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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스와 산성세제
20여년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락스제품이 개발되어 가정용품으로 시판되기 시작할 때였다. 락스는 살균 소독과 표백이라는 두가지 기능 때문에 가정주부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그러나 락스를 잘못 사용해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소비자들은 불평을 터뜨렸다.그중 두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더러워진 은수저를 락스로 닦았더니 하얗게 되기는 커녕 오히려 새까맣게 변했다.둘째는 금붕어 키우는 어항에 물을 소독하려고 락스를 조금 넣었더니 금붕어가 모두 죽었다. 그러니 락스는 표백제로도 문제가 있고 소독제로도 문제가 있었다.어찌된 일이었을까. 도대체 락스는 무엇일까.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락스 제품은 모두 차아염소산나트륨 수용액으로 소금이 많이 녹아 있는 혼합물이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말할 나위도 없이 제조회사가 제시한 용법대로만 쓴다면 매우 훌륭한 소독 살균제이고 우수한 표백제이다.
그러나 차아염소산나트륨은 화학적으로 매우 센 산화제이며 동시에 독성을 지니고 있다. 산화제는 은과 접촉하면 은을 새까맣게 변화시킨다.
어항 물에 섞으면 소독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독성 때문에 금붕어를 죽인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살균소독제는 독성을 지닌다. 집안팎을 깨끗이 청소할 때 으레 사용하는 것이 락스 제품이다. 또 화장실 변기 청소를 할 때는 염산이 섞여있는 산성세정제를 사용한다. 이 두가지를 함께 사용하면 변기와 타일을 씻어내는 세정효과가 2배로 증가하지 않을까, 해묵은 때를 더 깔끔하게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몇년전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주부가 이 두가지 세정제를 함께 쓰다 뜻하지 않게 사망한 이야기다. 이 부인은 통풍이 잘되지 않는 화장실에서 염산과 락스제품을 함께 섞어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부인은 곧 호흡이 힘들어지는 것을 느꼈으며 급기야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영영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염산과 접촉하면 황록색 염소 기체를 만든다. 이 염소 기체는 호흡기를 강하게 자극하고 세포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독성이 강하다. 락스와 산성세정제를 섞어 쓰면 이런 독가스 염소가 생겨 목숨도 앗아간다는 사실을 이 일본 주부는 몰랐던 것이다. 락스를 절대로 산성 세정제와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아무리 좋은 화학 제품이라도 옳게 사용해야 우리에게 혜택을 주지 그렇지 않으면 커다란 해를 줄 수 있다는 교훈이 되는 사건이다.
탄소 4형제
다이아몬드(금강석)와 연필심 속의 흑연과 간장독에 떠있는 숯은 아무리 보아도 비슷한 점이라곤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들은 화학적으로 똑같은 탄소 형제들이다. 금강석 반지는 무색이며 단단하고 현란한 빛을 발한다. 흑연으로 만든 검은 연필심은 종이에 가볍게 쓰기만 해도 달아 없어진다. 숯은 조금만 두드려도 쉽게 쪼개진다. 겉보기에는 크게 다르지만 탄소 검댕(카본 블랙)은 여러 면에서 숯과 유사하다.
이것들처럼 같은 원소로 되어 있지만 성질이 다른 물질을 동조체라고 부른다.
천연다이아몬드의 공급량이 충분치 않아 현재 공업적으로 사용되는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흑연을 섭씨 2000도 이상에서 10만기압의 압력으로 만드는 인조제품이다. 시중에서 살 수 있는 비교적 값이 싼 모조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합성한 제품이다. 공기를 차단하고 다이아몬드를섭씨 3000여도 까지 가열하면 다시 흑색의 흑연으로 변한다. 그럼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왜 이렇게 다를까.
탄소원자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다이아몬드에서는 각 탄소원자가 다른 탄소원자 4개와 입체적으로 결합하고 있는데 반하여 흑연에서는 탄소원자들이 육각형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평면층을 이루고 각 탄소원자는 다른 탄소원자 3개와 결합하고 있다. 따라서 다이아몬드는 매우 굳은데 비해 흑연의 육각평면층은 쉽게 미끄러져 떨어져 나갈 수 있다.
흑연은 이밖에도 전극제조, 원자로에서 중성자감속제, 고체윤활제, 초강력섬유(인공적으로 합성)제조에 필수적인 재료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제1위의 흑연 매장국이다.세번째 탄소형제로 숯과 카본블랙(탄소검댕)이 있다. 공기를 차단 한 채로 나무를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숯이 된다.
숯과 카본블랙에서는 탄소원자들이 무질서한 육각형 꼴로 배열되어 있다. 이들은 흡착력이 뛰어나 탈색 탈취제로 사용된다. 특히 카본 블랙은 자동차 타이어 잉크 및 화장품 제조에도 없어서는 안될 재료이다. 우리 선조들이 간장독에 띄워 넣었던 숯의 지혜는 참으로 과학적이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10여년전에 탄소의 새로운 동생이 발견되었다. 흔히 풀러렌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들은 공 모양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C60에서는 탄소 60개가 축구공처럼 둥글게 결합하고 있다. 이들 은 부분적으로 산화나 환원시키면 전기가 통할 뿐 아니라 낮은 온도 에서는 초전도성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전세계 과학자들이 흥분하고 있 다. 새로 탄생한 탄소의 네번째 형제가 인류에게 어떤 새로운 탄소 소재를 제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샴푸의 비밀
어째서 똑같이 감은 머리인데도 누구의 머릿결은 윤기가 나고 또 누구의 머릿결은 윤기도 없고 산뜻하지도 않을까.이유는 샴푸에 달려 있지만 우선 머리카락의 성질부터 이해해야 한다.머리카락은 색소를 지니고 있는 중심부를 얇은 반투명 비늘 모양의 각피가 둘러싸고 있다. 머리피부 가까이 있는 피지선이 지방질 물질을 분비하여 새로 나오는 머리카락이 반들거리게 일종의 윤활유를 발라준다. 이 윤활유는 비늘 모양의 각피가 머리카락 중심부에 붙어 있게 하여 머리카락의 윤기를 유지하고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다. 피지의 분비가 지나치면 모발에 기름을 흠뻑 바른 것 같아 칙칙해 보인다. 반면에 너무 적으면 건조해져 윤기가 없고 부스스해 보인다.
