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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사하게 은퇴하고 싶다.
김형래 지음 / 청림출판
치사(致仕)하다 : 70세가 되면 나이가 많아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나던 일을 치사라고 한다.
이젠 쉬어야겠다고 돌아설 때, 붙잡는 사람들을 물리치며 찬란하게 은퇴하고 싶다.
은퇴는 인생의 끝도 아니고 절망의 시작도 아니기에 잘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타이어를 갈아 끼우듯 오히려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쪽지 한 장으로 별안간 내 꼬리를 감추어서 미안하오. 코끼리는 죽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영물이라지 않소? 나도 코끼리처럼 이 회사를 떠난다오. 나는 지금 서서히 그 코끼리가 되어가고 있소. 나를 찾지 마시오. 당신도 조직에서 죽어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잊지 말고 준비하고 사시오.
누구에게나 시간이 평등하듯 누구에게나 은퇴도 평등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마흔 살의 남자들은 마실 것과 씹을 것을 눈앞에 두고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요원하고 살아남으려고 아등바등해야 하는 나이가 바로 마흔 살이다.
요즘에는 15세 중학생을 ‘십오야’라고 부른다. 15세에는 대낮에도 하늘이 밤처럼 새까맣게 보이는, 즉 미래가 암울하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오륙도가 되도록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이다. 사오정이 되면 정년퇴직을 해야 한다. 삼팔선은 직장에서 버티든지 나가서 살길을 찾든지 결정해야 한다. 이태백, 20대의 태반이 백수다.
직원의 실력과 성실성을 따지는 기업은, 30대 직원을 망원경으로 살피면서 40대는 돋보기를 들이대기 시작하고 50대는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마흔 살 성년파티를 즐길 것인가? 아니면 마흔 살 은퇴파티를 열 것인가? 마흔 살의 남자, 그들에게 은퇴 파티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다.
은퇴는 평등하게 다가온다.
브로커 증권맨은 일반적으로 자기가 받는 급여의 3배 이상 수익을 만들어야 인센티브를 맛볼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 회사를 떠나는 일일 것이다. 은퇴는 죽음처럼 누구도 예외일 수 없을뿐더러, 그 고통은 죽음에 근접하는 강도하고 같다고 한다.
자수성가하고 꿈을 이룬 이들도 한때는 이런 해고의 시련을 겪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그동안 못했던 운동도 하시고요. 야외로 나가서 조깅하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퇴직이 과연 부활이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일까? “저 해고당하는 것 맞죠?” “아닙니다. 귀하의 앞날을 논의하는 것뿐입니다.”
대한민국 남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은퇴’라는 두 글자일 것이다. 차라리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후보로 머물러 있었다면, 더욱 큰 실망은 하지 않았을 텐데, 수많은 관중 앞에서 마음껏 달려보지도 못하고 교체되는 선수의 심정이랄까? 채무, 실패, 질병, 이혼, 사망 등 온갖 어두운 단어를 나열해봐도 역시 은퇴보다 두려운 것은 찾을 수 없다. 은퇴는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월급날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은퇴한 지 5년이 지난 L씨는 더는 월급이 들어오지 않던 첫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래서 그날 무얼 하셨는지요?” “은퇴 전에 모아 둔 돈이 조금 있었어요. 그중에서 100만 원을 옛날 급여통장으로 이체시켰습니다. 그러곤 산에 올라갔다가 일몰까지 보고 밤늦게서야 집에 들어갔습니다. 집에 돌아가니 다들 식사도 하지 않고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밥상에는 아이들이 모은 돈으로 사온 통닭이 있었지요. 생일상같이 차려놓고서.”
