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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7.12 03:30
에티오피아 늑대
▲ 에티오피아 늑대는 주둥이가 기다랗고 귀는 위를 향해 쭉 뻗어있어 여우처럼 보여요. /아프리카야생동물기금
미국·스페인·이스라엘·이탈리아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얼마 전 발견된 에티오피아 늑대 화석을 분석해 이 동물이 15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서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당초 2만년 전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훨씬 오래전 출현했다는 것이죠. 에티오피아 늑대는 늑대·여우·코요테·자칼 등이 속한 갯과 맹수랍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살고 있죠.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등에 사는 늑대와는 생김새 등 다른 점이 많아요.
우선 다 자란 몸길이는 1m, 어깨 높이는 60㎝로 늑대보다 훨씬 왜소합니다. 털은 황갈색이나 적갈색이죠. 주둥이가 기다랗고, 귀는 위를 향해 쭉 뻗어 있어 늑대라기보다 여우에 더 가까워 보여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리랍니다. 어떤 갯과 동물보다도 길쭉하고 늘씬한 다리를 갖고 있거든요. 에티오피아는 높고 험준한 산지가 많은 나라인데, 에티오피아 늑대의 서식지도 해발 3200m 넘는 곳에 집중돼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해발 2744m)보다 훨씬 높은 지역에 사는 것이죠.
과학자들은 늑대와 비슷하게 생긴 조상이 오래전 유라시아에서 북아프리카로 건너온 뒤 에티오피아 고산 지대에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어요. 생김새는 좀 다르지만, 무리를 이루고 철저한 위계질서에 따라 생활하는 모습은 늑대와 빼닮았답니다. 에티오피아 늑대의 무리는 적게는 대여섯 마리에서 많게는 스무 마리 정도로 이뤄져 있어요. 이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아주 강해 새벽이나 한낮, 저물 녘 등 하루에도 몇 번씩 함께 영역을 순찰해요. 밤이 되면 탁 트인 곳에 함께 모여서 휴식을 취하죠. 무리는 우두머리 수컷과 암컷을 정점으로 계급이 구분돼 있대요. 우두머리 암컷은 무리 내에서의 임신과 출산을 독점하고 있죠.
이렇게 무리 중심의 생활을 하지만 사냥만큼은 각자 따로 한답니다. 보통 늑대는 여러 마리가 팀을 이뤄 사슴 등 덩치가 커다란 먹잇감을 끈질기게 쫓아가서 쓰러뜨리는데, 에티오피아 늑대는 각자 사냥을 해서 식사를 해결해요. 주된 사냥감은 작은 설치류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즐겨 먹는 먹잇감은 땅굴을 파고 사는 뒤쥐입니다. 몸을 잔뜩 낮추고 살금살금 다가가서 단숨에 덮치거나, 뒤쥐가 사는 굴을 앞발로 파헤치기도 하죠.
에티오피아 늑대의 이빨은 다른 갯과 동물보다 길이가 짧고 덜 촘촘한 편이에요. 이런 구조는 주요 먹이인 설치류를 사냥하는 데 적합하게 진화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얘기해요. 에티오피아 늑대는 다른 어떤 갯과 짐승보다도 심각한 멸종 위기를 맞고 있어요. 야생에 남아있는 숫자가 500마리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은 광견병 바이러스입니다. 사람들이 산간 지역을 농지로 개간하면서 가축으로 키우는 개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돼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에티오피아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염소 고기에 광견병 백신을 넣어둔 뒤 에티오피아 늑대들이 자주 오가는 길목에 놓아두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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