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산(832.1m)에 가온누리 분식집을 열다.
일 시 : 2010년 03월 13일 토요일
장 소 : 고대산(경기도 연천군 신서면·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참 석 인 원 : 강영선, 김현경, 서계환, 안경숙, 여규연, 임경환, 정수경, 최미애, 최은희님 총
9명(이상은 가나다순)
산 행 코 스 : 신탄리역 - 매표소 - 제2, 3등산로 갈림길 - 말등바위 - 칼 바위능선 - 고인돌 - 바위 전망대 - 대광봉 - 삼각 봉 - 정상 - 물탱크 - 표범폭포 - 약수터 - 제2, 3등산로 갈림길 - 매표소 - 신탄리역
고대산행 공지 이후 유난히도 길게만 느껴졌던 이유는 악천후로 인한 한번의 연기와 이미 청계산행(삼림욕장)시 맛 보았던 묵 무침과 이미 예고 되었던 수제비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였으리라.
시간엄수를 위해 종로3가역의 동두천 행 및 소요산행 출발시간을 미리 공지하였었는데 최초 산행 일이었던 3월1일은 공휴일이었고, 오늘은 토요일이다 보니 약간의 착오가 있었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먼 거리이고 전철 시간대의 간격이 컸음에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오히려 미리 도착해준 참석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종로3가역에서 오늘의 가온누리 분식집 오픈을 위하여 준비한 음식재료를 양손에 들고 계신 서계환형님 내외분과 강영선님, 안경숙님이 반갑게 합류하여 나를 포함하여 5명이 07:36에서 07:42로 바뀐 동두천 행 전철에 올랐다. 도봉산역에서 합류한다는 김현경님에게 변경된 시간과 6-4의 열차호수를 알려줘서 추가로 동승하여 6명이 된 우리는 반가운 인사와 함께 현경씨의 하이톤 웃음소리로 좌중의 이목을 끌었으며, 못 다한 잠을 위하여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동참하여 수다를 떨다가 동두천 역에 도착하였다.
동두천 역에는 전철시간과 환승시간의 궁합으로 몇 십 분을 절약한 최미애님이 일착으로 도착해 있었다. 약속한대로 들고 온 콕헬과 오늘의 향연(?)을 위한 준비재료들을 각자의 배낭에 나눠 넣고 잠시 뒤에 도착하신 임경환님과 최은희님 이렇게 9명이 다 모였다. 동두천 발 신탄리 행 9시 50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그사이 한동안 못했던 재회의 기쁨을 나누며, 주전부리를 위한 순대와 떡볶이, 곡차까지 갖췄다. 옛 추억을 재생시킬 요량으로 준비한 삶은 계란에 구운 계란까지 더해서 기차바닥에 편하게 내려앉아 간단한 파티를 열었다. 마치 학생시절 수학여행을 온 것마냥 떠들고 어린 시절 계란이며, 김밥이며, 보따리를 싸 들고 서울행 완행열차를 타면 하루 종일 걸렸던 시절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신탄리역에 도착하여 플랫폼에 내려서니 맨 먼저 “철도중단역”이란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일행은 분단의 현실을 새삼 느끼며, 그 아래에서 사진 한 컷을 찍었다. 매표소입구에서 서계환님이 준비해오신 산행지도를 나눠 받고 산행동기와 코스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등산화를 고쳐 신고 정수경님의 인도로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파이팅을 외친 후 출발하였다. 매표소에는 1월 산행 때와는 달리 천원의 입장료를 받는 대신 산행 안내지도를 전해주는 세련됨이 뭔가 좋은 일이 많아 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산 아래 등산로 입구에는 때늦은 잔설과 얼음이 함께하고 계곡에는 얼음물이 녹아 흘러 제법 물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봄이런가 하며 제3등산로와 제2등산로 갈림길에서 우리는 오른쪽 제2등산로를 택했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이마를 훔칠 때쯤 우리는 섣부른 봄 맞이임을 알았다.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이었다. 가파른 등산길은 얼음 위에 잔설이 녹아 있어 미끄럽기가 가히 연아가 금메달을 딴 그곳과 다를 바 없었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환성과 인파를 제외하고 자연과 사람들의 사랑모임인 번개팅에 함께한 9명의 뜨거운 열정과 한가지의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그렇게나 기다리고 고대하던 고대산엘 왔다는 것이고, 정상에 도착하면 기대하던 우리의 가온누리 분식의 만찬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 번을 미끄러지며 넘어지며, 전망대에 올라 먼데 산을 바라본다. 오래 전에 전후 당시엔 통제구역이었으며, 초갓집들이 있었던 지역이라는 등 임경환님의 이 근처에서 근무하셨던 군부대경험담을 들으며, 우리들 머릿속엔 거의 70% 정도 완성된 수제비를 떠올리며, 배꼽시계의 칭얼거림에 발길을 재촉한다.
