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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습 -
오사카 우노키 광장이 바라보이는 한 카페에 들린 김광호와 쥰이치는 한 장의 설계도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었다.
“진짜 보물은 천황가 지하서고에 있는 줄 알지만 그곳엔 중하급의 보물들이 있을 뿐입니다.
진짜 보물들은 마지막 황제였던 고종의 곁에서 기회만 옅보다가 왕궁 서가에서 보물들을 훔치고 일본으로
건너온 매국노들의 후예들이 보관 중에 있습니다.”
“대단하시군요. 그런 정보들을 입수한 것 자체가 경이적인 일입니다.
쥰이치 상이 얼마나 발이 넓은 분인지 알 것 같습니다.”
“ 이 도면을 보시다시피 서쪽에 있는 대형금고는 위장용일 가능성이 큽니다.
제 생각엔 책들이 꽂혀있는 동쪽의 책꽂이가 진짜 금고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은 기본이지요. 진짜는 항상 작고 은밀하고 볼품없는 곳에 보관한다는 건 인간의 기본심리 입니다.
따라서 대형금고는 손댈 필요 없고 쥰이치 상의 말대로 책꽂이를 살펴보는 것이 정석입니다.”
두 사람은 최고의 전문가답게 말이 잘 통했다.
그것은 시간을 절약하는 측면에서도 엄청난 이득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러면 예정대로 오늘 밤 자정에 이와세 회장의 사무실에 침입하기로 합시다. 준비는 다 되어 있는 것이죠?”
쥰이치의 말에 김광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12시가 되자 두 사람은 행동을 개시했다.
건물과 건물의 벽 사이가 2미터 정도 밖에 안되서 두 사람은 옆 건물에 침입해 있다가 자정이 되자 길쭉한
널빤지를 이와세 회장의 5층 건물 화장실 창문에 걸치고 신속히 옮겨갔다.
그리고는 계단을 이용해서 이와세의 사무실이 있는 8층까지 제비처럼 움직였다.
사무실 현관문을 간단히 따고 들어간 두 사람은 책꽂이 이곳저곳을 살펴보다 마침내 버튼 같은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누르자 책꽂이가 반으로 갈라지며 벽도 반으로 갈라지고 정중앙에 우뚝 선 채로 도도한
은빛을 띄는 끔고를 보자 서로의눈을 한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속히 작업을 시작했다.
김광호가 앞으로 나서며 길게 호흡을 뱉고는 가방에서 각종 작업도구를 꺼내고 금고를 만지기 시작했다.
금고는 최첨단 전자식 이었다. 그러나 김광호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청진기 보다 훨씬 작은 뭔가를 귀에
꽂더니 한 쪽 쇠붙이를 금고의 밑쪽에 부착 시키고는 오른 손가락으로 신중하게 금고의 번호들을 눌러가기
시작하였다.
약 10여분이 지났을까. 금고에서 철커덕 하는 아주 미약한 소리가 들렸고 김광호가 손잡이를 잡고 돌리자
금고가 스르릉 하고 열렸다. 김광호가 득의의 눈빛으로 쥰이치를 보자 쥰이치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줬다.
금고 안에는 한문으로 써있는 빛바랜 서적들과 둥그렇게 말려져 있는 그림이 석 점, 작은 도자기가 두 점,
그리고 황토색으로 된 낡은 수첩같은 것이 여러 점 있었는데 쥰이치는 그것들을 몽땅 가방에 챙겨 넣었다.