그렇다면 샴푸는 어떤 작용을 할까. 샴푸속에 들어 있는 세제는 머리카락과 두피에 있는 먼지를 모두 제거한다.하지만 머리카락에 있는 지방질을 알맞게 없애는 것이 좋은 샴푸의 비밀이다. 여러 세제중 라우릴 황산나트륨과 이와 비슷한 세제들이 바로 이 까다로운 임무를 잘 해결해준다. 지나치게 없어진 윤활유를 보충해주기 위해 첨가물을 넣어주기도 한다.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세제와 약간의 윤활유를 물과 섞어주면 샴푸가 되는가. 원리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너무 끈끈하면 사용하기 불편하고 그렇다고 물처럼 쉽게 흘러도 나쁘니 점성도를 알맞게 조절하고 거품도 잘 나게 해야 한다.또 보기좋게 물감도 섞어야한다. 더구나 어떤 향을 넣는가가 상품의 인기를 좌우하기 때문에 어느 향을 섞을지 신경을 쓰게 된다. 센물에서도 쓸 수 있게 화학 첨가제도 넣는다.
그러나 머리털의 윤기와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샴푸의 산성도(PH)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머리카락 섬유의 강도는 약간 산성일 때 가장 크며 산성도가 4∼6일 때 가장 좋다. 더구나 샴푸가 산성일 때는 각피가 머리카락 중심부에 정돈된 모습으로 들러붙어 빛을 일정하게 반사하므로 샴푸로 감은 머리털은 윤기가 난다. 샴푸가 염기성일 때는 머리털 각피가 팽창해 부스스하게 되어 빛이 사방으로 반사된다. 따라서 머리털의 윤기는 사라지고 산뜻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샴푸는 대부분 PH가 5.5∼6이며 수돗물은 PH가 6정도이므로 샴푸로 감은 우리들의 머리털이 대체로 윤기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염기성인 빨래비누로 머리를 감는 것은 머리카락의 윤기를 죽일 뿐 아니라 두피에도 이롭지 못하다. 내가 어렸을 때 다닌 이발소는 하나같이 모두 빨래 비누를 사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스피린 탄생 유래
인류가 사용해 온 약중에서 아스피린과 페니실린 만큼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명을 지켜준 약도 없다.
페니실린에 관한 얘기는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고전적인 얘기가 됐다. 아스피린은 페니실린보다도 더 역사가 오랜 약이다.
아스피린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본다. 아스피린은 화학명이 아세틸살리실산이며 의사의 처방없이도 사먹을 수 있는 해열 진통제다. 독일의 바이엘사가 1899년에 분말형으로 시판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알약은 1915년부터 나왔다. 현재 인류가 하루에 먹는 아스피린 알약은 무려 1억알이 넘는다 하니 정말 놀랄만하다.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고대 서양의학 선구자인 희랍의 히포크라테스는 버드나무 껍질의 해열작용을 발견했다. 그후 2천여년이 지나 영국에서 스톤이라는 성직자가 백버드나무 껍질 즙을 열이 있는 사람 50명에게 먹여 해열작용을 확인했다. 그는 이 사실을 1763년에 런던 왕립학회에서 발표했다.
60여년후에 이탈리아 화학자 피리아는 버드나무 껍질에서 약효의 주성분인 살리신을 분리했다.그뒤 몇단계 화학반응을 거쳐 아스피린의 모체인 살리실산을 얻었다.한편 비슷한 시기에 야생 조팝나무 꽃에서 향그러운 살리실 알데히드가 추출됐다. 이를 산화하니 살리실산이 되었다. 조팝나무는 학명으로 스파이리어에 속한다.바이엘사는 1893년에 살리실산의 에스테르인 아세틸살리실산의 정제법을 발견했다. 이어 아세틸의 머리글자인 「아」자를 스파이리어와 합쳐 아스피린이라 이름을 짓고 진통 해열제로 시판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바이엘사는 아스피린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스피린 알약 한개에는 아세틸살리실산이 0.3g 들어 있으며 강력아스피린에는 0.5g이 들어 있다. 아스피린은 우리가 아픔을 느끼거나 열이 나거나 염증이 커지면 나타나는 프로스타글랜딘이라는 화학물질이 우리몸에서 생기는 것을 막아 진통 해열 능력을 발휘한다.
아스피린은 효과가 놀라운 약이지만 수두나 유행성 감기에 걸려 있는 청소년에게 줄 때는 조심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한편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브프로펜 등 아스피린 2세와 3세가 현재 여러가지 상품명으로 시판되고 있으나 아스피린을 앞지르기엔 아직 멀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아스피린이 심장병 혈전증 치매 방지에도 효과적이라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 아스피린은 앞으로도 한참동안 우리 주변에서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을 맡을 것 같다.