뒤 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미애님의 산행모습과 잠도 못 자고 참석한 몸치고는 너무 쌩쌩하며, 가끔씩 험로에서 손까지 내미는 모습에서 꾼(?)의 면모가 보였다. 가볍디 가벼운 우리 은희님은 아이젠을 신어도 중력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자꾸만 미끄러진다. 특유의 가볍고 잰 걸음은 겨울을 아쉬워하는 고대산의 미련으로 자꾸만 발목을 잡힌다. 베테랑 급인 안경숙님도 모처럼의 산행에 배낭의 무게 감이 있으셨든지 바위에 무릎을 찧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큰 탈없이 수경누님의 배려로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걸을 수 있었다. 에어스프레이를 준비 못 한 것이 옥의 티로 남았다. 내면으로 걱정되셨던 임경환님께서는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이셨다. 산행 내내 선두그룹에서 가벼운 몸놀림이셨다. 방콕 행이 취소된 행운으로 참석한 미애씨완 달리 한 주간 방콕(?)생활로 컨디션(사실은 체중)조절이 안된 막내 현경님은 음식 준비물을 나눠진 배낭에다 1kg의 모래주머니까지 착용하고 걷는다. 거기다가 누군가가 계속해서 전화로 찾는다. 그 놈의 인기는 고대산 에서도 끊이질 않는가?
알 수는 없지만 영선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일터 쉴 때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모습이 막걸리까지 채운 배낭이 무거운가 보다 그래도 저기 멀리에 보이는 어느 곳에선가의 먹거리생각에 모두들 한 가닥 회심의 미소를 머금으며 그저 참고 견디며 걷는다.
연무 속에 비쳐지는 칼 바위 능선의 좌우에는 철원평야와 신탄리의 모습이 보인다. 겨울철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봉우리마다의 등고선은 마치 입체 지도를 보는 듯 산세가 선명하면서 읽기에 편하다. 흰색을 바탕색으로 색 바랜 숲들의 황량함이 오히려 알 수 없는 자연의 오묘함과 순리를 생각하게 한다.
가파른 오르막을 마감하듯 대광봉에 오르니 코앞에 삼각봉과 손을 뻗으면 손아귀에 잡힐 듯 고대산정상이 다가와 있다. 이미 밥 시간을 훨씬 초과한 우리는 삼각봉 평평한 곳에 자리를 편다. 드디어 가온누리 분식집의 서막을 울린다. 각자의 배낭에서 나온 음식물재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나눠 담을 때보다 많아졌다 왜냐하면 배낭을 메고 올라오면서 자연을 생각하고 힘듦을 생각하고 무게를 느끼며 사랑하는 마음이 더해졌기에.
서계환님께서 준비하신 가스버너 두 대를 먼저 준비하고 가져온 육수를 넣고 불을 올린 다음 끓을 동안 꺼내놓은 야채며, 묵 무침을 준비하는 정수경님의 현란한 손 놀림에 가온누리 분식집은 이미 성시를 이루었으며 일행들의 관심과 이목은 우유팩에 곱게 담겨져 와 잘려지는 묵의 납작 된 모습에 두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가온누리 분식집의 주 메뉴인 고대산표 수제비를 위하여.
