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8)
2018-12-09 13:24:22
제 726차 우면산 정기산행기 (산지기)
1. 2018. 12. 8. 토. 14시. 양재역 11번 출구
2. 참석 : 거훈, 진운, 상국, 재일, 학희, 재봉, 민영, 은수, 문수(9명)
3. 산우회 송년회 장소 : 양재 뱃길따라 횟집.
광용, 해정, 해균, 정호, 경호, 광호, 펭귄, 경환, 종곤, 진수, 세우, 병환, 병욱, 일기, 효용, 규홍, 뽈, 허유, 金실장.(총 28명)
올 들어 제일 추운 날, 영하 8도의 양재역 11번 출구에서 친구들 만나, 9명이 우면산을 빙 돈다.
오늘 산행대장 규홍이는 너무 추운 날씨에 산에 오면... 엊그제 동기회 송년행사에서 세우가 협찬했고, 진수가 탔고, 자기가 맡아있던, ‘과거가 복잡한 로얄살룻 21년산’ 양주, 얼어 터질까봐 품에 안고 송년회 장소로 바로 온단다. 별 희한한 핑계도 다 있다. ㅎㅎ.
소망탑 0.9km 앞두고 인재개발원 쪽으로 내려오는 둘레길, 총 2시간 30분 걸어서 약속장소인 양재역 '뱃길따라' 횟집에 집결한다.
차곡차곡 쌓이다보니 자리가 꽉 찼다. 金실장 포함 28명 모였다.
許유는 참말로 이름값 못 한다. ‘허유~’ 이건 ‘뭘 하라, 또는 하자~, ~해도 좋다’는 허가의 뜻 아닌가?
그렇게 하라고 이름 지어줬을 건데 그걸 망각한 許유~는 金실장 혹시 손탈까봐 옆에 찰떡같이 꼭 붙어 눈을 사방으로 빙빙 돌린다. 옆에서 보자니 눈깔 빠질까봐 무섭고, 듣자니 눈알 굴러가는 소리, 자갈밭에 탱크 지나가는 듯하다.
펭귄이 나를 보고 눈물 글썽인다. 건강해야 한다!
펭귄이 겁나게 산에 다니던 때가 제일 재미있었던 시절이었다고 입을 모아 옛날을 얘기한다.
1공 광용이가 바쁜 와중에 참가해 자릴 빛냈다. 모자를 벗었으면 정말 빛냈을, 아니 삧냈을 낀데... 아깝다. ‘ㅂ’ 하나, 밝기로 치자면 30와트 60와트 차이다.
하여간 30산우회 14공 대장 재일이가 물러나고 15공 대장으로 해정이가 떠밀려 자리에 올랐다.
황공스럽게도 1공께서 14공, 15공에게, 수고했다고, 수고 많겠다고, 술을 따라 올린다.
지는 해 14공 재일이는 일어서서 잔을 받잡고, 뜨는 해 15공 해정이는 앉은자리에서 잔을 받는다.
사진을 보면 설명이 필요 없다. 권력의 힘이 한눈에 보인다. ㅋㅋ.
거훈이가 부산에 있을 때 산에 다닌 친구들 산모임 30산악회 이야기를 한다. 30산악회는 우리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매주 정기산행을 이어오는 정말 대단한 친구들로 우리의 롤모델이었다. 예전에는 우리랑 일 년에 한 번, 경부(京釜)합동 산행도 하곤 했었다. 가고 없는 이름도 있어 섭섭하다.
또4공 재일이... 올해 정말 수고 많았다.
2007년 1월, 눈 쌓인 겨울의 점봉산, 그때 처음 온 만권이와 재일이, 그들이 했던 말을 기억한다. "문수만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 되겠제?" 그런데 그날 문수가 쫄들 챙기느라 그만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30산우회 최고의 미스터리 사건이다. 군대에서 하사관으로 근무한 재일이는 저렇게 생생한데, 만권이는 문수 따라가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길로 다시는 산에 나타나지 않더니, 요즘엔 아예 바닷가 부산으로 가삤단다.
그날 광호는 홍콩 출장다녀오는 길로 산에 왔다가 코피를흘렸다. 그것도 색리(吾色吏?) 팻말 화살표까지 받아가면서..
지리산 종주할 때는 다친 친구 배낭까지, 두개를 메고 산을 내려와 그 때부터 '괴물'이란 별칭을 달고 다닌 재일이는
17명이 참가한 대둔산 산행에서 케이블카를 안 타고 문수, 민영, 병욱이랑 4명이서 공비처럼 뛰어 내려가 우리가 탄 케이블카보다 빨리 닿기도 했다.
그날 진홍이 배낭에는 도시락도 없고 딱 밀감 17개, 그것밖에 없었다. 무겁다며 배낭을 탈탈 털어 전재산 밀감 17개를 꺼내 우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면서 엄청 즐거워했고... 우리가 17명 올 줄 어찌 알았는지 신기(神氣)가 들린 게 틀림없다며 얼마나 기고만장했던지 아직까지 고개 뻣뻣하게 쳐들고 다닌다.
빳빳한 고개와는 다르게 아랫도리는 늘 쳐져있다고 나더러 까마중 술을 만들어 달랜다. 마루타 1호로 신청했다. 내가 까마중 술 성공하면 진홍이 이마에 까마중 먹물로 '까마중 1호'라고 새겨줄까 생각중이다.
산행 뒷풀이, 식당에서 하필이면 먹성 좋기로 이름난 그날 산행대장 인섭이 옆에 앉았던 민영이는 자기 삼겹살 뺏기지 않으려고 젓가락으로 꾹 눌리고 있는 사진, 순간포착 말풍선을 달았었다. 인섭이는 호구 민영이가 옆에 앉자 좋아 죽겠다는 표정인데 처음부터 인섭이 옆자리를 확인하곤 자리 잘못 잡았다고 민영이 인상 찌푸린 것 봐라. 일희일비(一喜一悲), 세상사 다 그렇다.
세월 흐르면 지금도 좋은 시절이겠지만, 그때 정말 재미있었고, 젊었고, 그리운 시절이었다.
재일이도 그렇지만 요즘은 산에 안 나오는 원조 산사나이 신림이도 그때는 저리 젊었다.
제일 늦게 온 뽈은 늦은 이유를 생리적으로 설명하다가 자칭 천박(賤朴)이 되었다.
14공 재일이, 퇴임을 자축하면서 사비를 털어 우리들에게 충전식 손난로를 하나씩 안겨 끝까지 감동을 준다.
내년 30산우회를 책임질 15공 대장 해정이의 대장 수락연설에 우리 모두 박수로 화답하고 내년에도 각자 山으로, 당구장으로, 기원(棋院)으로, 자전거 타러 재미나게 살자며 헤어졌다.
횟집을 나온 친구들은 당구장과 노래방으로 옮겨갔다. 학희는 자전거 타고 와서, 산을 타고, 다시 당구장 갔다가, 집까지 자전거 타고 갔다. 올해 첫날부터 오늘까지 꼭 2,004km 주행. 이천사(二天使)칭호를 받았다. 머리카락 휘날리며 타더니 결국 머리가 홀랑 다 빠졌다. 좌우지간 정말 毒한 놈이다.
노래방 시계는 정확한데 진수는 ‘고장난 벽시계’를 부른다.
같은 동네에 사는 우리는 미금역에서 국밥에 한잔하고, 같은 버스타고 각자 집으로~
아무쪼록 산에서 자주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