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게임 우승에 실패한 박항서 감독을 경질하는 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협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승을 못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과정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 협회의 평가”라며 “아테네올림픽까지 박감독에게 맡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못박았다. 또 이 관계자는 “조만간 기술위원회를 열어 박항서 감독의 경질문제를 최종 매듭짓고 후임 감독 물색을 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박감독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경질될 것이 확실해졌다. 협회는 박감독에게 아테네올림픽까지 맡긴다는 특별한 계약조항이 없어 퇴진시키는 데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박감독을 경질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성적부진.
당초 협회는 월드컵 4강신화의 분위기를 아시안게임에서 이어나가주길 기대했지만 이란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국민적인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협회는 야구,남자농구,남자배구,남자핸드볼,남자하키,럭비 등 다른 구기종목에서 줄줄이 금메달을 따낸 상황에서 유독 2002월드컵 4강신화를 이뤘던 축구만 우승을 못한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또 아시안게임 직전 일었던 항명파동 등 그동안 협회와 마찰을 보였던 점도 이번 결정을 재촉하게된 배경이다. 아시안게임 직전에 가졌던 여러 차례 평가전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박감독에 대한 ‘경질설’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박감독은 협회와의 미계약 상황을 공개하면서 공식적으로 항의한 바 있다. 결국 협회로선 그동안 박감독의 행동을 탐탁지 않아 한 가운데 이번 성적 부진이 경질의 결정적인 빌미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협회의 일방적인 경질방침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록 박감독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 대회의 성적만을 물어 경질하는 것은 협회의 주먹구구식 행정의 예를 또 한번 보이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들은 “정작 아시안게임 금메달 실패의 책임은 박감독이 아닌 축구협회의 집행부와 기술위원회이다. 퇴진해야 될 사람들은 오히려 협회와 기술위원 관계자다”라며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