끓는 물에 썰어온 감자를 넣고 수제비를 떼기 좋게 돌돌 말아서 반죽을 준비해온 대장금 수경님의 센스하며 둘러앉아 나름 열심히 수제비를 떼는 모습들이 영락없는 가온누리 분식집 일원들이 일하는 정겨운 모습이다. 가끔씩 던지는 서계환형님의 말 참견에 톡 쏘는 누님의 모습은 마치 소꿉장난하는 아이들의 천진함마저 묻어나는 두 분의 모습이었습니다. 열심히 수제비를 떼다 말고 영선님 왈 “명절 때 주방에서 땀 흘려 일하는데 술판 벌리고 노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듯하다”는 일침에 나를 포함한 3명은 옴메 기죽어 하며 합류하려 했으나 완강한 거절에 그나마 쑥스러움의 만회 기회를 잃어 맛있는 묵 무침에 남은 막걸리만 더 할 수밖에. 그렇게 우리는 다 같이 가온누리 분식집의 대장금표 묵 무침에 고대산표 수제비를 멋들어지고 맛나게 고대산에서 해치웠습니다.
가온누리 분식집 고대산점에서 멋지게 민생고를 해결한 일행은 고대산정상에 올랐다. 곳곳에 파여진 군인들의 참호와 이동호를 보며 다시금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새긴다. 정상에서는 더 넓은 철원평야와 보개봉을 가로질러 금학산의 웅장함까지 더했다. 임경환님과는 분단이라는 현실 땜에 이 좋은(풍수학적으로) 철원 땅이 지금 발전이 멈춰지고 있으며, 왕건 시대의 수도 이전이 없었더래면 등등. 일천한 역사를 거슬러도 보았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보람도 크리라는 생각이 들고, 다양한 구도에서 사진을 찍는 모두의 모습에서 기쁨과 보람을 읽을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머무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하산예정시간 오후 5시까지는 빠듯하다. 아쉬움과 미련을 뒤로한 채 제3등산로를 향했다. 오를 때의 경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의 가파름이다
일행들은 미끄러지기를 셀 수 없이 반복하며, 나는 아예 비무장으로 미끄럼을 탔다. 과거의 경력을 토대로 쉽사리 험로를 벗어날 수 있었다. 속도를 더하여 하행 길을 줄였지만 시간을 맞추기 위한 더 이상은 무리였다. 일찌감치 다음 기차를 타기로 하고 올라갈 때 은희님이 찜 해둔 제2, 제3등산로의 갈림길의 둔덕에서 가온누리 분식집의 남은 행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미애님이 준비해온 특제 떡뽁이였으니 많지 않은 시간 안에 부랴부랴 끓이고 맛을 음미해가며, 남은 국물이 아쉬워 라면에다 밥까지 말아서 남은 밥 한 톨까지 긁어서 그렇게 게걸스럽게 고대산행의 여운을 달래려 하였다.
배부른 와중에도 남은 길을 재촉하며, 마음씨 고운 우리들 일행은 대중교통이용의 에티켓을 위하여 질척였던 신발을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알뜰히 씻고 옷 매무새를 새로이 하고 신탄리역에 이미 도착해있는 18:00발 동두천 행 기차에 무사히 오른다. 종로3가에서 오늘의 번개팅이 있게 해준 장본인(?)을 위하여 간단한 뒷풀이를 하기로 하고 고대산행을 아쉬움 속에 마무리 한다.
함께한 분들의 사랑과, 고대산 에서의 정취와, 쉽사리 접하지 못할 정상 분식집 행사는 우리마음속에 고이 고이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남으리라 여기며, 어디에 있든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마음임을 아는 우리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