쥰이치는 알고 있었다. 일본인으로 귀화를 한 이 매국노들은 보물들을 날마다 살펴보지는 않을 것이며 설령
도난을 안다손 치더라도 섣불리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때문에 시간이 있을 때 속전속결로 해치우고 이 섬나라를 떠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 작업을 어렵지 않게 성공한 두 사람은 신속히 뒤처리를 하고 그 자리를 재빨리 떠났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교토로 자동차를 몰았다. 명단에 있는 50명 중에 몇 명을 털어낼지 지금으로선 모르지만
최대한 보물들을 확보하려면 시간이 문제라는 걸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오사카의 밤이 깊어지면서 네온싸인 불빛들이 길 없는 길의 미로에 퍼지지 않는 불빛들을 던지고는 바람으로
움직이는 허수아비처럼 맥빠진 춤을 추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이동박 대통령의 연일 계속되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지역간 골이 깊어지면서 분노하는 민심을
수습한다는 미명하에 몇 부처의 장관을 교체하고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앞당기는 등 요란을 떨어댔지만 이미
레임덕에 빠진 이동박에 반발하는 당의 초선 의원들과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탈당까지 설왕설래가
이어지자 서울을 비롯해서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까지 가세하여 청와대의 시행착오적
국정운영을 연일 강도높게 비판하며 자신의 지역구 챙기기에만 급급하였다.
그러자 정권의 나팔수 좆중동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날 선 훈수를 두면서 거리두기에 나서자 여타의
언론들도 좆중동을 따라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애초에 사깃꾼이자 거짓말의 대가였던 이동박은 억세게 운좋아서 당선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계파도 없는
그였기에 시간이 갈 수록 점점 그는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동박은 5년만 해먹으면 그만이지만 의원들은 국회의원 한 번 해먹는 것으론 본전도 찾을 수 없기에 그들은
본능적으로 힘이 있는 곳에 빌붙을 수 밖에 앖었다.
바야흐로 권력이동은 이동박에서 박근혜 쪽으로 움직여 가고 있었다.
더더구나 미국이 이미 차기 대통령으로 박근혜를 낙점했다는 알 수 없는 카더라 통신까지 나돌고 있는
즈음이었다.
따라서 미국에서 나오는 정보에 민감한 한국당 의원들은 이제나 저제나 눈치를 보면서 여차직하면 박근혜에게
붙을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이동박은 이미 지는 석양의 노을 이었고 박근혜는 막 떠오르려는 아침의 태양이었다.
그리고 한국국민당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선거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종로구 혜화동에는 지창기 의원의 집이 있는데 3층으로 된 대리석 양옥집 이었다.
서재에서는 지창기가 박오성과 독대중 이었다.
“이재호 에게서 아직 껀수는 잡지 못했는가”
“그게......좀처럼 빈틈을 보이지 않는군요. 미인계를 써서 룸에 데려가도 시간이 되면 칼같이 일어나서 귀가
한다는군요.”
“그럴거여. 이재호 그 양반 쉽게 보면 안 되지. 워낙에 야망이 많은 인간인지라 그 역시 이동박 퇴임 전에 한 몫
단단히 챙기려고 뭔가 일을 벌일거여. 우린 그 틈을 놓치지 말아야 하네.”
“네.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지창이가 얼굴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자 박오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뭔가 근심거리라도 계시는지요?”
“아, 거시기......”
비스듬히 기댄 몸을 바로 세우며 지창기가 말을 이었다.
“박대표가 말은 일관되게 하지만 워낙에 권모술수엔 젬병인지라 어떻게 보면 하두 답답해서 말일세”
“그거야 박대표님 성격이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문제라는 걸세. 지난 번 경선때부터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은 이동박처럼 박대표도 필요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데 그놈의 원칙만 내세우니 미치고 팔딱 뛰겠다니깐”
“그러니까 의원님께서 옆에서 보좌하며 잘 가르쳐 드려야죠”
“가르쳐줘봤자 머리가 재빨리 돌아가길 하나. 여우같은 지혜가 있기를 하나. 메모를 해주지 않으면 엉뚱한
말이나 쏱아 놓기 일쑤이니 이거야 원..애를 물가에 놓고 온 격이니 미칠 노릇 아닌가”
“그래도 국민들은 고 육양수 여사를 대신해서 젊은 나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영부인 역할을 잘 해낸 대표님을
동정과 신뢰가 교차하는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들 있으니 지지율이 높은 것 아닙니까?
