패션 상점들이 즐비하다. 문화와 자연, 부유함과 소박함이 조화를 이룬다. 부자들의 별장이 있지만 가난한 예술가의 투혼이 공존한다.  
이 비치는 원래 아티스트들의 조용한 은신처였다. 이들은 예술가단체를 조직했고  1918년에는 최초의 갤러리가 들어섰다. 훗날 이 갤러리는 라구나 아트뮤지엄이 되며 상징적 유적이 됐다.  
 이곳은 1920년대만 해도 인구가 300여 명의  작은 어촌이었다. 
고즈넉한 이 마을이 극적인 전환점을 맞은 것은 1번 퍼시픽 하이웨이의 개통 덕분이었다. 이전에는 오렌지카운티 평원과 바다를 잇는 좁은 계곡 길이 유일하게 외부로 나가는 통로였다. 태평양을 따라 남하한 하이웨이를 따라 사람들이 자동차 행렬을 이루었다.  지금도 라구나는 북쪽으로 뉴포트 비치와 남으로 대너 포인트와 연결됐다.

라구나를 찾는 여정은 ‘해적 타워’(Pirate Tower)에서 재미가 상승효과를 본다.  파도가 철썩거리는 암벽에 바싹 붙어 검은 색 돌로 쌓아 올린 원형타워는 처음 보는 이의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더구나 이름이 ‘해적 타워’라니… 호기심이 발동한다.  
 타워는 빅토리아 비치(Victoria Beach)에 있다. 라구나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10여분을 달리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오른쪽 주택가 절벽 밑에 가려져 있다. 
비치로 가는 길도 비밀의 통로처럼 숨어 있다. 집과 집 사이에 조그만 계단이 빅토리아 비치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나마 나무그늘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계단에 발이 닫는 순간 탄성이 나온다. 끝없는 바다와 백사장,  운치 넘치는 가옥들이 펼쳐진다. 마치 유럽의 고성에 자리 잡은 성탑 모양이다. 이것은 남가주  해변가에서 만난 ‘별종’이다. 위치와 시간, 모습이 모두 남다르다.  그러나 그 정체를 알고 나면 실소가 터지며 오히려 친근감이 든다. 
1926년 윌리엄 브라운 주 상원의원이 절벽 위에 지은 자기 집에서 바닷가로 내려가기 위해 만들었다. 타워 안에는 철제 계단을 설치해 사람들이 쉽게 해변으로 다닐 수 있게 했다.  해변을 오가기 위해 성을 지었으니 무지무지한 사치다.  
‘해적 타워’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는 유쾌하다. 브라운 의원은 1940년대 퇴역 해군장교 해롤드 켄드릭에게 집을 팔았다. 켄드릭은 해적처럼 차려 입고 타워 안에 동전 돈을 숨겨 놓고는 동네 아이들이 찾아내도록 했다. 해적의 보물찾기 놀이다.  
이 저택과 타워는 인기 가수이자 코미디 여배우 배티 미들러가 최근까지 소유했다. 
오렌지카운티는 물론 로스앤젤레스와 심지어 샌디에고에서도 달려 갈 수 있는 지점에 라구나는 자리잡았다. 주중 저녁에도 밝고 조용한 바다 를 즐길수 있는 소중한 해변이다.  

3) 빅토리아비치에 숨어 있는 ‘해적 타워’의 모습이 신비하다.

4) 라구나비치의 다운타운에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카페가 즐비하다.

5) 라구나비치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한다.

캐나다 한국일보

발행일 : 2015.09.17 

[Theresa Kim]

고마워요 '사랑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