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꽃이 있다는 걸 첨 알았다. 꽃에 무관심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수채화 비기너 5반 마지막 수업에서 이 꽃을 그리고 합평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정든 수업의 마지막 날이 내 코로나 발병 후 격리 마지막 날이어서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역시 꼼꼼하신 우리 수채화샘께서 여러 비기너반에서 나와 같은 처지의 회원들을 모아 보충수업을 열어 초대해주셨다.
스노우드랍은 2월에 핀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귀한 꽃인데 2월 눈 속에 피어난 자태가 가녀리고 곱다고 했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드물게 보았다고 하신다. 나는 역시 친견한 적이 없는 이 꽃을 검색해서 사진으로 관찰했다.
맨 아래 그림처럼 간단하게 네임펜으로 드로잉하고 채색하면서 생김새를 익혀갔다. 두번째 그림은 밍글워시를 한 후 랩을 붙여 질감을 표현한 후 벗겨내기 기법으로 그린 것이다. . 스테인, 즉 지우고 나서 얼룩이 덜 생기는 물감의 종류를 발견하기 위해서 사전 활동을 한 후 스테인이 약한 물감을 선택해서 배경을 칠해야 한다. 선생님이 그리신 그림에서는 지우개 붓의 터치가 붓으로 포저티브하게 입힌 것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었지만 역시 내 그림에서는 쉽지 않았다.
맨 위의 그림은 역시 네임펜으로 거칠게 드로잉한 후 마스킹 액을 입히기도 하고 벗기기 기법을 위해 남겨둔 꽃도 있는 상태에서 밍글 워시 후 랩을 씌웠다. 코발트 블루와 오페라, 그리고 오레오린을 적절히 배치했다. 오페라를 안 쓴지가 오래되서 그리움이 생겼다. 나는 오페라의 핑크색을 좋아한다. 코발트 블루도 그릴 수록 맘에 드는 색이다. 잎도 꽃도 코발트 블루, 오페라, 오레오린... 주로 이 세가지 푸르고, 붉고, 노란색을 변주해서 그렸다. 잎도 벗겨내기 기법을 이용했다.
그리면서 낯선 꽃이 맘에 들어왔다. 세상에 그 존재도 모르던 꽃을 나름 열심히 아름답게 피워낸 거 같아 그리고 좋았다. 언제 친견할 기회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