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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피천아 같이 살자- 제7회 울진생태학교
산 넘고 물 건너 계곡 넘어서 자연과 함께 뒹굴기
봄이면 은어, 황어가 힘차게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가을이면 연어떼가 제 고향을 찾아 오는 곳을 아시나요? 바로 울진 왕피천입니다.
곁에서 자주 보는 왕피천이어서 그런지... 저 역시도 왕피천의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몇해전, 왕피천에 성류온천 건설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왕피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왕피천을 무대로 시작한 울진자연생태학교가 올해 7회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첫 해는, 20여명의 학생과 어른이 구산리 굴구지에서부터 영양수비까지 왕피천 계곡을 따라 3박4일동안 무작정 걸어갔습니다. 길이 없는 곳은 길을 만들어가고, 한마디로 산넘고 물건너 계곡을 지나 왕피천 발원지까지 가보았습니다. 발원지를 보는 순간... ‘애게게’하는 실망감과 동시에 너무나도 작은 샘에서부터 시작된 한방울의 물이 거대한 왕피천을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한방울의 물이 모여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이 모여서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서 거대한 바다가 된다는 그 말을 왕피천을 통해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호기심반으로 시작된 자연생태학교가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민뿐만 아니라 외지에도 많이 알려졌고, 많은 자원봉사 교사들과 참여학생들, 그리고 학부모의 관심까지... 이제 생태학교로서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올해, 제 7회 생태학교는 장마관계로 8월16일~19일, 삼근초등학교에서 2박, 왕피분교에서 1박,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생태학교는 자료집과 명찰을 실과 바늘을 이용하여 직접만들고, 나무목걸이 명찰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것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교사들의 노력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와 실천이 아닐까요?
또한 작년엔 준비된 식사를 먹었지만, 올해는 코펠에 직접 밥을 해서 먹었습니다. 생태학교 준비모임을 가지면서 많은 시간을 토론한 것이 바로 식사문제였습니다. 밥 해먹는데 소요되는 많은 시간과 요즘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과연 밥을 제대로 할까? 또, 밥을 직접 해서 먹으려고 할까? 정말 오랜시간동안의 토론끝에 반찬은 생태학교에서 준비하고, 학생들은 밥과 국을 만들게 하는 절충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초등학생들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얼마나 잘 하던지... 교사들 모두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감자를 숟가락, 칼로 예술작품처럼 깍는 학생, 엄마처럼 국 맛을 보는 여중학생, 밖에 나오면 설겆이는 남자가 하는 거야 하면서 자기 모둠 설겆이를 도맡아하는 초등학생 남자들... 내년엔 반찬까지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모두 독립영화 감독이 만든 '어느날 그 길에서'란 생태영화를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로드 킬'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동물들이 터 잡고 살던 곳에 도로가 생기면서 도로위에서
자동차들로 인해 죽어가는 동물들을 가르키는 말입니다. 어느날 그 길에서란 영화는 죽어가는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시는 분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였습니다. 학생들에겐 다소 어려워 보이는 영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리 울진 도로에서도 고라니, 고양이, 뱀, 새, 개구리 등이 엄청나게 많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어린 학생들도 많이 접했었기에 공감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집을 떠나면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마음이 들떠는가 봅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뛰어다니며 노는 학생, 무슨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계속 수다를 떠는 학생, 옆 친구에게 계속 장난을 치는 학생, 그 시끄러움 속에서도 호랑이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한 잠을 자는 학생... 그렇게, 그렇게 공기 맑은 서면의 밤은 아이들의 모습과 함께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침이야, 모두 일어나요... 따릉 따릉 따르릉 아침이 밝았어요' 자명종 대신 카세트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모두 졸리운 눈으로 기상을 합니다. 바로 일어나서 이불을 개는 학생도 있고, '엄마, 5분만 더...'하는 표정으로 눈치를 보며 계속 자는 학생도 보입니다.
둘째날, 아침밥을 해 먹고, 주먹밥과 오이, 생수 한병씩을 배급받아서 왕피천 지류답사를 떠났습니다. 수십년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는 동식물의 천국이었습니다. 북방산개구리와 개구리넙적거머리, 어린두꺼비, 수달과 고라니 발자국, 이름을 알수 없는 수많은 버섯과 야생꽃들, 그 아름다움속에 모두들 미지의 세계에 온 듯, 모든 것이 신기했습니다.
오전 부터 시작된, 왕피천 지류탐사는 오후 5시, 왕이 피난왔다고 해서 붙여진 왕피리 소재
왕피분교에 도착해서야 끝이 났습니다. 서면 삼근초등학교에서 차로 1시간 정도 산길을 넘어야 도착하는 왕피분교... 아마, 울진주민들도 와 본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경치가 한마디로 짱입니다.
다행히, 아침부터 하늘이 꾸물꾸물 비가 올 거 같았는데, 왕피분교에 도착한 다음 비가 내렸습니다. 밖에서 야영하려고 미리 쳐 놓은 텐트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하루종일 걷는 일정이라서 미리 예약해놓은 한농복구회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유기농 재료라는 생각에서 그런지... 한농복구회의 음식은 언제 먹어봐도 맛이 있고, 많이 먹게 됩니다.