산과 염기: 식초먹어도 혈액 산성도 불변
식초는 시큼한 맛이 나고 양잿물은 미끈거린다. 바로 산(酸)과 염기(鹽基)라는 서로 성질이 정반대의 물질인 아세트산(초산)과 수산화나트륨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산성이나 염기성 물질이 물에 녹으면 물 속의 수소 이온의 농도가 변하게 된다. 수소 이온은 하나의 양성자로 된 아주 작은 알갱이지만 물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친다.
수소 이온이 많은 산성의 물은 아연이나 마그네슘과 같은 금속을 녹이기도 하고 단백질의 가수분해를 촉진한다. 위 속에서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도 염산이 주성분인 위액 때문이다. 반대로 염기성 물질을 넣으면 수소 이온의 농도가 낮아진다. 염기성 물질을 「알칼리성」 물질이라고도 한다. 「알칼리」라는 말은 아랍어로 「식물성 재」를 뜻한다. 나무를 태운 재에 포함된 탄산 칼륨이라는 물질의 특성에서 유래한 말이다.
강한 염기성(알칼리) 물질도 유기물질을 녹이는 위험한 성질이 있고 약한 염기성 물질은 세탁용으로도 사용된다. 우리 선조도 나무를 태운 재를 우려낸 잿물을 세제로 사용했었다. 물 속의 수소 이온의 농도는 pH라는 양으로 표시한다. 순수한 물의 pH는 7이다. pH가 이보다 작으면 「산성」이고 크면 「염기(알칼리)성」이라고 한다. 물 속의 수소 이온 농도가 10배 커지면 PH가 1만큼 줄어든다. 생체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PH에 특히 민감하다. 우리 혈액의 pH는 7.4 정도가 되어야만 건강이 유지된다. 만약 혈액의 pH가 6.8에서 7.8의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 몸 속의 모든 화학반응이 심각한 영향을 받아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러나 우리몸속에서는 세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피에 녹아들어서 생기는 탄산 이온이 혈액의 PH를 안전하게 유지한다. 그래서 식초를 먹어도 피의 산성도는 변하지 않는다. 몸에 해로운 진한 염산 용액에 역시 독성 물질인 양잿물을 적당히 넣어주면 짠 맛이 나고 먹어도 괜찮은 소금물이 되는 것이 화학의 신비로움이다. 바로 산과 염기의 중화반응 때문이다. 식당에서 불고기 판을 독성 화학물질인 염산으로 씻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양의 양잿물을 넣어주기만 하면 진한 소금물이 되어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와 화학: 고급일수록 화합물 다량 첨가
종이는 셀룰로오스라고 하는 섬유질 화합물을 얇게 펴서 만든다. 종이는 전통적으로 글을 쓰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포장재와 화장지를 비롯해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이 소비량은 연간 7백만t에 육박하여 세계 9위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라는 풀을 이어 붙여 종이로 사용했다. 섬유질을 가공해 현대적 의미의 종이를 처음 개발한 것은 서기 100년경 중국에서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는 아마나 삼 또는 뽕나무 껍질을 가공해서 종이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닥나무 껍질을 이용해서 한지를 만들었다.
D―글루코오스라고 부르는 탄수화물 분자가 길게 결합된 셀룰로오스는 면(綿)과 나무의 주성분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는 대부분 나무를 물리적으로 갈거나 화학적으로 분해해서 얻어지는 「펄프」를 가공해서 만든다.
단단한 나무에서 셀룰로오스 섬유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아황산을 포함한 중아황산칼슘이나 가성소다와 황산나트륨을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펄프는 색깔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염소화합물이나 과산화수소와 같은 화학물질을 이용한 표백 공정을 거친다.
펄프에서 얻어지는 섬유질은 굵은 다발로 뭉쳐져 있다. 밀도가 작고 엉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화장지와 같은 용도로 사용한다. 굵게 뭉친 섬유를 물리적방법을 이용해서 가는 섬유로 분리시키면 밀도가 큰 고급 종이의 원료가 된다.
고급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산알루미늄과 같은 점토질을 40%까지 넣고 이산화티탄 탄산칼슘 황화아연과 같은 첨가물을 넣어서 색깔을 희게 만든다.
이밖에 흡습성을 조절하기 위해서 로진이나 왁스 또는 합성수지도 첨가한다.
로진은 소나무의 송진에서 테르펜유를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다. 이렇게 처리한 재료를 넓은 판에 얇게 펴서 말리면 종이가 된다.
종이는 귀중한 천연 자원인 목재에서 만들어지고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화학물질과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사용하고 남은 종이의 효율적인 재활용이 더욱 절실하다.
다행히 종이의 재활용을 위한 화학적 기술은 완벽하게 개발되어 있어 재생종이라고 하더라도 품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종이 재활용률은 50%에 불과하다. 사회의 인식 개선과 효율적인 재활용 체제가 필요하다.
이온음료는 「맛좋은 소금물」일뿐
어떤 과학 용어가 왠지 모르게 사람들에게 신비감을 주는 경우도 있는가 보다. 시중에서 「이온 발생기」 「이온 음료」 「이온 정수기」와 같은 말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이온」이란 말이 바로 거기에 해당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온」을 이해하려면 우선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를 살펴보아야 한다.
