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유통구조 개선 서둘러야
한·중·일 제품 브랜드와 이미지 경쟁력 조사에서 한국은 유행 선도, 중국은 저렴한 가격, 일본은 우수한 품질로 나타나 한국의 강점이 유행 선도력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영국의 사이먼 안홀트교수와 조사기관인 GMI(Global Market Insite, Inc.)가 함께 발표한 국가브랜드지수(National Brand Index, 2007)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조사 대상 35개국 중 31위이고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중국(22위)이나 멕시코(30위)보다도 국가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 패션상품은 이미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특성이 있는데 지구촌 시장에서 상품 자체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도 경쟁력의 요소가 된다.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교수는 “글로벌 경제시대 국가의 이미지나 품격은 기업브랜드 이미지에 의해 결정된다. 삼성 현대 LG 등이 과거에 저가제품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그 이미지를 벗어나 한국 이미지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증명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의 패션산업 현실은 국내외 시장의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저가 시장은 중국 등 가격 경쟁면에서 고전하고 고가 시장은 진입할 수 있는 준비나 역량이 부족해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경쟁력으로 하는 대형 SPA브랜드가 세계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며 국내 마켓에도 속속 유입되고 있다. 국내 브랜드는 SPA형 해외 브랜드에 비해 회사 규모가 작고 인지도도 없는 데다 시장 크기에 비해 경쟁이 심하다. 또한 한 패션회사 내에서도 지나치게 여러 브랜드를 나누어 진행하다 보니 자사 내 브랜드별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다. 때문에 자사 브랜드끼리 경쟁하는 제살깎기(Cannibalization)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패션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브랜드 전략으로 한정된 역량을 여러 개로 쪼개는 것보다 한두 개의 브랜드에 집중해 소비자에게 깊이 인식되고 선호되도록 일관성 있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 패션산업의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유통구조가 취약한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판매회사가 패션브랜드의 상품을 머천다이저나 바이어 책임 아래 자기 고객에게 맞게 직접 매입하는 시스템이 이뤄지지 않아 상품력이 떨어지고 악성재고에 대한 부담을 패션브랜드나 소비자에게 떠맡기고 있다. 이런 관행으로 동급 해외 브랜드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소비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시장 정보에 밝고 소싱이나 구매능력을 갖춘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또 다른 문제는 디자인 상품기획의 독창성 부족이다. 자사 브랜드만의 뚜렷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선진국 시스템의 디자인 기획능력을 교육하고 훌륭한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또한 지구촌 소비자를 대상으로 니치마켓(Niche Market)을 찾아내고 표적시장 특성을 분석해 그들만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국내 실정에 맞는 유용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홍병숙|중앙대 의류학과 교수 profile
·1971년 2월 중앙대 사범대학 가정교육학과 졸업 ·1993년 3월~1995년 2월 중앙대 가정대학 의류학과 학과장 ·1995년 3월~1999년 중앙대 생활과학 대학 의류학과 교수 ·1999년 3월~2001년 2월 중앙대 생활과학대학장 ·2001년 2월~2004년 중앙대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장 ·1998년 3월~2005년 한국유통학회 이사 및 부회장 ·2001년 6월~2003년 12월 한국의류학회 패션마케팅 연구분과 위원장 ·2002년 3월~2005년 한국마케팅과학회 감사 ·2003년 1월~2005년 한국의류학회 의류용어표준화 연구위원 ·2004년 6월~2005년 KSCT/JHECT JOINT 국제회의 조직위원회 위원 ·2004년 6월~2005년 한국의류학회 연구동향 연구위원 ·2007년 3월~現 한국의류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