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 또 사건이 터졌습니다.
지난 1월 이집트 혁명 이후 격주에 한 번 꼴로 백만인 시위가 있어왔고, 크고 작은 시위와 소요사태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의 사건은 군대가 기독교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장갑차가 시위자을 향해 돌격함으로 25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사상한 큰 사건입니다. 혁명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난 사건이라고 합니다.
콥틱 기독교인이 시위하게 된 경위
지난 주에 이집트 남부 아스완의 시골 마을의 교회가 부숴지고 불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무슬림 주민들이 교회에 쳐들어가 교회 건물과 이웃의 기독교인 건물들을 부수고 방화한 사건입니다. 이유는 이 교회가 교회당 부속 건물을 다용도실로 허가를 받고 건축을 하였는데, 그 건물을 교회당으로 바꾸어 버리자, 이웃 주민들이 쳐들어 가서 난동을 부리고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합니다.
이에 카이로에 있는 콥틱 기독교인들이 예배의 자유를 달라고 시위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제께 저녁 군대와 시위대가 충돌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
이번 사건에 대해서 이곳의 사역자들은 평소에 이집트 사회에 내재하고 있던 기독교인들에 대한 차별과 핍박이 무력진압으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혁명 이후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시위들이 있어왔습니다. 거의 매주 금요일 백만인 시위라고 하면서 시내의 타흐리르 광장에 사람들이 운집하여 시위를 했습니다. 또한 큰 회사들은 큰 회사 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운전 기사, 교사, 대학가, 무슨 노조, 무슨 노조 등등과, 그리고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등등 이 나라는 그야말로 시위 공화국이었습니다. 시위의 대부분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 많은 시위들에서 군인과 경찰이 시위대에게 발포하고, 탱크로 사람들을 짖밟은 사례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지난 1월의 혁명 때에도 군인들은 시위대를 향하여 발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아스완에서 있었던 교회당 피습 사건으로 인해 기독교인의 예배의 권리를 되찾겠다는 시위에 대해 그렇게 무자비한 진압(탱크로 사람들을 압사하기 까지 하였다고 합니다)을 한 것은 이 나라 무슬림들의 무의식 속에, 또한 이 나라 사회적 법적인 시스템 가운데에 내재해 있던 기독교인들에 대한 차별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컨대, 기독교인들은 소수이니까, 그리고 무슬림들보다 열등하니까 좀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들인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이 무슬림들과의 실제 생활에서 원숭이 돼지 취급받으면서 사회적 왕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의 시위에서 시위대에 밀린 군부가 마지막에 강경진압과 비상조치법 복귀를 선언한바 있습니다. 그 뒤 이번이 일종의 시범케이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오늘 아침 현지 신문을 보니까 이번 사태가 이집트 정국에 미치는 파장이 큰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국무총리의 발표때만 해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국민적인 단합만 호소하고 사태를 적당히 무마하려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제 오후 이후 최고 군사 위원회가 내각에게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정당 세력들은 현 내각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또한 알아즈하르 등에서 예배의 권리에 대한 종교법에 대한 논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지 신문들도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난하는 어조입니다.
정당 세력들은 군부가 하루속히 떠나가길 바라고 있는데, 이번 일이 꼬투리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 것 같습니다.
어제 콥틱 교황 바바 쉬누다가 이집트 전체 기독교인들에게 3일 동안의 금식을 선포했습니다.
그동안 기독교인들에 대한 테러와 핍박이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정부군에 의해 많은 시민이 살상된 경우는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이집트에 온 이후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계가 이번 사건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이전보다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집트 혁명 이후 치안이 불안하고, 이슬람주의자들이 활개를 치는 정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기독교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큰 것 같습니다.
저랑 같이 일하는 기독교인이 하는 말이, 올해 신년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교회에서 신년 예배를 드리는데 폭탄 테러가 발생하였습니다. 그 사건 이후 기독교인들이 금식하며 기도하였는데, 그로 부터 40일 이내에 대통령 이하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감옥에 갔다는 것입니다. (40일은 기독교인들이 공식적으로 애도하는 기간입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혁명이 일어나 그 테러의 정치적 책임자들이 모두 감옥에 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 것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집트 정국을 변화시키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집트에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줄어들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또한 이번 일이 기독교회의 예배의 자유, 교회당 건축의 자유, 개종의 자유의 확대를 가져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해 주시기 부탁합니다.
** 엊그제 사건 동영상입니다. 콥틱 병원에 사망한 사람들이 쌓여가는 장면과, 장갑차가 콥틱 시위대를 향하여 돌진하는 장면을 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