원자는 서로 다른 전기를 띤 전자와 원자핵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전자와 원자핵 간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고 있고 이 힘의 크기는 원자마다 천차만별이다. 수소나 나트륨 원자는 원래 가지고 있던 전자도 제대로 지킬 힘이 없지만 플루오르나 염소 원자는 다른 원자가 가지고 있는 전자까지도 서슴없이 빼앗을 수 있다.
원자나 분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전자를 빼앗기거나 다른 전자를 빼앗아오면 만들어지는 게 바로 「이온」이다. 수소나 나트륨은 「양이온」이 되기 쉽고 염소나 플루오르는 「음이온」이 되기 쉽다.
이런 이온은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이용되기도 한다. 「플라스마」라고 부르는, 온도가 매우 높은 기체 상태의 이온은 핵융합 반응에 사용된다.
이온은 일반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서 다른 분자와 쉽게 반응한다. 물과 같은 특별한 액체나 소금과 같이 독특한 구조를 가진 결정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뾰족한 금속 막대기 사이에 높은 전압을 걸어주면 전기 방전이 일어난다. 한쪽 금속에 있던 전자가 다른 쪽으로 뛰어 넘어가는 현상이다.
이런 전자가 공기 분자와 충돌하면 푸른색의 섬광을 낸다. 이 과정에서「이온」이 생기고 이온은 공기 분자와 1초에 수십억번씩 충돌하면서 살균 작용이 있는 「오존」을 만들기도 한다. 「오존 발생기」는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공기중에 오존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피부와 호흡기에 피해를 준다는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물에 소금을 넣으면 나트륨 양이온과 염소 음이온이 분리된 「이온수」가 된다. 심한 운동을 하면 이런 전해질 이온이 땀과 함께 빠져 나가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게 된다.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면 해결된다. 맛 좋은 「소금물」에 지나지 않는 「이온 음료」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양이온수」처럼 한 종류의 이온만 있는 물은 매우 불안정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온」이 마치 신비의 물질인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무지(無知)」 아니면 과장이다.
계피의 식품 방부효과
우리들이 즐겨 먹는 수정과에는 계피가 들어가 있다. 우리 선조들이 수정과 속에 계피를 넣은 이유는 식생활의 향신료로서 사용하는 것이지 방부역할을 바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계피(桂皮)는 계수(桂樹) 나무의 얇은 껍질로서 줄기 및 가지의 껍질을 벗기고 코르크 등을 다소 제거하여 말린 것이다. 반관 모양 또는 관 모양으로 말린 어두운 갈색 내지 회갈색이고 남아 있는 크로크피에 지의(地依)가 붙어서 회백색을 띠는 것도 있다. 독특한 향기가 있고, 맛은 조금 떫으나 달며, 점액성을 가지고 있으며, 되도록 달고 맵지 않은 것이 좋다. 두텁고 향기가 적은 것이나 점액성이 현저한 것 등은 좋지 않다. 향수 향료의 원료 및 한약재료로 사용되며 중국 남부 및 베트남이 주산지이다.
계피가 모든 식품에 효과적으로 방부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방부효과가 나타나는 식품은 식혜, 수정과, 호박, 김치, 송편 등이고 계피를 다량 사용할 경우 방부효과는 좋겠지만 맛으로 느끼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므로 적당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
계피는 음식물을 장기간 보존할 때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계피 속에는 계피 알데히드가 있어 매운맛과 독특한 향을 나게 하며 아울러 방부제의 역할을 한다.
물감이 빠지는 옷감은 왜 소금물에 담글까?
인간은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색채에 관심을 가져 식물의 열매, 잎, 뿌리 등의 식물성 염료 및 동물성, 광물성 등의 천연염료를 사용하여 염색을 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염색된 것은 색조가 퇴화하기 쉽고 색상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였다.
1865년 W.H.Perkin이 조제아미린으로 mauve라는 합성연료를 발명한 것을 기점으로 하여 천연염료는 점차 사라지고 합성염료를 제조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합성염료를 사용하여 효과적인 염색을 하기 위해서는 염료와 옷감의 상태에 따라 알맞은 적당량의 약품사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약품을 염색조제라고 한다.
조제에는 용해제, 촉염제, 완염제 등이 있는데 촉염제는 옷감에 염료를 잘 침투하게 하고 염색을 균일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소금, 망초 등이 사용되어 진다. 직접염료, 산성염료, 염기성염료 등 염료의 종류에 따라 섬유 세척시 물 빠짐을 막는 방법이 서로 다르겠으나 많은 염색방법 중에서 촉염제로 사용되는 소금이 탈색을 방지하는데도 많이 이용된다. 그 이유는 염색용액 속에 중성염을 넣으면 물 속에서 그 회합이 감소되어지며, 진한 염료용액 속에 다량의 소금을 투입하면 염석 현상이 나타나 탈색을 방지하게 된다. 염석이란 어느 물질의 용액에 가용성염료를 가해서 그 용질을 석출시키는 것으로 이 이론을 이용해 보면 염인 소금을 수용액 속에 넣으면 물로 하여금 더욱 극성을 띠게 해서 비극성화합물(염료)의 용해도를 감소시켜 난용성염료가 되도록 한다.
생활주변에 있는 염기성물질중 소다가 효과가 있으나 소금보다는 그 효과가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물 빠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20%의 소금용액에 빨래감을 20분간 담구었다가 세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소금이 세탁물의 물 빠짐을 방지하는 물리적 이유는 염료가 물에 용해되는 것을 억제하여 옷감에 잘 붙어 있도록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봉숭아 꽃잎은 왜 손톱에 물이 들까?
