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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점심까지 태산에 도착해서 등반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별로 없다.
곧장 출발하여 아침 식사는 중간에 휴게실에서 때우기로 했는데, 막상 매점에 들어가 보니 먹을만한 것이 별로~
빵은 모두 무지막지하게 커다랗기만하고 속엔 아무것도 안들어 있으며, 과자는 대체 어떤 걸 골라야 좋을지 몰라 다들 진열대 앞에서 방황이다.
아이스크림도 종류가 꽤 많았는데, 이것도 역시 어떤걸 골라야 실패하지 않을지 감 잡을 수 없는 상황.
많은 사람들이 고른 옥수수모양 아이스크림이 탐났지만, 내 바로 앞에서 매진 되어 구입 실패.
(결국 이 아이스크림은 다음날 일행 중 버스에서 화투패로 돈내기 게임에 이긴 한 분이 전원에게 대접하여 맛볼 수 있었는데, 바닐라 맛과 옥수수맛이 어우러진 꽤나 호화스런 맛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실>
<내가 제일 먼저 고른 것은 녹차맛 쿠키>
Well being 이라 써있는 세련된 쿠키. 꽤 담백하고 맛난다.
<이영애가 모델로 등장하는 차음료>
나중에 숙소 티비에서 이영애가 직접 광고하는 것도 보았다.
녹차를 비롯해 갖가지 차들이 있는데 모두 꿀이 들어가 달짝지근하다.
도대체 달지 않은 일반 차음료는 찾을 수 없었다.
중국에서 맛본 모든 음료를 통틀어 가장 무난한 것은 오렌지맛 음료였다. 키위를 비롯한 기타 음료들은 전부 별로여서 다 마시지 못하고 버렸다. 우유에 사과과즙을 넣은 독특한 음료도 있었는데, 너무 달아서 갈증해소가 전혀 되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줬더니 요구르트 같다고 좋아하더라.
<휴게소에서 구입한 커다란 빵을 쪼개어 한국에서 사온 슬라이스 치즈와 볶은 고추장을 넣어 만든 아침 식사> 버스 뒷자리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올인하여 만들어 먹고 있었다. 보기엔 정말 이상할 것 같지만, 한 입 얻어 먹어보니 정말 맛이 괜찮다.
점심무렵 태산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대묘'. 입장료 20元.
대묘는 역대 확제들이 봉선(신화 속에 나오는 제사의 하나로 하늘에 자신의 치적을 보고하는 것)을 거행하던 곳으로, 진시황을 최초로 하여 중국 역대 황제 중 봉선의식을 거행한 황제는 총 72명에 불과하다. 대외적으로 뚜렷한 업적을 남긴 황제만이 봉선의식을 거행할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이라 한다.
<대묘방> <대묘의 입구 정양문>
시간 관계상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약 사오십분 정도 각자 구경하고 반대편 출입구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다들 처음부터 사진찍기에 심취하다보니 거의 입구쪽에서만 알짱대다가 시간이 다 가버렸다.
대묘 안에는 고목, 연못, 거북이가 받치고 있는 거대한 비석 등 사진찍으며 즐길만한 장소가 많은 편이라 정작 중요한 사당 앞에 가기도 전에 주어진 시간을 모두 써버린 것이다.
<대묘의 정전인 천황전>
베이징 자금성의 태화전, 취푸의 대성전과 함께 중국의 3대 건축물의 하나라고 한다.
짐을 내려놓은 곳은 DongGyue Hotel.
별 2개짜리로, 방은 괜찮은데 화장실이 매우 사람 심란하게 한다. 화장실 문짝에 곰팡이 낀 것은 기본.
어떤 방에서는 쥐가 나왔다는 풍문도 들리고, 화장실 변기에 물이 안내려간다고도 하던데..우리 방은 그런 문제는 없어 다행이지만 샤워할 때 귀신 나오겠다.
여기도 역시 거울은 화장실에만 있는데, 그나마 불이 너무 어두워 잘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도 핑크색 하트무늬 침대보는 참 독특해서 마음에 든다.
<호텔 로비> <내가 머문 1층 구석방>
<놀이동산에나 있을법한 깜찍한 펭귄 쓰레기통이 호텔 마당 곳곳에...>
<호텔 식당에서 나온 차에서 풀냄새가 강하길래 열어보니 마치 잔디와 같은 길쭉한 잎이 들어있다. 이거 혹시 잔디차?>
호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갈 그룹과 걸어서 올라갈 그룹을 나누어 태산 입구에서 부터 따로 버스를 타고 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내가 속한 그룹의 코스는 태산 중간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중천문에서부터 걸어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
태산을 오르는 루트는 천외촌에서 버스를 타고 산중턱의 중천문까지 올라가는 첫번째 방법과 홍문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도보로 오르는 두번째 방법이 있다.
