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 2025.04.24.
어머니
저는 그 멀다는 남도 땅에서
가장 빠른 봄을 맞이하고 있어요.
털실로 손뜨개질해서 입혔던
추운 겨울이 싫어 떠나야지.
떠날 거라 다짐했던
약속을, 그 약속을 지키려고
어머니
저는 손바닥만 한 텃밭에서
가장 파릇한 봄을 맞고 있어요.
고추, 상추, 가지, 오이 모종들
심고 물주고 김매며
내 손으로 키워보겠다던
약속을, 그 약속을 지키려고
어머니
저는 넓디넓은 남도 땅에서
가장 풍성한 봄을 맞이하고 있어요.
남창장에서 조기 피대기 다섯 마리
육일시에서는 머위랑 응개순
제철 음식 챙기겠다던
약속을, 그 약속을 지키려고
어머니
저는 바람 부는 들판에서
가장 싱싱한 봄을 맞고 있어요.
어제는 이른 봄비에 젖고
오늘은 꽃샘추위에 떨며
오롯이 혼자서 이기겠다던
약속을, 그 약속을 지키려고
어머니
저는 생판 낯선 남도 땅에서
가장 멋진 봄을 맞이하고 있어요.
기암괴석의 두륜산과 월출산
다산과 혜장과 초의와 추사까지
흔적을 찾아가 보겠다던
약속을, 그 약속을 지키려고
어머니
저는 등대 빛나는 곳에서
가장 완벽한 봄을 맞고 있어요.
머물러 있을 곳을 알며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는
원하는 것만 하겠다던
약속을, 그 약속을 지키려고
카페 게시글
여행과 시인
약속
우목 김대현
추천 0
조회 8
25.05.01 19:42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그래 그래 현아~참 잘했구나
다 보고 있단다
진짠가요?
진짜 보고 있는거죠?
내가 그렇다는 걸 알고는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