옛날 아녀자들이 풍습의 하나로 봉숭아꽃으로 손톱을 빨갛게 물들이는 5월이 되면 봉숭아의 꽃과 잎을 석어 찧은 다음 백반, 소금 등을 넣어 손톱에 묶어 물들이는 풍속은 오행설에 적(赤)이 사귀(邪鬼)를 물리친다는데서 유래된 것으로 보며 근래에는 소녀들이 첫눈이 올 때까지 물들인 빨간 손톱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아름다운 추억을 갖곤 했다. 요즈음은 서양의 매니큐어가 봉숭아 물들이기를 밀어내 버렸지만 아쉬운 마음에 자연색의 봉숭아 물을 계절에 구분없이 사용할 수 있는가를 밝혀 보고자 한다.
봉숭아는 적색, 백색, 분홍색, 자주색의 4종류가 있다. 종래에는 유색봉숭아만을 물을 들이는데 사용하였으나 백색봉숭아도 손톱에 물이 잘 들을 수 있으며 밤새도록 묶어 놓지 않아도 2시간 이상이면 손쉽게 물을 들일 수 있다. 또한 백반을 혼합하면 손톱에 물들이는 시간을 단축시키며 연한색으로 물을 들일 수 있다. 봉숭아물(색소)은 냉동하지 않으면 오래 보관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봉숭아 꽃잎과 백반을 잘 짓찧어 냉동실에 보관하면 봉숭아물은 1년 동안 언제든지 손톱에 물들일 수 있다. 매니큐어를 손톱표면에 바를 경우 그 때문에 산소가 손톱을 통과하지 못하여 손톱 색이 하얗게 되거나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만, 봉숭아 물은 손톱이 숨을 쉴 수 있어 건강 면에서도 효과적이므로 봉숭아 즙을 발라 손톱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다
마요네즈속의 화학
마요네즈는 겉보기에 단순한 식품이지만 그 속에는 놀라울 정도의 화학지식이 담겨 있다. 서양에서 마요네즈를 만드는 방법은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기술이지만 화학의 원리를 밝혀내기 전부터 화학의 원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달걀을 살펴보자. 달걀은 75%가 물이고 단백질과 지방이 각각 약10%씩 들어 있다.
서양에서는 달걀의 노른자위만 분리해서 식용유를 넣은 후 저어서 마요네즈를 만들어 먹는다. 노른자위를 이용해 물과 식용유가 서로 섞이지 않는 성질을 극복하는 것이다. 즉 달걀의 노른자위에 들어 있는 레시틴이라는 분자가 작은 식용유 방울을 둘러싸면 물과 섞여 에멀전이라는 안정된 상태가 된다. 여기에 식초와 향료를 넣으면 바로 마요네즈가 되는 것이다.
긴 막대기 모양의 레시틴 분자의 한 쪽 끝은 물 분자를 좋아하고 다른 쪽 끝은 기름 분자를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상극인 물과 기름 사이에 좋은 중재자 역할을 한다. 노른자위
1개에는 약2g 정도의 레시틴이 들어 있다. 이것은 무려 3.5ℓ의 마요네즈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1988년에 영국에서 살모넬라라는 박테리아에 오염된 달걀이 발견되었다. 주로 파충류에 기생하는 살모넬라는 패혈증이나 뇌막염과 같은 무서운 질병을 일으키는 못된 박테리아다. 달걀을 충분히 삶으면 살모넬라가 죽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말랑말랑한 반숙이나 마요네즈도 함부로 먹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달걀의 노른자위는 섭씨62도 이상으로 가열해야 변성이 일어나지만 살모넬라는 59도에서도 몇 분 안에 죽어버린다. 따라서 노른자위를 59도와 61도 사이에서 6분 정도만 조리하면 살모넬라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반숙을 즐길 수 있다. 또 노른자위를 분리해 62도의 물 속에서 15분정도 잘 저어주면서 중탕하면 살모넬라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마요네즈도 만들 수 있다.
조리법에 담겨 있는 화학적 현상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복잡하다.
이제는 과학적인 조리법을 개발한 과거의 지혜에 감탄만 할 게 아니라 체계적인 화학 지식을 이용해서 식품의 특성과 조리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발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막연한 추측만을 근거로 잘못된 건강 상식이 만연되는 안타까운 일도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고급 단백질의 조건
우리나라 사람처럼 몸에 좋다면 무엇이나 먹어대는 사람들도 드물듯 싶다. 몸에 좋다고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를 뒤져 잡아 먹고 초가 처마밑에 잠자고 있는 굼벵이도 먹어대더니 급기야 땅속 지렁이까지 잡아 탕을 만들어 먹는다.
여기에는 재미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모두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해 주는 식품(?)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 보신용 식품속에 들어있는 단백질은 다른 단백질보다 질이 좋은 고급 단백질일까. 무슨 단백질을 고급 단백질이라고 부를까.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모두 똑같이 20여종의 알파 아미노산이 길게 결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 아미노산 중 절반은 필요에 따라 우리 체내에서 만들어지지만 나머지 절반은 꼭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우리가 꼭 섭취해야 하는 바로 이 10여가지 아미노산을 필수 아미노산이라 부른다. 성인남자의 몸에는 대략 10㎏의 단백질이 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매일 50g 정도의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 물론 이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있어야 한다.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인체의 비율에 맞게 들어있을 때 우리는 그 단백질을 고급 단백질이라 부른다.