<태산 입구에 세워진 지도> <태산 입구 중의 하나인 천외촌>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탁 트인 넓은 공간이다.
계단 가운데에 비스듬하게 새겨진 부조와 조각기둥도 중국의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스타일을 대변해준다.
태산 입장료100元+
버스요금20元+
보험료2元.
중국의 유명한 산은 전부 바위산으로, 처음부터 정상까지 모두 계단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계단이 더 힘들 줄 알았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경사진 산보다 훨씬 다리도 덜 아프고 오르기 쉽다. 다만 계단 폭이 좁고 불규칙적이라 도중에 비를 만난 우리의 경우 미끄러질까봐 매우 긴장해야 했다.
그런대로 괜찮았던 날씨는 등반을 시작한지 20분도 되지 않아 소나기를 내려 일회용 우비를 사입고 또 영차영차. 올라가는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가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산속 바위들에는 온통 이렇게 새빨간 글씨가 새겨져 있다. 사회주의 시절 새겨진 것들로, 내용은 굳이 읽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운보교> 안개가 자욱한 날 산 위에서 바라보면 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비는 곧 그쳤으나 안개인지 비인지 모를 습기가 온몸을 휘감더니 정상에 다다를수록 안개가 심해진다. 마치 구름속을 걷는 느낌이라 신비한 기분이나, 사실 한 치 앞에 보이지 않는 불안스런 상황이기도 하다.
대충 두시간 반 쯤 걸렸을까? 드디어 우리의 목표, 남천문을 코앞에 두고 마지막 힘을 다해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먼저 올라갔던 일행과 마주쳤다. 안개가 심해 케이블카 운행이 중단되었으므로 걸어서 내려가는 길이라고 한다.
오오...나도 내려갈 때에는 케이블카 타려고 했는데...운행 중단이라니...이런 낭패가 있나!
남천문에서 타이산의 정상인 옥황봉 까지의 길은 또 다른 세상으로, '하늘길' 이란 이름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왼쪽에는 가게와 여관이 즐비하고 오른쪽은 절벽인데 안개가 자욱해 절벽 아래를 볼 수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젠빙'으로 추정되는 음식을 만드는 모습>
계란반죽을 얇게 부쳐서 파 등을 말아 크레페 처럼 말아준다.
이런 곳에서 복숭아 한 개 베어물면 아주 신선이 된 기분이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에 딱 들어온 과일가게의 사과와 복숭아 더미! 후후. 하늘길에서 먹는 초미니 복숭아의 달콤함을 감히 그 무엇에 비할까.
이제 정상 까지는 고작해야 10분 정도로, 오른다는 느낌 보다는 운치있는 산길을 산책하는 느낌이다. 자욱한 안개와 어우러져 나는 마치 신비스런 제사를 위한 성소에 올라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올라갔다. (어디선가 '주몽'의 여미울이 쓰윽 나타날 것만 같은 묘한 분위기랄까.ㅋ)
<정상 부근의 이정표> <간간히 계단에 새겨진 해발고도를 볼 수 있다>
당시에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체 정신없이 케이씨만 쫒아 다니며 좋아라 했는데, 나중에 가이드북에 있는 명칭과 비교해 보니 우리가 어 딜 들렀는지 저엉~말 모르겠다.
<정상에서의 기념 촬영> 아마도 이 곳이 옥황봉 이겠지? 바로 뒤는 낭떠러지.
<'벽하사' 로 추정되는 사원> 옥황상제의 딸이자 타이 산의 여신인 벽하신군을 모신 사원
여기에도 가족의 화평 등을 기원하는 자물쇠가 그득히 메달려 있고 안쪽의 항아리에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빌기도 한다. 우리가 갔을땐 어떤 아저씨 둘이 안에 들어가 바닥의 동전들을 줍고 있었다.
가운데에 해발 1,545m 라는 비석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공자묘인지 사당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늦어 이미 문을 닫아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안개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대관봉>
각 시대별로 조성된 석각 비문들이 있다.
