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서재 몽돌과 함께하는 가을 문학 기행을 다녀와서...(강동중학교장 김기화선생님의 글)

[몽돌지기(김진숙)]

인문학서재 몽돌과 함께하는

가을 문학 기행

                                                  일  시 : 2014.11.22.(토)

                                                  장  소 : 경주  수오재

                                                  글쓴이: 강동중학교장 김기화

인문학서재 몽돌과 함께하는 가을 문학 기행을 다녀와서

일시 : 2014.11.22.(토)

문학 기행! 7년 전만 해도 내겐 참 낯선 단어였다. 전임교인 구영중에서 명예사서교사들과 함께 2009년 1월에 경북 영양의 이문열-조지훈 생가를 돌아보며 작가와 작품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는 여행을 통해 ‘ 세상에! 이런 여행도 있구나.’하며 문화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작년(2013년)에 강동중에 부임하면서 ‘인문학서재 몽돌’ 이기철 관장님께 인사하러 갔다가 관장님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독서에 대한 열정에 반해서 자매결연이란 밧줄로 꽁꽁 묶어버렸다. 그 후 관장님의 적극적인 지지로 문학기행과 ‘파도소리 들으며 밤새워 책읽기’, ‘인문학 특강’, ‘미술전 관람’, ‘시 울림패 노래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얻었다.

오늘도 이기철 관장님의 배려로 천년고도 경주를 사랑하는 기행작가 이재호 선생님이 머무는 ‘수오재 ’와 신라천년의 향기를 맡으러 문학기행을 떠났다.

“여행은 삶을 젊게 만든다”고 했던가! 11월 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와 맑고 드높은 하늘, 아직도 남아있는 노란 은행잎들도 새롭게 보였다. 여행을 통해 어린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니 여행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젊어진다는 것에 공감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행지 자료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휴일이라 경주로 향하는 차가 많이 막혔지만 차창 밖 풍경을 더 여유롭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느림도 짜증보다 편안하게 와 닿았다.

한 시간쯤 달려 수오재에 닿았다. 이재호 선생님은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미리 나와 계

셨는데, 오래 전 잠시 스친 인연인데도 기억해주시고 아주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고마웠다.

이곳 수오재는 5년전 구영중 식구들과 문학기행을 왔었던 곳이다. 그날은 비가 많이 와서 대숲이 보이는 방에 앉아 이재호 선생님의 한옥과 경주 사랑 이야기도 듣고, 툇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정담을 나누었는데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이 눈물나도록 그리웠다.

       

                ▲ 경주 수오재 툇마루에서(09.07.24)                         ▲  구영중 제2회 문학기행 - 경주 (09.07.24)

수오재(守吾齎)는 경주시 배반동 효공왕릉 앞 한적한 동산 자락에 있는데 , 전국에서 해체하여 옮겨 지은 고택 4채가 주변 소나무 숲들과 어울려 너무나 아름다웠다. 기행작가 이재호 선생님이 이 곳에 터를 잡은 사연이 < 첫째 저녁 노을을 볼 수 있는 곳, 둘째 주변에 문화유산이 있어야 할 것, 셋째 영원히 개발되지 않을 곳 >등이라고 하니 참으로 놀라웠다.

선생님은 ‘천년고도를 걷는 즐거움’,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등의 책을 펴냈으며 1987년부터 유홍준 교수와 전국의 문화유산을 함께 오랫동안 답사를 하셨고, 특히 경주와 울산 문화 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라 하루 종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 경주 수오재                                                           ▲ 경주 수오재

아침을 거른 아이들이 많아 우선 김밥부터 챙겨먹고 수오재 뒷산으로 오르니 신라 천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5분 거리에 효공왕릉이 있었는데, 정호임선생님의 딸 정민이가 “옛날 사람들은 거인이었어요? 왜 이렇게 무덤을 크게 만들었어요?”라고 해서 어린 눈에 비친 티없이 맑은 시선에 또 한번 놀랐다. 이렇게 “왜 –Why? ” 라는 질문을 통해서 하나하나 배우고 익혀나아가야 진정으로 배움이 일어나리라.

효공왕은 신라 52대 왕으로 처용가로 유명한 헌강왕의 아들이다. 삼국사기에는 헌강왕이 사냥을 구경하다가 길가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그녀를 수레에 태우고 와서 행궁에서 결합하여 효공왕을 낳았는데 체격이 크고 용모가 뛰어났다고 한다. 51대 진성여왕(효공왕의 고모)은 그의 등에 두 뼈가 솟아 있는 것을 만져보고는 헌강왕의 아들임을 확인했다고 전해진다. 효공왕 시절에는 후백제와 후고구려가 계속 신라를 침공하는 어지러운 시절이라 효공왕은 매우 힘든 시절을 보내었으리라 짐작되었다.