역시, 하루종일 땀 흘리고 난 뒤에 먹는 밥은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다녀서 배가 고팠는지
남김없이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습니다. 얌얌... 쩝쩝... 평소엔 먹기 위해 사는가? 아니면 살기 위해 먹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하루를 열심히 살았기에 먹는다라는 답을 할수 있을 거 같네요.
계속해서 이어진 왕피천과 관련된 선생님들의 강의와 학생들이 지류탐사를 하면서 보고 배운 것을 각 모둠별로 그림 그리는 시간입니다.
일기예보에는 태풍영향으로 며칠동안 계속 비가 내린다고 하고, 교사들은 비가 오면 내일 일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하고, 학생들은 간식으로 감자와 학부모 한 분이 사오신 치킨을 주니 맛있게 먹으면서 형, 누나, 오빠, 언니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냅니다.
참가 학생들 부모들이 사는 울진읍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서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몇분이 주셨는데, 왕피리는 산이 깊어서 그런지, 비는 많이 내리지만, 바람은 전혀 불지 않습니다. 문득 영화 동막골 생각이 났습니다. 밖에선 전쟁이 일어나서 난리인데, 깊은 산골에 사는 동막골 사람들은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살고 있었듯이, 우리들이 머물고 있는 왕피분교에서는 태풍이 오고 있다는 걸 전혀 감지할 수 없을만큼 깊은 산골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날, 아침식사를 하고, 비가 내리지만 수서생물 관찰을 하러 냇가로 나갔습니다. 깊은 산골이어서 비가 내리지 않아도 새벽에 추위를 느낄 정도인데, 비를 맞으니 한여름인데도 덜덜 떨게 됩니다. 하지만 시골에 살면서도 학교, 학원 수업에 컴퓨터 게임으로 자연과 접할 수 없은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학생들은 냇가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워 합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짐을 정리해서 삼근초등학교로 다시 출발합니다. 비가 내리니 짐정리부터 이동까지 모든 것이 힘듭니다. 옥정사 미니버스까지 동원해서 왕피리를 떠납니다. 똑같은 길이라도 봄여름가을겨울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고 하듯이, 비가 와서 그런지 왕피리에서 서면으로 나오는 길이 예전과는 다르네요. 수십번을 오고가도 왕피리는 신비감을 줍니다.
오늘 저녁 때, 참가 학생들의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동안 생태학교를 열면서 항상 계획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큰 맘 먹고 프로그램에 넣었습니다. 몇 분이나 오실까? 태풍이 불고 비까지 내리는데 과연 몇 분이나 오실까? 걱정반 설레임반으로 시계를 쳐다봅니다. 아이들은 저녁때 발표할 생태연극 연습과 저녁식사 준비를 합니다. 드디어 학부모들이 한 분, 두 분 오십니다. 와~~~ 15명 정도를 생각했었는데, 30여명의 학부모들이 오셨습니다.
태풍과 비를 뚫고 오신 열정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이 생태연극 준비를 하는 동안 동요배우기가 있었는데 첨엔 쑥쓰러워 하셨지만, 한 두 명이 힘차게 부르니, 다른 분들도 어린 학생처럼 즐겁게 따라 불렀습니다.
드디어 아이들의 생태연극 발표시간! 짠짠짠~~~~ 부모님들의 이벤트! 생태연극 발표전에, 부모들이 "밥상"이란 동요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시간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동요를 불러보는 동요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식에게 들려주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우리 아버지에 아버지 때 부터...어머니에 어머니 때 부터 나를 키워준 밥상에 오르내리며 나를 키워준 밥상..."노래가 부모님의 입에서 울려퍼지자, 아이들도 동요를 부르시는 부모님이 신기한듯 쳐다보다가, 모두가 한 마음 한 목소리로 합창을 합니다.
드디어 아이들의 생태연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연극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낚시꾼이 되고, 낚시에 잡히는 물고기가 되고, 환경오염으로 죽어가는 식물이 되고, 환경파괴로 정든 집을 떠나는 동물이 되고, 커다란 돌덩어리가 되어 동물의 그늘이 되어 주고... 아이들이 동식물이 되어 자연을 체험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바라볼때, 어리게만 보이는 아이들도 어른처럼 느끼고 이해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생태학교 마지막 셋째 밤이 박수와 환호, 모든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부모의 아쉬운 얼굴, 밤새도록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소근소근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점점 깊어갑니다.
따르릉... 따르릉... 일어나요... 아침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잠을 깨우는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아침을 먹고... 짐 정리를 하고, 생태학교 졸업식을 하고... 울진으로 출발... 울진시내에 도착해서 단체로 자장면 한그릇씩 뚝딱... 비 오는 날 먹는 자장면 맛... 지금 생각해봐도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그리고, 헤어짐~~~ " 안녕히 계세요" "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즐거웠습니다" "그래, 잘 가라" "건강하고 잘 지내라"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지... 헤어지는 발걸음이 무거워 보입니다.
학생들을 보내고, 교사들은 생태학교 평가회를 위해 산포리로 갑니다. 모두들 피곤할텐데도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전원 참석해서 생태학교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눕니다.
얘기를 나누면서 느끼는 것은, 평가회가 올해 생태학교 마감을 하는 평가회가 아니라,
내년 생태학교의 시작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번 제 7회 울진생태학교에 많은 관심과 도움주신 분들과, 매년 후원해주시는 울진군청, 울진교육청에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울진생태학교 교사 장시원(울진생태소모임 http://cafe.daum.net/ujnature)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