厚 生 新 聞 2003년 12월 11일(목) 학 술 제 5247 호[15]
재택산소요법
-의료보험급여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 증가추세
치료법에 대한 정부지원 전무
텔런트 김희애가 주연으로 출연한 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극본 김수현, 연출 곽영범)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 영애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희귀병에 걸려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데 죽음을 앞두고 자기의 삶을 정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많은 시청자들의 누선을 자극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불쌍한 영애의 삶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영애를 괴롭혔던 시댁식구들이 뉘우치는 맘으로 무슨 방법이든지 시도해 보지는 않을까? 그런데 시댁이 너무나 가난하여 치료방법이 있는 것을 알고도 사용하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의사들이 TV 드라마에 방영되는 상황이 출연자의 병과 관계될 때 유난히 흥미를 갖게 된다. 때로는 화면에 연출되는 모습이 병원에서의 실제 상황과 너무나 달라 황당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연출자가 의사등 실제상황을 잘 아는 사람의 자문을 구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해프닝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하는 일중에서도 해당사업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들어보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초래하지 않을 혼란도 많은 것 같다.
그 중의 하나가 재택산소요법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이라고 생각한다.
영애가 앓고 있는 특발성 폐섬유화증과 조금 다르지만 호흡곤란을 주증상으로 하는 질환 중 만성폐쇄성폐질환의 환자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인구의 고령화와 더불어 흡연인구의 증가, 대기오염의 증가, 폐결핵 발생의 꾸준함 등이다.
그래서 2003년 7월부터 우리나라도 심한 호흡곤란 환자를 호흡기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애를 극복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치료법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태이다.
환자들은 장애인지정 및 등록보다 실제적인 지원 즉 중요한 치료방법이자 생명연장수단인 재택산소요법의 의료보험적용을 실제적으로 원하고 있다.
2003년 9월 현재 1급의 호흡기장애인으로 등록된 환자가 전국에서 1112명이 있다.
이들의 경우 기관지 확장제, 항생제, 점액용해제들의 어떠한 치료도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데 효과가 없으며 생존기간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산소요법만이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재택산소요법은 집에 산소탱크를 설치하거나 산소발생기를 설치하여 하루 15시간 이상의 산소를 흡입하는 방법으로 기술적으로는 많이 발전되어 있으나 실제 환자들을 돌볼 때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경제적이 문제이다.
산소발생기의 경우 기기구입에 150~200만원이 소요되고 사용 시 전기료가 많이 들기 때문에 기계를 구입해도 한달 10만원이 넘는 전기료(물론 최근에 나온 기계들은 이보다 전기료가 적게 들도록 많이 개선되었다.)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환자를 자주 만나게 된다. 대개의 환자가 노인으로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고 자녀들에게 의지해야 하므로 담당의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들때가 종종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 산소발생기의 구입시 일정한 보조나 세금혜택 또 사용시 들어가는 전기료에 대한 고려를 해준다면 생존기간의 증가 뿐 아니라 훨씬 높은 질의 삶을 살 수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간사이지역의 환자들을 중심으로 환자들이 힘을 합하여 1983년 5월 나고야폐기능저하그룹의 결성을 시작으로 하여 1984년 4월 교토환자동맹 폐기능 저하자의 모임 1983년 5월 오사카폐기능저하그룹 “새싹모임”의 결성과 일본환자동맹 전국대회가 개최되었고 이들이 힘을 합쳐 NHK TV등에 이들의 삶과 재택산소요법의 국가지원 필요성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송되도록 하였고 여론조성에 기여하였다.
1984년에 이르러 중의원에서 질의응답을 통하여 예산등의 심사가 있었고 재택산소요법이 1985년 3월 건강보험적용이 되게 된다.
이후에 산소요법이 점점 활발하게 환자들에게 적용되어 숨이차서 외부출입도 못하고 집에서 죽을날만을 기다리던 많은 환자가 외출, 여행등의 생활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호흡기장애인들이 열차를 이용할 때 차비를 경감시켜주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지원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재택산소요법의 의료보험에서 적용한 후 호흡기장애인 등록사업을 하였는데 2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호흡기장애는 판정하여 장애인으로 등록하면서도 실제로 환자에게 필요한 재택산소요법에 대한 보조가 없다는 것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내년부터 300만원이상의 본인부담이 없도록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보험의 지원이 강화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가 재택산소요법의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중증호흡기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것이 실현되면 “ 완전한 사랑”의 영애의 생명도 연장될 수 있으며 또 사는 동안에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일본에서 재택산소요법비용의 본인부담
현재 일본에서 재택산소요법에 들어가는 비용의 80%를 의료보험에서 지불하고 있으며 환자본인부담은 20%의 비용과 전기료이다. 전기료에 대한 지원은 없다고 한다.
환자의 한달간 소요되는 비용의 내역은 산소발생기 대여료 월 44000엔. 휴대용산소유지료 월11000엔, 의사진료비 25000엔으로 총 8만엔의 비용이 들며 이중 20%인 1만6천엔을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의사의 재택산소요법에 대한 처방 및 지도가 없으면 의료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 재택산소요법이 환자의 생존률에 미치는 영향
장기간의 재택산소요법의 효과로 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켰다는 대표적인 연구결과는 두가지가 있다. 영국에서 1981년에 나온 보고에 의하면 저산소증 환자에서 하루 15시간 이상의 산소를 투여한 환자 42명중에서 5년동안 19명만이 사망하였지만 산소를 투여하지 않은 환자는 45명중 30명이 사망하였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또한 1980년 미국에서의 연구결과는 산소치료 26개월후에 24시간 산소투여환자에서 12시간 산소투여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1/2정도 감소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이 두 연구결과를 종합할 때 산소치료의 시간은 최소한 하루 15시간 이상이 되어야 하고 시간이 많을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