가장 흔한 단백질 식품중 달걀이 제일 좋은 고급 단백질 공급원에 속한다. 달걀속에 들어 있는 필수 아미노산의 비율이 인체 단백질 속에 들어있는 필수 아미노산 비율에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 단지 노른자위에 많이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이 영양이 지나친 일부 사람들에게는 걱정거리겠지만.
그러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어떨까. 땅콩은 메티오닌만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 우수식품이다. 그러나 인체 비율과는 잘 맞지 않기 때문에 계란같이 고급 단백질 식품이라고 할 수 없다. 야채나 과일에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채식가는 여러가지 단백질 공급원을 잘 섞어 먹어야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예컨대 옥수수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중 하나인 트립토판이 없는데 대추에는 트립토판이 들어있다. 또 아침에 주로 먹는 시리얼 속에는 리신이 없는데 우유에는 리신이 듬뿍 들어있는 것이 그 좋은 예다.
고기가 고급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섭취하면 안된다. 고기속의 지방도 문제지만 아미노산 대사 생성물인 질소 화합물이 콩팥에서 너무 많이 배설되어 요독증이라는 병에 걸린다. 증상으로 두통 구토 및 현기증이 나타난다. 바람직한 건강을 위해서는 동물단백질과 식물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침 바르면 소독된다”
모기에 물려 가려운 피부를 긁어 급기야 시뻘겋게 부풀어 올라도 연고 하나 사 바를 수 없었던 시절. 긁지 말고 열심히 침을 바르라고 하시던 할머님의 말씀이 생각난다.신통하게도 부기와 가려움이 없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침이 소독약이라고 어렴풋이 헤아리던 기억은 나만의 경험이 아니리라 믿는다. 정말 침이 소독작용을 갖고 있을까. 그렇다면 침속에는 무슨 성분이 들어 있어 소독작용을 할까.
우리 입속은 항시 침으로 젖어 있다. 음식물을 씹으면 침이 섞여 부드럽게 만들뿐 아니라 소화도 쉽게 해준다. 그러나 침은 그 이상의 일을 한다.
병원균을 포함해 많은 유해물질이 우리 입을 통해 몸안으로 들어온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병원균 때문에 우리가 매번 병에 걸리는 일은 없다. 이는 바로 침의 소독작용 덕분이다. 10여년전에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침은 단순히 소독작용뿐 아니라 곰팡이에 들어 있는 발암성 물질인 아플라톡신B1과 일부 음식물이 탈 때 생기는 벤조피렌 등을 거의 100% 비활성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여러가지 다른 독성물질도 무력화시킨다 건강한 사람의 침에는 효소가 10가지 이상, 비타민이 10여가지, 무기원소가 10여가지 들어 있다.
이밖에도 호르몬 단백질 포도당 락트산 요소 등 침에는 참으로 여러가지 화합물이 섞여 있다. 이 중에서 과산화물을 분해시키는 효소 퍼옥시디아제와 비타민C가 침의 소독 효과를 두드러지게 한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음식물을 열심히 씹어 먹으라는 충고를 듣는다. 음식물을 잘게 씹으면 침이 골고루 섞여 소화를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음식물과 함께 섞여 있는 여러가지 병원균에 대해 침이 소독 작용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따라서 침은 한 손에는 소독의 창을, 또 한 손에는 소화의 칼을 들고 있는 믿음직한 인체의 수문장이라고나 할까.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추천할 만한 방법인지 의문이 가겠지만 손가락을 베어 피가 나면 얼른 피를 짠 후 상처에 침을 바르도록 하던 우리 선조들의 오랜 처방법은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손가락을 베었을 때 혹시 들어갔을지도 모를 병원균을 밖으로 내몰기 위해 피를 짜고서는 상처를 핥아 소독하도록 한 지혜로운 민간 의술이 아닌가 싶다. 신기하게도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도 상처에서 피가 나면 그곳을 열심히 핥는다. 이들도 본능적으로 침의 소독작용을 알고 있다는 뜻일까
세제통은 「화학창고」
슈퍼마켓 잡화상 구멍가게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제통이야말로 요술통같은 화학창고다.
이 창고 속에는 10여가지 화학약품이 섞여 있다. 이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때문에 우리는 옷을 깨끗이 세탁할 수 있다. 세제에는 한가지 성분만이 아니고 여러가지 화합물이 섞여 있다.
왜 그럴까.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각 성분의 역할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얼룩이나 때를 빼는 세제의 주임무는 보통 알킬벤젠술폰산염(ABS), 비이온성 계면활성제와 비누의 혼합물이 맡는다. 세탁에 사용하는 물이 센물일 때는 세제의 효능이 줄어들므로 인산염 탄산나트륨 제올라이트 등을 섞어 물을 단물로 만든다. 이중 인산염은 폐수에 섞여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수질오염(부영양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그 사용이 점차 제한되고 있다. 합성세제인 ABS는 센물에서도 계면활성을 잘 유지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세제가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며 몇가지 성분을 더 섞는다. 우리나라 여름처럼 습한 날씨에서는 가루성분이 쉽게 덩어리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황산나트륨을 섞어야 한다. 세탁을 자주 하다보면 세탁기 내면의 코팅이 벗겨져 녹슬게 되므로 이를 방 지할 수 있는 화학물질도 첨가한다.단백질 식품의 소비가 날로 증가해 옛날보다 훨씬 많아진 단백질성 얼룩이나 때는 일반세제만으로는 쉽게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종종 단백질 분해 효소를 섞어 사용해야 한다.세탁을 끝내고 나면 얼룩이나 때는 다 없어졌는데 먼지가 그대로 세탁물에 들러붙어 있어도 난감한 일이다. 먼지가 붙는 것을 막아주는 임무는 흔히 CMC라는 셀룰로오스 화합물에 맡긴다.