여하튼 이대로라도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의워님께서 열심히 보좌하는 방법 외에는......”
“그래도 너무 답답해서 말이야 거 참.....”
“대선은 대선이고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당장 사흘 앞으로 다가왔으니 의원님이 더 급하신거 아닙니까?”
“걱정말게. 흐흐흐......이미 의원들을 포섭해 두었고 박대표가 직접 움직이며 손을 쓰고 있으니 당선은 따놓은
당상일세.”
“그래도 이재호가 밀어주는 황병철 의원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1차 투표에는 과반수가 나오지 않아서 2차 투표까지 갈 걸세 그렇게 되면 1차에서 떨어진 김순용 의원 계파가
나를 밀어주기로 약조가 되었으니 염려말게 하하하”
지창기 의원이 한국당의 대표로 선출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인후는 사무실 창문을 열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유시문과 문재연에게 메일을 써서 보냈다.
고구려 제민원을 대전으로 옮겨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하루에 100명의 환자들만 보아주어야 했다. 환자들의 고통을 봐주는 것도 중요했지만
대한민국을 좀먹는 매국노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더 큰일임을 인후는 알고 있었다.
진료를 마친 인후는 사색에 깊이 들어갔는데 핸폰이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인후의 명령을 받고 서울로 갔던 한도연의 전화였다.
“형. 왕눈이가 포착되었으니 지금 올라와야겠는데”
“그래? 알겠다. 곧 갈게. 전화는 수시로 해주고”
전화를 끊은 인후는 옷을 갈아입고 표창을 허리띠에 둘러맸다. 한도연을 시켜 왕눈이파의 왕눈이 소재를
파악하는 대로 연락을 해달라고 한 이유는 왕눈이가 제민원과 자신에게 복수를 하기 전에 먼저 치기
위해서였고 박오성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박오성은 왕눈이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서울에 도착한 인후는 도연의 전화를 받고 정릉의 한적한 숲 속에 있는 왕갈비 가든 으로 향했다.
인후의 험비가 가든의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한도연이 나무 뒤에서 손을 들었다.
“왕눈이는?”
“가든에 있어. 식사를 하고 있나 본데”
“부하들은?”
“세 명”
“세 명? 좋아! 도연아 각오는 되어있지?”
한도연이 안 주머니에서 가죽장갑을 손에 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긴장감이 배인 표정이었다.
박오성이 50대의 나이가 되자 밤의 세계는 실질적으론 40대 초반의 왕눈이가 휘젓고 다니던 시기였다.
싸움이라면 대한민국에서 1.2위를 다투는 왕눈이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왕눈이를 지금 인후와 함께
치러간다는 생각이 든 도연은 가만히 호흡을 고르며 인후의 뒤를 따랐다.
그 때, 현관문이 열리더니 검은 양복에 머리가 스포츠 형으로 된 건장한 남자 넷 이 나왔다.
“어...저기. 형. 저놈들이야”
“그래 알고 있다. 맨 앞에 선 놈이 왕눈이지?”
한도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인후가 속삭였다.
“내가 왕눈이를 맡을게. 조심해야 한다.”
왕눈이와 부하들은 밥과 술을 잔뜩 먹었는지 허리띠를 다시 고쳐매면서 막 자동차에 타려는데 낮선 목소리에
뒤돌아봤다.
“왕눈이 형님 안녕하십니까”
“뭐야. 넌 누구여?”
“저는 한인후 인데요”
“머시여. 한인후? 한인후가 뉘기여?”
“형님. 저를 모르시다니 섭섭합니다.”
“너 내 졸개냐?”
“아닙니다 저는 제민원 원장입니다.”
“머시여. 제민원? 그게 머여”
그제서야 옆에 서 있던 부하 하나가 생각났다는 듯 소리쳤다.
“어. 형님. 저 새끼가 바로 그........”
