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아래서
감꽃이 필 때
풋감 생각
풋감을 보면서
홍시 생각
가을이 오자
곶감 생각
눈 내리는 밤
곶감을 먹는다면
아흐!
아기신발
아기가 삑삑이 신발을 신고
아장아장 뒤뚱뒤뚱
“삐삐삐, 뿅뿅뿅”
병아리들이 소풍 나온 소리
“나도 이렇게 컸어요”
자랑하는 소리
학교생활
체육 시간은
올림픽 선수가 되고
미술 시간은
피카소가 되고
과학 시간은
흰 가운을 입고
미래의 아인슈타인이 된다.
나의 모든 꿈이
교실 가득한
신나는 학교생활.
아파트
아파트는 벌집 같다
벌집에 벌들이 살 듯이
아파트에는 사람들이 벌처럼 산다
벌들이
꿀을 물고 벌집에 들어가듯이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꿈을 꾸러 아파트로 들어간다
밤이 되면
벌집 같은 아파트에
수많은
저녁 별들이
따뜻한 별등을 내다 건다
포도 알
탱글탱글한 포도 알은
내 동생이 가지고 노는
유리구슬이다
또르르 굴리면
이 세상 어디까지라도
굴러갈 것 같다
아름찬 포도 알로 귀걸이를 만들어
큰 누나
귀에 걸어 주면
달랑달랑
은방울 소리가 날 것 같다
만지면 톡 터질 것 같은
포도알은
우리 아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다
새 원피스
목련꽃이 그려진 새 원피스를 입고
놀이터에 갔다
미나와 채린이가
해가 지도록 흙장난을 하였다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앗차 싶어
집으로 돌아가려고 일어섰다
엉덩이를 툴툴 털었다
원피스 여기저기
흙이 묻고
꽃잎들은 구겨져 있었다
이걸 어쩌지 이걸 어째
걱정하는 동안
엄마의 화난 얼굴이 보였다
원피스에 핀 목련꽃들이 울상이 되었다
우리 엄마
엄마와 함께 있으면
베개가 필요 없어
엄마의 팔을 베면
스르르 잠이 들거든
엄마의 품속에서
잠이 들면
꿈속에서도
엄마가 보여
자장가를 부르는 우리 엄마가 보여
봄이라는 말
봄이라는 말에는 봄 냄새가 난다
봄비
봄꽃
봄 햇살
봄바람
봄하늘
어디에 내 놓아도
여전히 봄 냄새가 나는
봄이라는 말
참 좋다
사슴벌레
아빠가 사주신 사슴벌레 두 마리
좁은 집이 답답한지
열린 문 사이로
엄마품을 찾아 떠났어요
검은 갑옷을 입고
곤충나라를 지키러 떠났는지도 몰라요
안돼 안돼
다시 돌아와 우리랑 놀아주라
응, 제발......
국화는 좋겠다
벌들이 날아와
뱅글뱅글
너를 안고 돌고
사람들이 다가와
벌름벌름
코끝을 올려놓고
국화는 좋겠다
꽃들이 지는
가을에
너는 인기가 많아서
카페 게시글
유 정 창작실
감나무 아래서 외 9편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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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0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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