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7. 토요일
<강철님>
한겨레신문에 2면 나오는 내용을 실었던 내용이다. 한겨레신문도 나름 권위를 가지고 있는데, 연재를 했다는 것은 비중이 있다는 것이다.
최후의 만찬의 설거지를 누가 했을까? 등은 남자로서 캐치할 수 없는 센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보다 책명에 자신의 이름을 내거는 사람은 드문 일이다.
상당히 발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 당당하게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좋은 평판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문제는 이 사람의 시각이다. 여성으로서는 당연한 문제제기일 수 있고 좋았다. 이 정도의 의식을 가진 사람이 이 정도의 책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뒤쪽으로 가면서도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 대단함을 보았다.
나름대로 의미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많이 와 닿았다. 나도 이런 류의 사람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보았다. 중간중간에 밑줄도 많이 쳤다.
<크로우님>
한겨레 논설란에 올라오는 내용을 몇 번 보면 재미없어서 대개 안 읽게 되는데, 정희진의 글은 좋았다. 하지만, 글은 좋으나 나 본인과는 안 맞는 것 같다. 내가 인문소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불편했다.
여성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나름 의미있는 부분들이 있다. 사회복지쪽으로는 정확히 잘 서술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런 쪽이 익숙하지 않아 와 닿지 않았고, 두루뭉술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 책의 90%이상은 못 들어본 책들이었다. 더욱이 그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니까 그나마 읽어본 한 두권의 책에 대해서도 나의 독서능력이 부족한가 하는 회의를 느꼈다.
일단은 내가 아는 책들에 대한 언급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사람은 그렇게 봤구나 할 수도 있지만, 모르는 책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는 공감이 잘 안됐고, 내가 책을 많이 안 읽었구나 싶었다.
<헤이즐럿님>
언어철학은 언어의 기능, 한계, 문화적 특징들을 연구하는 철학인데, 언어간의 번역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오역을 피하기 위해 번역방법론들이 등장했다. 두 언어의 언어적 특성을 파악해서 구조적인 특성을 가지고 접근해 최대한 원언어의 특징을 잘 살리는 것이다. 이 쪽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노암 촘스키다. 일반적으로 언어의 번역은 촘스키의 언어학 개념을 가지고 많이들 접근하는데, 이 책은 이런 번역의 문제와는 다른, 독후감의 문제를 다루었다.
화이트헤드라는 영국 철학자가 있다. 이 철학자의 언어철학의 번역개념이 독특한데, 이 사람의 번역방법을 따른 사람이 도울 김용옥이다. 여기서 말하는 화이트헤드는 철학자이면서 수학자인데, 수학자로서도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어쨌든, 도울 김용옥이 화이트헤드의 <이성의 기능>이라는 책을 번역했고, 기본적으로 화이트헤드의 해석법을 받아들여 본인에게 접목했다. 그 덕에 중국 고서들의 번역에 있어서 자기 멋대로(?) 해석을 해 나가면서 욕을 엄청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독후감의 방법론이다. 정희진은 몰라서 찾아보니 전형적인 페미니스트다.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정희진은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책을 읽은 능력을 가지고 짜깁기식의 해석을 한 것 같아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질문] 여름숲님
어떤 생각을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창조해내서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글을 읽고 자기의 이해를 가지고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냐?
[답변] 그건 당연하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정희진의 독서법은 약간 다른 부분이 있는 듯하다. 에필로그에 나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p.299
책 읽기 전후가 그렇다. 이 책을 요약한다면 1) 다르게 읽기와 2) 자기 탐구로서 독후감이다. 그래서 이번 마지막 장의 주제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독후감을 ‘잘 쓰는 법’이다.
물론 다르게 읽는다고 절로 좋은 독후감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역은 필수다. 좋은 독후감의 전제는 일단 ‘다르게 읽기’다. 단언컨대 모든 사람이 알 만한 진부한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이것이 정희진의 생각이다. 이 사람은 좋은 글을 읽고도 결코 좋은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게 아니라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고, 그것이 좋은 독후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말하자면, 보수는 안전한데 반해 진보는 새로운 것을 찾아기기 때문에 늘 위험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잘 되면 선구자가 되는 것이고, 잘못되면 개차반(?)이 되는 것이다.
