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시루에 물을 줍니다.
물은 그냥 모두 흘러 내립니다.
퍼부으면 퍼부은 대로
그 자리에서 물은 모두 아래로 빠져
버립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콩나물 시루는 밑 빠진 독처럼
물 한 방울 고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세요.
콩나물은 어느새 저렇게 자랐습니다.
물이 모두 흘러 내린 줄만 알았는데
콩나물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물이 그냥 흘러 버린다고
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
'전국 대표자 연수'에서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것처럼 읽어주는 한 권의 책'이라는 제목으로 천안에서 사례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분들은 특수아동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는데 이 아이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아무런 확신도 없으면서 동화구연으로 시청각교구와 손유희를 함께 하면서 책을 읽어 주기로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특수아동들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으면서도 부딪쳐 보았는데 어느날은 불시에 날라 오는 주먹 세례로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하고,간식시간 아이들이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워 도와주려다가 선생님께 절대로 도와주지 말라는 말씀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여기 있는 아이들한테 우선 급한 일은 사회에 나갔을때 최소한의 일은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도 맨처음 학교에(4학년) 책을 읽어주러 갔을때는 무작정갔는데 막상 들어가서 읽어주고 보니 내가 이렇게 읽어주는게 정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아이들이 좋아라하기는 했지만 경험미숙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선배님들의 사례들이나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하는 일이 너무 보잘것 없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4회가 되고 보니 이 보잘것 없어보이는 일들이 쉬운일은 결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또 드는군요. 내 아이의 선생님이어서 시작하기는 편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부담이 되기도 하고, 책에 대한 올바른 식견도 갖추지 못하고 덤벼들어서 책선정도 책을 읽고 돌아오는 길이면 걱정이 됩니다.(사실 준비가 부족했습니다.!\.\!)이 번주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의 흥미만을 쫒다보니 모두 외국동화가 선정되고 말았습니다. 무의식속에 깔리는 교육이 무서운데 말입니다.
제가 읽어준 동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1회(4월 1일) '쇠를 먹는 불가사리' 정하섭/아이세움,'이상한 손님' 황선미/길벗어린이
2회(4월 8일) 똥벼락/김회경/사계절, 새똥전쟁, 꼬마원시인 크로마뇽인/미셸 게/웅진닷컴
3회(4월 15일)'거인아저씨 배꼽은 귤배꼽이래요'/후카미 하루오/한림, '푸른개'/나자
4회(4월 22일)'세상에서 제일 큰 여자아이 안젤리카','나무가 좋아'
우리추천도서중 우리창작이나 옛이야기들을 읽어보고 내 느낌으로 괜찮으면 읽어주면 되는 것인지 지금 책읽어주기 진행중이신 선배님들 좋은 의견부탁드립니다.
천안의 사례는 우리보다 훨씬 열악(좋다 싫다를 말로 잘 표현하지도 못하고 집중시간도 짧고..)한 상황이지만 조금씩 들려오는 뒷 이야기나 아이들의 행동들이 회원들에게 보람과 희망을 불러일이키고 있답니다.천안회원님들은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었을때, 물이 밑으로 모두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부쩍 자라있는 콩나물들처럼 변해있을 '두리사랑'아이들을 기대해 본다고 합니다. 어쩜 표현이 그렇게 적절한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