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한구석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천국과 지옥이라는 거대한 경계선 위에 서서, 문득 우리는 시대의 가파른 벼랑 끝을 목도한다. 옛 시인이 읊었던 ‘판가름의 말세지말(末世之末)’은 더 이상 아득한 먼 미래의 신학적 사유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있는 현재, 즉 가치관의 혼돈과 영적 아노미가 지배하는 바로 이 순간의 생생한 초상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힘과 지성으로 ‘의(義)의 탑’을 쌓아 올리려 한다.
세속적 성취와 바벨탑 같은 업적으로 영원성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오만은 시대를 불문하고 집요하게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묵시록적 경고는 단호하다.
인간이 쌓은 성벽은 결국 소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으며, 오직 ‘십자가의 은혜’라는 보이지 않는 비밀을 가슴에 새긴 자들만이 진정한 구원의 소망을 품을 수 있다는 진리이다.
알곡을 거두려는 거룩한 손길과, 사람들의 영혼을 심연의 어둠으로 끌어당기려는 사탄의 거친 흔들림 사이에서 인간의 삶은 치열한 사투의 장이 된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시대를 분별해야 할 지도자들과 권력자들의 영적 블라인드(blindness)다.
어두운 휘장이 눈을 가려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는 인간의 재판관들은 오판을 거듭하고, 그 아래서 힘없는 이들의 통곡만 고요한 파문으로 고인다.
지식과 권세가 신앙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오만한 춤을 추는 동안, 본질이어야 할 영성은 외면당한다. 눈먼 권세와 화려한 칭호, 껍데기뿐인 학위가 진리의 자리를 침범할 때 신앙은 본래의 빛을 잃고 한낱 세속적 신분 상승의 도구로 전락한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진정한 영적 꼴(말씀)을 얻지 못해 굶주린 양 떼는 어미를 찾듯 목이 쉬도록 울부짖다 끝내 영적 아사(餓死) 상태에 이른다.
부흥의 구호와 화려한 종교적 수사(修辭) 뒤에 숨겨진 현대인의 처절한 영적 빈곤이다. 어둠 속에서 스러져 가는 양들의 탄식은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회가 면밀히 직시해야 할 참담한 현실이다.
"여호와의 손이 내게 임하고 또 여호와의 聖神의 默示로 나를 데리고 나가서 골짜기에 두니 骸骨이 가득한지라"
하늘 아래 삶은 결국 두 갈래의 길을 향한다. 하나는 멸절을 향한 세속의 길이며, 다른 하나는 만왕의 왕이 권세와 영광으로 도래할 ‘공중재림’의 날을 바라보는 소망의 길이다.
거대한 영광의 파도가 찰나를 깨뜨리고 밀려오는 그날, 비틀린 세상의 모든 껍데기와 거짓은 마침내 벗겨질 것이다.
"주님, 어서 이 탄식을 들으시고 응답하소서."
이 아득한 탄식의 주파수는 단순한 종교적 기원(祈願)을 넘어선다. 그것은 시대의 오만과 불의를 향해 던지는 경종이자, 본질로 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영혼의 가장 깊은 울림이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이 경계의 시대, 우리는 과연 어느 길 위에 서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힘으로도 못하고 能으로도 못하고 오직 내 聖神으로 하리라 하시니 이는 萬有의 여호와의 말씀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