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인 독법으로 해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대중문화 텍스트
문학적인 독법으로 해명하기. 사실, 가장 적절하다고는 못하겠지만 그에 근접한 대중문화 텍스트는 무엇이 있나 가만히 고민해 보았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답이란 게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문학적인 독법으로 해명하기에 비교적 용이한 작품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 바로 이 ‘킬러들의 도시’이다. 제목으로만 보자면야 소위 말하는 B급 텍스트에 가까운 작품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킬러들의 도시. 킬러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자극적인 느낌이 강한데 거기다가 그들의 도시라는 이름까지 붙여지니, 이건 거의 제목부터가 살벌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포스터는 또 어떠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듯한 구도에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그곳’ 이라는 문구까지 곁들여져 마치 스케일 큰 액션 영화라도 되는 듯 한 느낌을 폴폴 풍긴다.
그러나 영화를 보게 되면 그런 선입견은 한 번에 깨지게 된다. 사실 이 때문에 이 영화를 욕했던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광고부터도 킬러들의 액션이 위주가 되는 식으로 유도를 해놓아서 막상 잔뜩 기대를 하고 본 사람들에겐 최악의 영화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이 원하던 자극적인 액션 영화가 절대로 아니었으니 말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이번 주제와 걸맞는 영화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영화의 배경은 벨기에의 브뤼주다. 몽환적이고 음침한 분위기에 그에 걸맞는 음악이 시종일관 낮게 깔린다. 브뤼주의 아름다운 경치와 그 속에 녹아있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마치 유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소설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잔잔한 배경과는 정반대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말들을 주고받는 두 남자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상당히 대비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 이런 아이러니한 특성은 영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초반부의 평화로운 정경에 물들어 있다가 좀 더 지나 중반부에 이르면 본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화의 긴장감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는 주가 되는 내용은 아니더라도 살인에 대한 죄책감, 인종에 관한 문제 따위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절대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는다. 몇 차례의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씬들을 통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만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렇게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씬들이 쌓이고 쌓여 이 영화의 후반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킬러들의 도시는 구성이 굉장했다고 생각한다.
세심하게 짜여진 플롯은 물론이고 영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인물들과 소재가 영화 속에 녹아나 있는 모습은 확실히 문학적인 그것에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타 영화들과 다르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생명에 대해 좀 더 고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주제에 가까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