그러나 그는 말이 끝나기 전에 인후가 날린 가위차기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고 바닥에 딍굴었다.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왕눈이와 나머지 두 놈이 자세를 취했지만 한도연이 앞으로 나서며 두 놈을 향해
연거푸 발길질을 날리며 압박해 들어갔다.
잠시 놀란 왕눈이가 양복 상의를 벗더니 싸움 자세를 취했다.
“어허. 이거 뭐..... 약방이나 하는 서생들이 뭘 믿고......한 가닥 하나 본데”
왕눈이가 주먹을 날리며 인후에게 다가들자 인후는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며 다시 불무도 자세를 취했다.
왕눈이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할 때마다 바람소리가 났다. 역시 대한민국 제일 가는 싸움꾼 다웠다.
그러나 술과 밥을 먹은 왕눈이는 몸놀림이 정상은 아니었다.
그는 곧 빈틈을 보였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인후는 오른손 정권으로 왕눈이의 옆구리를 찍었고 왕눈이가 훕
하며 허리를 숙이자 무릎으로 얼굻을 올려쳐 버렸다.
왕눈이는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무너져 버렸다.
한편, 도연은 왕눈이파 서열 5위 안에 드는 것이 분명한 행동대장 격인 두 놈과 싸우며 조금도 밀리지 않고
신중하게 택견 동작을 이어나갔는데 한 놈이 주머니에서 재크 나이프를 꺼내더니 저돌적으로 휘두르며 도연을
압박하자 도연은 뒤로 밀리다가 돌부리에 걸렸는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재크 나이프를 든 놈이 눈빛을 번뜩이며 넘어진 도연을 향해 그대로 몸을 던졌다.
그러나 도연은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재빨리 몸을 옆으로 구르며 칼을 피했지만 대기하고 있던 한 놈의
발길질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비틀거렸다. 도연의 입에서도 피가 흘러나왔다.
“이 새끼들 겁대가릴 상실했구만. 어디 이 칼도 피해봐라”
재크 나이프가 재차 칼을 휘두르며 도연에게 다가오자 도연은 덜컥 겁이 났다.
나이프를 왼손과 오른손으로 번갈아 잡으며 막다른 골목에 갇힌 생쥐를 놀리는 듯하던 녀석이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더니 다리를 움켜쥐고 주저 앉았다.
녀석의 허벅지에는 인후의 표창이 박혀 버린 것이다.
나머지 한 놈이 그제서야 재빨리 칼을 빼들었지만 공중에 뜬 도연의 폭포차기 발길질에 관자놀이를 맞고
고목나무 쓰러지듯 땅에 고꾸라졌다.
“도연아. 다쳤나”
“괜찮아 형. 크게 다친 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한 도연이 허벅지에 표창를 맞고 잇새로 신음만 토하던 녀석에게 다가가더니 그대로 발길로 얼굴을
차버렸다. 왕눈이의 부하 세 명은 바닥에 쓰러져서 괴로운 신음소리만 토해놓았다.
“도대체.......네놈들은 뭐야?”
왕눈이가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포독스럽게 말했다.
“난 당신들이 복수하기 전에 먼저 손을 쓴 것 뿐이오.”
“이 개쌔기! 내 부하들이 몇 명인 줄 알아? 네놈들과 제민원이 무사할 줄 알아? 네놈들 왕눈이를 잘못봤다.”
그러자 도연이 앞으로 나사더니 왕눈이의 옆구리를 발길로 찍었다.
허업 하며 호흡이 끊긴 왕눈이가 무릎을 끓고 숨을 몰아쉬었다. 고통스런 표정이었다.
인후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번호를 눌렀다. 잠시 후 상대방이 나왔는지 인후가 목소릴 깔고 말했다.
“박사장님 인후입니다.”
“왕눈이를 잡아놓았으니 와주셔야 겠습니다.”
“허허.....제민원에서 박사장님을 습격했던 그 왕눈이파의 왕눈이를 말하는 것이지요”
“하하하 제가 박사장님께 장난을 하겠습니까”
“네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급히 와주십시오”
“네. 여기......정릉에 있는 왕갈비 가든인데 아시는지요”
“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인후의 통화를 듣던 왕눈이가 숨을 몰아쉬며 힘겨운 표정으로 말했다.
