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많이들 궁금하셨나요? 제 인생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더할 나위없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갔다온 소감은 한마디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실망해서, 여행후유증으로 일하기 싫어서가 아닙니다. 어느덧 그 먼 이국땅이 나에겐 뗄 수 없는 하나의 고향이 되어 있고, 그 곳에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와야 하는 현실, 그리고 한국에서 전혀 느끼지 못하는 소속감, 안락감 등등이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제 자신이 순수한 한국사람이 이제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오히려 한국 사람들 속에서 소외와 외로움, 이질감을 발견하면서 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무거워져만 갑니다.
인도네시아 잘 다녀왔습니다. 자카르타, 보고르를 대부분 왔다갔다 했었지만, 즉흥적으로 calo한테 표를 사서 반둥에도 갔다 왔습니다. Ciater도 들르고 jl. Setiabudhi도 거닐면서 18 hrs에서 맥주도 한 잔 했지요. 특히 필균이형이 많이 생각나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원없이 인니 음식도 많이 먹었죠. 특히 makanan Sunda를 중심으로 거리 warung, 인니 음식은 아니지만 보고르인이 자주 가는 던킨 도너츠, Nasi uduk, ayam goreng, ayam rica-rica, mie baso, mie goreng, lalap sambal, udang asam manis, cumi-cumi bakar, limpa, pete, soto ayam, bubur ayam, sayur asam 등등 이외에도 banyak 먹었습니다. 입에 익숙한 인니음식의 맛이 감돌때 옛 애인을 끌어안을 때와 같은 감동이 암세포처럼 온 몸에 퍼져 나갔습니다.
기차도 타고, 택시도 타고 호스텔도 갔습니다. 메가몰도, 족자도, 빠사라야도, 안쫄도 갔습니다. Siti와 Anita를 만나서 간단한 선물도 주고 미운정의 무궁화 슈퍼에도 들렀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공기는 여전히 달고 gudang garam 냄새로 가득합니다. 하늘은 여전히 사무치게 아름답습니다. Bir Bintang은 여전히 시원합니다. Angkotan은 여전히 가뿐합니다. 그리고 제 사랑도 여전합니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조만간에 모여서 또 얘기 보따리를 풀어 봅시다. 참 성호형 Bu Linda와 Jolie의 편지가 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강요해서 휴지 위에다 쓴 편지입니다.
그동안 마음이 어지러워서 컴퓨터 앞에 앉기가 싫더라구요. 이제 앞에 앉을 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