정희진의 책은 읽으면서 인정하고 싶은 건 많은 책을 읽고, 고민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목소리로 바꾸는 것 또한 좋아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정희진이 책을 읽으면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로 소화해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책 저자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상태에서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것은 오만방자함을 넘어서 무식하고 무례한 사람일 수 있지 않는가 싶다.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정희진처럼 읽기>를 보면서 정희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소리를 하기 위해서 책을 갖다 붙이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염려도 약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정희진이 책을 많이 읽고 자기 것으로 소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있는 것 같다.
<가을햇볕님>
올해 읽은 베스트 5안에 들어갈만큼 좋게 읽었다. 책을 읽는 독서법이 마음이 들었다. 정희진은 다독보다는 정독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정희진이 책에 대해서 일반성을 주장한 것 중에서 흔한 이야기를 통해 내용을 설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예를 들어, 오이는 피클이 될 수 있어도 피클은 오이가 될 수 없다는 이 사고가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내용인 것 같지만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다. 이 내용을 보면서 도끼로 머리를 내리맞은 것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이 책은 책의 요약이 아니라 말 그대로 독후감다운 글쓰기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에 대해서 불만이 없었다. 매우 만족하면서 읽었고, 읽는 내내 행복했다.
<여름숲님>
처음에 몇몇 챕터를 읽으면서는 글의 리드문이 너무 와 닿아서 나와 매우 잘 맞는다 싶었다. 뒤로 갈수록 정치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이 많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앞쪽이 더 좋은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느끼기에는 본인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듯 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많은 공감을 했던 것 같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도 언급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디 있고, 시공간적인 공감을 통해 새로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같아서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또 하나의 것은 언어표현을 잘 했다는 것이다. 생활에서 사용하는 적절한 표현을 잘 한 것이 좋았다. 예로서, 독서는 노동이다라는 표현이라든가, 단어 하나 하나가 내가 정리되지 못했던 내용을 잘 정리한 것같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각 권에 대한 독후감이 짧아서 아쉬웠다. 79개가 아니라 절반정도로 줄이고 각 권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언급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잘 정리 하셨네요!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된 79개의 책의 저자들 중에 '정희진이가 자기를 오독했다'고 기분 나빠할 저자가 있을까요? 1~2명 정도 있을까? 그런 사람들 무서워서 저자의 의도에 집착하면서 자유로운 자기만의 책읽기를 포기해야 할까요?
현대해석학(Hermeneutic)에서는 '저자의 죽음, 독자의 탄생'을 이야기 합니다. 도올 김용욱도 그렇고 정희진도 이 해석학적 사고에 완전히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어서 저자의 의도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식으로 책(text)을 읽고 해석하고 자기 식으로 말하지요! 물론 저자들 중에 황당해 하거나, 자기 의도는 이게 아니데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의 저자가 그럴 것 같아요ㅋㅋ) 책은 자기 손에서 떠날 때 이미 독자의 몫이 되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 책에 소개된 조한혜정 교수의 글도 비주류적 사고를 내세우지만 비교적 편하게 읽히는데 정희진 글은 도발적이고 발칙하고 되바라지게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제목에 자기 이름을 내건 것부터! 그건 전략적인 것 같아요! 웬만큼 근본적(radical)이지 않으면 봐주지 않으니까 좀 쎄게 나간 것 같아요!
정희진이 강조하는 것은 시각이다. 남성 백인 성인 이성애자 중산층의 시각으로 거의 모든 책도 쓰여지고 그렇게 세상이 구성된 것이기에 다른 위치 있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자는 것이다. '삐딱하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정희진의 매사에 삐딱한 시선은 그것을 들여다 보는 주류의 사람들은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주류의 시선에 억눌려서 기를 못피던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다. 나도 이런 사람에게 동조하는 것을 보면 참 삐딱한 사람이다!
수고하셨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네요~~!!
와우... 녹취의 효과인가요?? ㅎㅎ
멋진 후기네요..
다음달 제가 써야 할 후기걱정이 벌써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