표백제와 광표백제(형광염료)는 흰옷을 햇볕에 말리지 않아도 눈부시도록 희게 해준다. 빨래 널 곳이 없다고 짜증낼 필요가 없는 세상이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상의 성분을 모두 섞어놓고 냄새를 맡아보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냄새가 나도록 향료를 섞는다. 라일락 향료를 섞을 수도 있고 소나무 향을 섞을 수도 있고…. 사실 어느 향을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할지 예측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제 제조업자들은 향료 선택에 애를 먹는다 . 주부가 취향에 맞춰 선택하는 세제에 따라 마치 한 가족임을 재확인이나 하듯이 그 집 식구들의 옷에서는 같은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이처럼 세제는 온갖 성분이 다 들어가야만 제대로 효능을 발휘하니 「화학성분의 오케스트라」라고나 할까.
식은 밥이 맛없는 까닭
6·25때 피란시절 이야기다. 쌀을 몇 알씩 씹으며 담소하던 경상도 아주머니들은 나를 놀라게 했다.
서울에서는 쌀을 그대로 먹는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밥이야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좋아하는 필수 식품이지만 익지도 않은 쌀을 맛있다고 먹다니….
밥을 짓기 위해서는 쌀에 물을 붓고 알맞게 끓여야 한다.그러면 무슨 변화가 일어나 밥의 맛을 내는 것일까.
우선 쌀에 들어 있는 녹말 성분을 살펴 보자. 쌀은 주로 아밀로 오스와 아밀로펙틴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을 합쳐 녹말 또는 전분이라고 부른다. 아밀로오스에서는 글루코오스(포도당)가 2백개 이상 결합한 것으로 선형이다. 이에 비해 아밀로펙틴은 글루코오스가 1천개 이상이 가지를 친 구조를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쌀 녹말에는 아밀로오스가 약 20% 들어있고 나머지는 아밀로펙틴이다. 찹쌀에는 주로 아밀로펙틴만 들어 있다.
쌀속에 들어 있는 녹말은 베타 녹말 상태며 이것은 긴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 사슬이 규칙적으로 밀집해 있는 결정구조를 가진다. 여기에 물을 붓고 끓이면 물분자가 녹말 사슬 사이로 파고 들어가 밀집 구조를 파괴하여 불규칙하고 느슨한 구조가 된다.
따라서 밥을 지으면 부피가 대략 2배로 늘어난다. 이처럼 물분자가 녹말 사이에 들어가 있는 상태를 알파 녹말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알파 녹말(밥)은 베타 녹말보다 부드러우며 씹기도 쉽고 우리 혀가 맛있다고 느낀다. 이처럼 느슨한 구조가 되면 소화액이 스며들기 쉬워 소화도 잘 된다.
찹쌀의 녹말은 주로 가지 친 분자 구조를 지니는 아밀로펙틴으로만 되어 있기 때문에 밥을 지으면 이 가지 구조가 훨씬 더 엉키게 되고 이른바 찰기를 띠게 된다. 그러면 왜 식은 밥은 갓 지은 밥에 비해 맛이 떨어질까. 알파 녹말 상태의 밥이 물을 잃어버리면서 점차로 베타 녹말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 변화를 우리는 밥의 노화현상이라 부른다. 섭씨 0도 근처에서 물의 함량이 30∼60%일 때 이 변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난다.
물분자가 달아나면서 녹말 분자가 다시 결합하도록 도와주므로 이를 방지해야 밥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 밥속에 있는 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밀폐된 용기 속에서 따뜻하게 보관하면 밥의 맛을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보온밥통이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화학섬유의 신비
20여년전 일이다.1975년 말에 시애틀의 한 경찰이 어느 가게의 직무점검 장소에 서있는데 갑자기 도둑이 침입해 1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권총을 경찰에게 쏘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경찰은 쓰러지지도 않았고 피를 흘리지도 않았다. 그는 로봇이었나? 그렇지 않았다.그 경찰은 제복속에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합성섬유 중에는 아라미드라고 부르는 초강력 섬유가 있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케블라이다. 이 섬유는 종래 방탄조끼에 사용했던 티탄과 철의 합금 섬유에 비견할 정도의 강도를 지니며 훨씬 가벼워 방탄조끼의 경량화에 공헌했을뿐 아니라 착용감도 금속섬유보다 우수하고 매우 보기 좋게 만들어졌다.
합성 섬유기술의 발전은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섬유가닥 가운데에 구멍을 갖게 해 보온력을 크게 높이면서 동시에 가볍게 만든 섬유,물에 빨아 입을 수 있어 물실크라고 부르는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인조비단, 각이 지도록 만든 섬유로 직물을 짜 한복을 지어 입고 다니면 천연비단처럼 아삭아삭 소리가 나는 섬유, 정전기를 막아주도록 변형시킨 섬유, 잘 타지 않게 만든 섬유, 고무줄처럼 탄력이 큰 섬유 등은 모두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되고 있는 최신 섬유들이다.
방수 스키복이나 방수 재킷은 더욱 신기하다. 이들의 광고를 보면 땀은 잘 빠져나가지만 빗물은 스며들지 않는다고 한다. 땀이나 빗물의 주성분이 다 함께 물인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이 옷감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매우 작은 구멍들이 수없이 많이 있음을 알게된다. 아예 여러 겹을 겹쳐놓은 거미줄처럼 보인다.