자, 본격적인 하산의 시작이다. 계단이라 경사진 산을 내려가는 것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워낙에 폭이 좁고 비에 젖은 미끄러운 탓에 한 걸음 한 걸음 정신적으로 매우 긴장하며 내 딛어야 미끄러 지지 않는다. 대부분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 의지하며 내려왔는데, 중천문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아주 좋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중천문에 도착하여 기뻐하던 우리는 순간 아차! 하는 기분이 든다. 입구부터 여기까지 우리가 타고 왔던 버스는 이미 운행 시간이 지났으므로 우리가 방금 내려온 거리 만큼을 다시 또 걸어 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저녁 먹을 식당을 미리 예약하기 위해 선발대를 먼저 보내고 우리는 뒤쳐진 그룹을 기다리며 중천문에서 앉아 기다리는데 한 중국인 아주머니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중국어로 쏼라쏼라 자꾸 호객행위를 한다. 날이 어두워 지고 있으니 자기네 여관에서 자고 가라는 것. 우리는 숙소가 따로 있다고 말했는데두 아주 필사적으로 끌어 들이려 한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여관이 참 많다. 아마 여기서 자고 새벽 일찍 일출을 보기 위해 올라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리라. 그런데 이런 날씨에도 일출이 보일까?
잠시 후 먼저 갔던 선발대 중 몇 명이 다시 돌아온다. 가다보니 내려가는 길이 헤깔리게 되어 있어서 혹시나 길을 잃을까봐 데리러 온 것이라고... 이제 거의 깜깜하게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 서둘러 출발.점점 발 아래의 계단이 안보이기 시작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 괜찮았다. 폭우가 내리기 전 까지는...
성급한 한 두방울의 빗방울로 시작한 비는 순식간에 우박과 같은 빗줄기로 변해, 땅거미가 진 후 가뜩이나 느려진 우리의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 도중에 노점에서 산 손전등을 들고 2인 1조로 우산을 받쳐들고 천둥번개 치는 빗속을 내려가는데, 이건 완전 산행이 아니라 전투라 할 만했다.
간간히 우리 앞을 가로 막는 쓰러진 나무들...알고보니 선발대의 눈 앞에서 번개에 맞아 쓰러진 나무들로, 이 때 전선까지 함께 끊어져 산 중턱 노점상의 불이 모두 나가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고백하건데 난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무섭다기 보다는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기분이 더 강했다. 번개가 칠 때마다 시야가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 좋아서 은근히 번개가 좀 더 치기를 기대했을 정도니까...;
몇 시간이나 그렇게 내려왔을까. 이제 점점 주위에 상점들이 많아지고 정체모를 사당도 많아지는걸 보니 거의 다 내려온 듯 싶은데 좀처럼 끝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기막힌 것은 그 와중에서도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것! 대체 어쩌려고 밤중에 그 빗속을 뚫고 올라가는지...고개가 절래절래 흔들어진다. 이곳 사람들에게 여기가 산책 코스인가보다. 아까 낮에 보니까 소풍 온 듯 과장봉지를 들고 평상복 차림으로 올라온 중국인들이 꽤 되던데...그걸 보면 등산화까지 신고 올라간 우리가 무안해질 수 밖에.
밤 9시 반쯤에야 태산을 벗어나 호텔까지 약간의 방황 끝에 걸어간 우리는 호텔 간판이 보이자 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고, 나는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호텔 입구에서 부터는 아예 팔랑팔랑 뛰어 들어갈 정도.
<신경써서 흰색으로 골라 사입은 일회용 우비. 중간에 찢어지긴 했어도 내려올 때까지 아주 유용하게 잘 입었다>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 12시 넘게까지 오픈하는 발마사지 집을 찾아내어 Weifang에서 처럼 50元에 마사지를 받았는데, 어제 보다 훨씬 시설도 낫고 서비스도 괜찮았다. 검은 옷 입은 스포츠 머리의 아저씨가 연장(?)들을 가지고 들어와 발톱 손질과 각질제거도 해주고, 마사지 후에는 여자는 판타롱 스타킹, 남자는 양말을 준다는 것도 어제와의 차이점. (마사지 후에 발을 보온하라고 주는 것이라 한다.) 다만 나를 마사지 해준 18살 아가씨가 힘이 약해서 그런지 뭔가가 아쉬운 느낌. 옆 좌석의 우리 일행을 마사지한 아가씨는 영어를 약간 할 줄 알아서 서로 조금씩 대화를 해가면서 앉아 있으니 분위기가 꽤 화기애애하다. 그나저나...결국 이 날도 호텔에 돌아와 보니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어제에 이어 또 3 시간 밖에 못자는 빡빡한 일정이 되고 말았다.
첫댓글 그새 다올라 왔네.... 와~~바로 위의 사진 정말 죽인당.... 액자 만들어서 벽에다 걸어야징...
감자 오빠 대단하셈~.글 올리자 마다 댓글 딸린거 보고 놀랐3.
얼~~~ 나~~리!!!
언니 사진 솜씨 수준급이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