“도대체.......난 너희에게 복수할 생각도 없었는데 대체..왜 이러는거냐. 나를 놔주면 돈은 원하는 대로 주마”
“미안하지만 돈 같은 건 흥미 없소이다”
“박오성을 위해서냐?”
“미안하지만 그것도 말 못하겠소”
“원하는 게 뭐냐. 다 들어줄테니 나만이라도 가게 해다오.”
이 때 도연이 앞으로 나섰다
“뭐라고? 저만 살겠다고 부하들은 그냥 두다니 비열한 새끼로구만”
그렇게 말한 도연이 다시한번 발길질을 하자 왕눈이는 거품을 뿜으며 쓰러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박오성과 넙치. 그리고 다 섯 명 정도 되는 뷰하들이 가든으로 들이닥쳤다.
우선 박오성은 왕눈이와 세 명의 행동대장 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자 눈을 부릅떴는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이게.......”
박오성이 말을 잇지 못하자 왕눈이를 확인한 넙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이 쌔끼 왕눈이가 맞는데요.
저기 쓰러져 있는 놈들도 넘버 원.투.쓰리인 청강이와 석기. 오함마가 맞습니다.”
“아니. 한 원장. 이게 무슨 일인게요?”
“복수 당하지 않으려고 제가 먼저 친 것 뿐입니다.”
“아니. 그게.......이 넷을 한 원장 혼자서 제압한게요?”
“그건 아니지요. 제 동생 도연이가 도왔습니다.”
그제서야 박오성은 도연을 보고는 머릴 끄덕였다.“
왕눈이가 정신을 차렸는지 갑자기 박오성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애걸을 했다.
“아이고 성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자 넙치가 왕눈이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머리로 왕눈이의 코를 들이받았다.
왕눈이는 넘어지면서 재차 피를 흘렸다.
“ 이 씹쌔꺄. 형님을 죽이려고 사시미까지 든 행동대원을 보내놓고 머시라고? 용서해 달라고?”
분노에 찬 얼굴을 한 넙치가 재차 왕눈이를 향해 발길질을 하자 왕눈이는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넙치야 그만해라. 이런 비열한 새낄 죽이고 우리가 살인자가 될 수 없으니 살려주되 두 다리 아킬레스
끊어줘라.”
“넵. 알겠습니다 형님 저 세 놈은 어찌 할까요?”
“그냥 보내줘라. 한 원장과 먼저 갈 테니 수습하고 오고”
이로써 박오성을 위협하던 왕눈이 파는 인후와 도연의 역습으로 인해 완전히 재기불능 상태가 되어 버렸다.
아울러서 박오성은 인후를 완전히 신뢰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치동의 고급 룸으로 들어간 인후와 박오성. 한도연은 시종 활기가 띤 분위기였다.
고급 양주와 안주가 들어 올 무렵, 연락을 받은 지창기 의원도 룸으로 들어섰다.
“어떻게 된거여. 오성이를 위협하던 왕눈이가 워찌 됐다고?”
자리에 앉기도 전에 지창기가 황급히 물었다.
“하하하. 믿기지 않으실 겁니다. 저도 지금도 어리벙벙할 뿐이니까요.”
그렇게 말한 박오성이 자초지종을 말하자 지창기는 눈만 꿈벅거렸다.
“어떻습니까. 직접 눈으로 본 저도 믿기지 않는데 의원님께서도 어리둥절 하시지요?”
“허어......아니..그게 참.....이보게 한 원장. 자네가 왕눈이랑 붙어서 이겨버렸다고? 부하들까지 있었는데도?”
“뭐.....그게 그렇게 됐습니다.”
“허어? 정말 놀랍구먼. 자네 무슨 무술 유단자라도 되는가?”