              

                         효공왕릉 (신라 52대 왕)                                    "왜- Why?" 라는 질문을 통해 내 것 만들기 

                 

한참 논둑길을 걸어서 승냥이 모양의 산인 낭산에 있는 선덕여왕릉으로 갔다.

걸어가는 동안 이재호 선생님의 강의는 계속 되었다.

문화는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문화를 알면 향기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하셨다. ‘설레는 마음으로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 바로 문화를 아는 사람이라고 하시며 학생들을 집중하게 하셔서 ‘역시 지혜로우신 분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선덕여왕릉을 정면, 옆 그리고 위 등 여러 위치에서 살펴보게 하신 후 문화재나 사람이나 모두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아야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말씀마다 참으로 철학적이고 귀한 말씀이라 내 가슴에는 바로 와 꽂혔는데 학생들도 잘 경청하고 공감해주기를 바랬다.

『삼국사기』에 413년 8월에 낭산에서 구름이 일어났는데 바라보니 누각과 같았고 향기가 가득 퍼져 오랫동안 없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이때 왕이 "이것은 반드시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노는 것이니 마땅히 이곳은 복 받은 땅이다"고 하였고, 이때부터 사람들이 나무 베는 것을 금지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선지 아주 낮은 산인데도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천년의 향기가 가득하였다.

선덕여왕릉 앞에 서니 지금도 여자가 리더로서 살아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 1,400여년 전에 선덕여왕은 ‘우리 나라 최초의 여왕으로서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나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주 김씨의 후손인 나는 내 가슴에 선덕여왕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으며 선덕여왕처럼 나도 지혜롭게 살아가리라 다짐했다.

       

                                   ▲ 천년고도를 걷는 즐거움                                         ▲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 선덕여왕릉                                               ▲ "모든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아라"

수오재로 돌아와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너른 마당에서 공을 차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리고 점심은 무한 리필 되는 바비큐 파티였다. 야외에서 9년 묵은 된장에 찍어먹는 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아 학생들은 폭풍 흡입하듯 먹었고, 여행 만족도는 200%로 올라갔다.

오후 2시에 몽돌 관장님의 진행으로 문학기행을 두 배로 즐기는 하우스콘서트가 열렸다.

아름다운 고택을 무대로 테너 김영학 님의 <산들 바람>과 <내 마음 그 깊은 곳에>로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고, 이현우 우혜원 님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깊어가는 가을에 문화 향기로 가득 충전했다. 그리고 이재호 선생님의 단소 연주와 ‘경주 이야기’ 마지막 강의가 있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우리 고장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 이재호 선생님의 '경주 이야기' 강의                           ▲ 강동중을 위한 '하우스 콘서트'

       

                           ▲ 테너 김영학님의 노래                                      ▲ 이현우님, 우혜원양의 피아노연탄곡 연주

       

                          ▲ 잘 듣는 자가 문화인^^                                           ▲ 함께 모든 분께 감사 인사

“心不在焉이면 視而不見이라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아무리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고 하시며 “가슴에 불덩이 하나는 가지고 살아라” 는 말씀으로 마무리 하셨다. 오늘은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도 컸지만 선생님과 길을 걸으며 나누었던 길 위의 철학 강의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여행은 늘 새로운 지역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으로 떠나지만 결국을 함께 한 사람들의 향기로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확인한다.

무엇보다 우리 학교 가족처럼 연간 내내 독서교육의 중요성과 문화 충전을 해 주시는 이기철 관장님의 열린 마인드와 창의적인 발상에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내었다. 그리고 문학기행 사전 준비도 꼼꼼하게 해주시고, 시원한 콩나물 국물과 매콤 쌉싸름한 갓김치며 달콤한 과일까지 다 준비해준 김진숙 간사님의 넉넉한 인심도 잊을 수 없다.

사서 이아영 선생님의 갑작스런 부재로 정호임 선생님이 대신 일을 맡게 되었는데도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는 모습이 참 보기좋았으며 도이, 정민, 영재 세 아이들의 엄마 역할도 너무 잘하고 있어 슈퍼우먼 정호임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또 함께 간 딸바보 유창수 선생님의 모습과 남의 아이들을 돌봐주며 멋진 예비아빠 자질을 보여준 김중권선생님도 함께 해주어 고마웠다.

무엇보다 오늘의 주인공인 27명의 학생들이 자신을 알고 가꾸어 스스로를 지켜가기를 바란다.

2014 가을 문학기행을 함께 한 동행자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하며 ‘나를 지킨다’는 뜻인 수오재를 화두로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마음도 깊어진다.

나를 지키는 것이 곧 세상을 지키는 일이거늘…

       

                    ▲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순수한 아이들                           ▲ 정호임 선생님과  김중권 선생님 

       

                      ▲ 수오재 주인장 - 이재호 선생님                              ▲ 딸바보 유창수 선생님과 현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