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작곡가와 그들의 음악. 누가 이들의 작품을 보고 고전이란 그저 지루하고 유행에 뒤쳐진 과거의 산물이라 하겠는가! 클래식음악은 리메이크 혹은 영화의 배경음악을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하고 있다.
과거에는 악기로 직접 연주하는 방법 외에는 접할 수 없었던 음악. 그랬던 귀한 음악이 오늘날 에는 훨씬 다양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존재로 바뀌었다. 클래식음악을 리메이크하거나 반주에 사용한 팝음악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는 클래식음악으로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컬러링을 설정하지 않았을 때 제공되는 기본음악은 비발디 ‘<사계>中 봄’이고, 컴퓨터의 내 음악 폴더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샘플 음악은 베토벤이다. 신기하게도 21세기의 우리는 수 세기 이전의 고전 음악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클래식 음악이 조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2001년부터 여성만화잡지 "Kiss"에서 연재가 시작되었던 니노미야 토모코 작의 클래식 음악 연재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는 소문으로 평판이 퍼져, 천천히 인기가 상승. 음대에서는 "안 읽은 애들이 없어", 음악계에서는 "읽고 있어?"가 인사였던 적도 있었다. 결국 인기리에 드라마로 제작된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제곡이라 할 만한, 원작에 등장하는 수많은 곡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 교향곡 제7번을 들어보자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에서 일반적으로 짝수 번호 작품은 "경쾌하고 아름다움", 홀수 번호 작품은 “호탕, 웅대하다”고들 말한다. 제 7번도 이에 확실하게 들어맞지만, 이 작품의 새로운 특징은 "리듬"에 있다. 무엇보다 프리드리히 비크는 "이건 술에 취해서 작곡된 것이 아닐까. 특히 제1악장과 제4악장은"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비크의 말이 아니어도 "기분이 좋을 때 작곡한 곡"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 작품은 생명력이 넘치고, 듣는 이로 하여금 흥분을 일으킨다. 들은 후에는 마치 음악 물결로 샤워를 한 듯 상쾌해지는 명곡이다.
곽재용 감독의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상영되고 나서 영화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위해 피아노로 연주했던 곡. 그것은 요한 파헬벨(Johan Pachelbel)의 <캐논 D장조>으로, 정확한 곡명은 <Canon and gigue for 3 violins and continuo in D major>이다. 보통 16~17세기로 구분하는 바로크시대의 대표적인 작곡가이자 오르간 연주자인 파헬벨의 캐논은 그가 1791년 출판한 트리오 소나타집 <음악의 즐거움> 중 한 곡이다. 캐논이란 일종의 작곡 형식을 뜻하는 용어로, 한 성부가 먼저 선율을 연주하면 다른 성부가 그것을 따라하는 식의 음악이다. 쉽게 말하면 돌림노래와 비슷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캐논은 원래 협주곡으로 발표가 되었는데 현재는 '조지 윈스턴'의 '캐논 변주곡'으로 더 유명하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편곡으로 인해, 협주곡 형태의 원형 연주가 오히려 보기 힘들어 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캐논이라면 평범한 청년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락버젼일 것이다. 23살의 임정현씨가 직접 연주한 동영상은 You Tube에 계속 상위 랭크되어 있고, 여전히 많은 스크랩과 코멘트가 달리고 있는데, 수많은 아류를 만들기도 했다
벨소리와 컬러링 등으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곡은, 영화 ‘다세포 소녀’의 홍보에도 사용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원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가단조 작품 13 Pathetique(비창)의 3악장 Rondo 안다미로. 게임제작사의 반야팀이 펌프게임 삽입음악을 위해 편곡하여 새롭게 리메이크한 곡이다.
빠른 템포의 피아노 곡 본래의 경쾌함을 살리면서 전자악기를 통한 강렬한 리듬이 어우러져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곡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한국에서 최정상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윗박스". 천민의 음악인 힙합과 귀족의 음악인 클래식을 적절하게 융화한다는 평을 받으면서 클래식뿐 아니라 영화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모티브로 하여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전주부분 부터 샘플링한 <Don't Push Me>는 2005년 국내 방송계에서 562회 방송되면서 팝뮤직으로 2005년 종합 방송순위 4위에 올랐다. 단순히 몇 곡에서 음악을 이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음악에서 클래식이나 연주음악을 이용한다는 점과 음악에 적절하게 편곡을 하고 곡의 전부분에 걸쳐서 폭넓게 이용하면서 클래식과 팝음악의 조화로운 음악들을 선사했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은 전통음악 연주곡은 물론 세계인에게 친숙한 서양고전음악, 민요와 대중음악 등을 격조 있는 가야금오케스트라로 연주함으로써 가야금의 아름다움을 친근하게 전파하며 최고의 명성을 쌓아왔다. 이러한 시도는 동서양의 조화로운 음색을 탄생시켰으며, 우리의 전통악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고 그 우수성을 알리는데도 일조했다.
비틀즈의 <Let it be>, <Hey jude>, 남미음악 <키싸스 키싸스 키싸스> 등의 인기 연주곡을 비롯하여 2006년 극장광고로 선보인 국악, 클래식, 비보이와 비트박스가 하나로 어울린 캐논 연주도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낭만파, 고전파 음악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음악들을 우리는 고전음악, 곧 클래식이라 부른다. 클래식이라는 말은 단지 고풍(古風)이란 뜻을 넘어서는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예전에 저작된 모범적이면서도 영원성을 지니는 예술작품을 뜻한다. 클래식이라고 명명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지닌 불멸성을 상징한다. 즉 그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혀 지지 않을 영원불멸의 작품에 주어지는 영예로운 이름인 것이다.
어쩌면 작곡가의 의도를 그대로 따른 곡만이 진정한 클래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고전이 점점 변질되어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세기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클래식은 그 형태를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악기로 연주되기도 하며,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르고 그 형태가 변주된다고 하더라도 클래식 본연의 모습을 지켜갈 것임을 우리가 믿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영원한 고전이요, 기본인 “클래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