“청소년기 때부터 태권도를 했었고 천성산 불일암에서 무학 스님에게 불무도를 배웠을 뿐입니다.”
“불무도? 그 스님네들이 배운다는 무술 말인가?”
“그렇습니다.”
“어이고야.....이거 굉장하구먼. 약초만 할 줄 알았는데 무술까지 배웠다니.....
어쩐지 체격이 좋다고 생각은 했었지 걸껄”
“과찬이십니다. 여기 제 동생 도연이는 택견 유단자입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솜씨일 겁니다.”
“오호! 그런가. 아이고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나는 지창기 라고 하오”
“네. 의원님 .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인후 형님께 말씀 많이 듣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 바라겠습니다.”
“어이구우...무슨 지도편달 씩이나...걸껄.....어려워 말고 편하게 해요 편하게”
박오성이 경영하는 명동의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하릇 밤을 묶은 인후와 도연은 간단히 해장을 하고 대전으로
향하였다.
일차적 목표는 완전히 달성했다 싶은 인후는 제민원에 도착하자마자 메일을 열고 유시문에게 글을 써서 보냈다.
그리고 새롭게 한국당의 대표가 된 지창기는 청와대와 각을 두는 한편 거수기 노릇만은 하지 않겠다며 이동박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연일 쏱아내었다.
그리고 이재호 계파를 견제하면서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 중에 하나인 대학등록금 반 값 인하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지만 국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일 뿐이었다.
그 즈음 국민들 여론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었는데 북한의 김정일은 오랜 은둔을 깨고 연일 중국을 방문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었지만 청와대와 이동박은 북한을 자극하는 일만 벌인다는 내 외신 기자들의 비판에
우왕좌왕 하는 모습들 뿐이었다.
그야말로 생양아치 정권에 아마추어 막장 정권이었다.
온통 고소영 내각에 측근들의 회전문 인사와 나눠먹기 식 자리이동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신문사라는 좆중동은
날마다 궤변과 왜곡. 물타기 기사들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이동박은 이미 권력에서 멀어지고 있었으며 청와대의 명은 빛바랜 개살구 꼴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은 여전히 문제 많은 인사들을 중용하며 막장까지 개판을 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난장판을 벌이는 이우는 언론의 침묵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대한민국은 언론이 없었다.
기껏해야 똥닦개 종이만 생산하는 제조업 공장들만 있을 뿐이었다.
방송도 이미 정권에 붙어 간과 쓸개까지 내주고는 연일 국민들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기에 바쁜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은 알고 있었다 .
노환경 대통령의 투신으로 값비싼 학습을 마친 국민들은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보자며 이를 갈고 있었다.
국민들은 이미 한국당과 사깃꾼 이동박에게 속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마음의 빚을 준 노환경 전 대통령을 향해
참회의 눈물을 뿌리고 있던 시기였다.
인후는 땅거미가 내려오는 시각에 옷을 걸치고 제민원을 나와 험비를 몰고 금산 천래로 향하였다.
갑자기 외로움을 느껴서였다.
거대한 벨저붑의 똥파리들과 싸우고 싸워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자 갑자기 고독감이 밀려옴을
느끼고 숙희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진 것이었다.
그리고 은혜와 영우하고 물놀이도 하며 장난치고 며칠 쉬고만 싶었다.
운전을 하면서 문득 인후는 대학 다닐 때부터 가장 좋아하던 시 한편을 낭송하였다.
- 엄숙한 존재 -
나를 바라보는 눈길을 느낀다
내가 아닌 나
고독한 여정에 발자국을 남긴다
내가 아닌 나
하늘이 젖고 땅이 흔들릴 때
내가 아닌 너를 느낀다
허공은 끝을 보여주지 않고
다만 너와 나의 존재를 위한 공간,
느낀다는 것이 중요할 때
마침내 우리는 교감을 나누고
존재의 길을 나선다
비어있지만 텅 빈 충만
한 알 씨가 되기 위한 나의 오체투지
그리고 내가 아닌 나
내가 아닌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