이 구멍의 크기는 대략 0.02∼15㎛(1㎛는 1백만분의 1m)로 수증기 분자의 약7천배에 해당하지만 물방울 크기의 2만분의 1정도이다.
따라서 물방울은 통과할 수 없지만 수증기 분자는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땀은 통과시키면서도 방수작용을 하게 된다. 병뚜껑 빨랫줄 합성종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으로 이같은 특수 재킷을 만들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개발되어 시판되기 시작한 인조스웨이드(보풀이 있는 부드럽게 무두질한 가죽)또한 신비한 신소재 섬유제품에 속한다 . 보통의 섬유보다 10분의 1정도로 가늘게 뽑은 극세 섬유로 포를 뜬 뒤 가죽처럼 탄성을 갖도록 내부층에 폴리우레탄 수지를 침투시켜 제조한다. 보풀로는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섬유를 사용해 천연 스웨이드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요즘은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도저히 믿어지
지 않는다. 개발해야 할 첨단기술과 제품은 한없이 많은데….
화장품의 성분은?
아무래도 비너스는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 가장 아름답게 보였을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역시 걸맞게 짙은 화장을 했을 때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 같다. 현대여성들은 어떨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일까. 핑크색 입술연지를 곱게 칠하고 눈 둘레에 알맞게 만든 그늘 속에서 부리부리하게 시원한 눈매를 만들어 주는 검은 속눈썹이 길게 강조된 갸름한 얼굴이 남성들의 눈길을 가장 끌까.양쪽 볼의 윤곽도 약간은 돋보이게 명암을 살려주어야 하고 손톱도 예쁘게 길러 고운 색으로 칠하여야 되겠지.최근에는 치아에도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넣는다나. 그러나 시간이 부족할 때는 급한대로 입술 눈매와 손톱만 분장하기로 하면 어떨까.
우선 입술연지부터 시작한다. 입술연지의 반 이상은 피마자유 파라핀 및 왁스로 되어 있고, 피마자유는 다른 기름과 함께 색소를 용해시킬 뿐 아니라 용기 속에서는 왁스형 고체로 있다가 따뜻한 입술에 닿으면 매끄럽게 흘러 얇은 피막을 만들어 입술을 윤기있고 부드럽게 해준다. 입술연지에는 그밖에 에스테르,양의 피지(라놀린), 소량의 향, 염료(오렌지5번, 적색22번 등)및 방부제가 들어있다. 입술연지는 결국 아름다운 색깔을 띤 입술 피부의 특수 도장제다.
아이섀도는 밀랍 라놀린 및 오일에 짙은 색의 무기염료를 섞은 혼합물이다. 원하는 색깔에 따라 청색 안료, 색조가 다른 산화철(녹슨 쇳가루), 호롱불의 그을음, 잉크와 타이어의 검은색인 카본블랙(탄소 검댕), 흰 페인트의 원료인 이산화티탄 등이 사용된다. 그렇다고 얼굴에 무슨 특수 염료나 안료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마스카라는 속눈썹 끝을 짙게 하여 마치 길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눈을 보호하고 알레르기를 막기 위해서 마스카라에 사용되는 염료나 안료의 선택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독성의 천연염료, 무기안료와 카본블랙이 주로 사용된다. 겉눈썹 그리는 것도 이야기는 비슷하다.
손톱을 예쁘게 가꾸어 주는 매니큐어 액은 손톱 위에 발랐을 때 금이 가거나 조각나지 않으면서 손톱에 부착된 채로 손톱과 함께 구부러지는 특수 래커다.흔히 니트로 셀룰로오스(셀룰로이드), 가소재, 송진 유도체를 휘발성 에스테르 등에 녹인 용액에 청색안료 카본 블랙 유기염료 철과 같은 금속의 산화물을 섞어 만든다. 휘발성 용매가 증발하면 손톱 표면에 예쁜 색 염료가 섞여있는 얇은 고분자 피막을 만든다. 쉽게 말해 온돌방 장판에 니스를 칠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결국 도장술의 극치는 클레오파트라의 화장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나 할까?
[위]속에서 강산성인 염산이 분비되어도 해가 없나?
인체의 소화기관인 위에서는 강한 염산이 분비된다. 이 염산은 음식물에 섞인 세균과 미생물을 죽일 정도로 강산성(pH 1.6~2.4 정도)이다. 위속에 들어간 음식물의 단백질 분자구조를 변형시켜 소화되게 만드는 것도 위산 덕분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강한 산이 분비되는데도 왜 위 자체에는 아무런 탈이 없을까.
해답은 뮤신이라는 점액단백질에 있다. 위액은 하루에 보통 2~3리터(성인기준)가 분비되는데 이 안에는 극소량의 뮤신이 포함돼 있다. 이 분비물은 위벽을 감싸 세균이나 자극성 물질로부터 위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만약 뮤신이 분비되지 않는다면 위산은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위에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 결국 뮤신은 위액에 들어있는 산이 위에는 피해를 입히지 않고 음식물에만 작용하도록 하는 자체방어기능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매운 고춧가루나 고량주와 같이 독한 술을 먹어도 뮤신이 위를 보호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뮤신도 한계가 있게 마련. 독성이 있는 음식물이 일정기간 과다하게 위로 흘러들면 뮤신 점액질에 상처가 생긴다. 이것이 바로 위염이나 위궤양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