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알트만이라는 감독을 그렇게 잘 알지만은 못하지만, 그가 냉소주의자이자 아주 진지한 작가주의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정도는 안다.
처음, 닥터 T라는 영화의 포스터는 어느 덜떨어진 로멘틱코메디를 연상시키는 어떤 것이었지만, 영화의 초반과 중반을 감상할 때쯤이 되면, 역시 로버트 알트만.. 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초반은 완벽하게 깨끗한 날씨가 갑자기 비바람을 동반한 이상날씨로 변하면서 주인공에가 닥칠 복선을 암시한다. 평온하고 부유하고 어느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완벽한 환경의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고,..아내가 어느날 갑자기 명품쇼핑몰의 분수대에서 옷을 하나씩 벗어버리고 나체로 뛰어다니는 사고를 친다.
중년의 가장인 리처드 기어의 불행아닌 불행, 제 2의 인생은 딸의 어처구니 없는 야외결혼식에서 또다시 한번 더 돌풍을 동반한 비바람과 함께 닥치면서 절망의 최고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주 통쾌한 웃음으로 끝을 맺는다.
그저 120분정도를 투자해서 오늘 같은 나른한 오후를 빌어 심각한 이야기를 전혀 심각하지 않게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디알렌보다 더 난장판에다 속시끄러우면서도 풍자스러운 로버트알트만의 영화도 그런대로 볼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