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초 사랑♧
지난 여름에 접한 곽재구 시인의「곽재구의 포구기행」은 여전히 잔잔한 감동으로 기억되는 책입니다. 얼마 전에 읽은 황대권의「야생초 편지」 또한 아주 긴 감동으로 남을 책입니다. 포구기행은 저자가 찍은 포구의 사진들이 글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면, 야생초 편지는 저자가 그린 야생초 그림들이 야생초를 더 정겹게 만들어줍니다. 포구기행의 영상(映像)과 시상(詩想)은 서해 갯벌의 어린 추억을 되살려주었다면, 야생초 편지는 그동안 이름없이 만났던 수많은 야생초의 이름을 알면서 더 살갑게 야생초를 가까이 하게 만들었습니다.
국가기간의 조작에 의해 간첩이 아닌 간첩이 된 황대권씨는 13년동안 감옥생활을 했습니다. 수감생활 중에 많은 야초를 키우면서 봉합 엽서에 야생초에 대한 글과 그림을 그려 여동생에게 보냈습니다. 그가 출옥한 후에 모아진 글들이「야생초 편지」로 출판되었습니다.
잡초(雜草)같은 그가 감옥에서 키운 수많은 잡초들은 그의 삶이었습니다. 그는 각양각색의 야생초를 키워 야생초 사랑과 함께 차(茶)와 약으로, 나물과 샐러드, 생채와 김치를 담가 먹었습니다.
황대권씨의 야생초 철학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안 만들었다는 겁니다. 야생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자연이, 땅이 필요해서 야초를 그 자리에 키우는 것 뿐입니다. 다만, 인간들이 자기 필요에 때문에 야초를 제거할 뿐입니다. 이 야초들은 뿌리를 땅속에 내려 미네랄을 끌어올려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듭니다.” 수까치깨,괭이밥,바늘사초,산국,구절초,쑥부쟁이,며느리밑씻개,조밥나물,아기똥풀,딱지꽃,조뱅이,땅빈대,쇠별꽃,배초향,석잠풀,달개비,방가지똥 중에 몇 가지나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