“사모님은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다음부터는 없는 돈에 이체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그날 아내가 갑자기 제 상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막상 은퇴하고 나서 월급날이 가까워지니 괜해 초조해지는 거예요. 그렇게 한 3년이 지나고 나서야 괜찮아지더군요.“
은퇴란 주 소득원이 없어지는 것이다. 돈은 힘을 상징한다. 따라서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힘의 균형이 깨진다. 가정에서 계급투쟁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되고 이는 권력의 지각변동으로 나타난다. 가볍게는 아내의 지위 격상 정도로 끝날 수 있지만 심하면 아내는 황혼이혼이라는 엄청난 카드를 꺼낸다고 한다. 이처럼 남자가 경제력을 잃는 순간, 가장은 고사하고 평범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마저도 급격하게 추락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사회적 지위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높아지고, 가정에서도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권력자로 스스로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출산을 하고 아이들이 성장해 학년이 높아지더라도 아내의 지위는 신혼 초와 같은 일반사원으로 변동이 없는 데 말이다. 그러다가 월급날 돈이 들어오지 않을 때부터 남편의 위치는 아내와 같아진다. 남편에게는 국치일이요, 아내에게는 광복절이다. 은퇴는 이래저래 예정된 공포다. 그렇다면 전업주부에게도 은퇴가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남편이 은퇴하면 아내 역시 자연적으로 비자발적 은퇴를 맞이하는 것이다.
회사 업무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찬반양론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계산적인 비즈니스지만 직장인은 그곳에 투입되는 자원 중 하나일 뿐이다. 일반 남자가 입사하면 그때부터 직장이 친척과 같은 혈연 공동체는 물론이고 배우자까지 밀어내며 최우선순위를 차지하게 된다.
‘맞아, 회사가 내게 해준 것이라곤 겉만 번지르르한 직위와 알량한 월급밖에 없잖아?’
실업 이틀째, “여보! 괜찮아요?” 잠결에 헛소리를 하더라며 아내가 온몸이 식은땀으로 범벅된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아팠다. 많이 아팠다. 아무리 아파도 회사에 출근하면 낫는데, 아무리 아파도 회사에 출근했던 나였는데 이젠, 출근할 곳이 없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가족들은 나의 이직을 사형선고처럼 받아들인 듯했다. 가장이 은퇴하는 것은 곧 가족들의 은퇴이기도 하다.
은퇴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변화에도,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는 명제가 있다. 바로 오늘보다 내일은 더욱 고령화가 진전되리라는 것이다. 마치 1일 다음 날이 2일이고,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국민연금으로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것만 믿고 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의료보험료를 꼬박꼬박 낸다고 해서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비가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하늘에서 다이아몬드가 떨어지거나 포항 앞바다에서 세계 최대의 유전이 발견된다면 모를까. 연금만 믿고 의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스스로 판단 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스스로 준비하고 결정해야 한다. 고령화는 100퍼센트 예상 가능한 미래이고 그 미래를 스스로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준비할까? 대답 역시 너무 쉽고 분명하다. 단 하루라도 빠를수록 좋다.
직장인은 언제부터 은퇴를 준비할 것인가?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대충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정성 들여 읽는다. 그들은 단 한 번밖에 읽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은퇴준비가 단순히 돈을 모으고 불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취미를 개발하고 친구들을 사귀며, 봉사할 대상을 찾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 등 이 모두 은퇴 준비에 포함된다. 색소폰을 나이가 들어서 배우면 폐가 손상되어 관에 들어가기를 재촉하는 것이고, 골프를 배우면 멋진 폼은 고사하고 다치기 쉬운 위험이 도사린다. 나이 들어 등산은 관절에 무리를 자초하고 요트를 배우는 것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 젊었을 때부터 취미를 찾아 몸에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철든 생각, 새로운 마음가짐
‘내가 왕년에~’ 아닌 사람 나와 봐!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일기를 쓰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블로그라는 인터넷공간이 등장하면서 일상을 기록하고 관리라는 것이 편해졌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왕년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다만, 기록을 남기고 공개할 때 지켜야 할 덕목이 있다. 바로 겸손이다.
은퇴를 하고 나면 과거의 성공이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끊임없는 긴장과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성공의 가치는 사라지고 성공 경험 그 자체가 추억으로만 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인들은 그 기억을 괴롭다고 하면서도 왕년을 움켜쥐려고 여전히 버티고 애쓴다. 하지만, 무엇이든 놓아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지금의 힘든 상황을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
은퇴를 하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은퇴 후의 생활태도는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식의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은퇴 전의 직위에서 벗어나 자신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무거웠던 마음의 짐도 한결 가벼워질 뿐 아니라 겸손해질 수 있다. 자신에게 거는 기대 수준을 낮추고 현실 속에서 소박한 즐거움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스스로 낮춘다고 하여 자신의 위치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 노화란 사랑하고 일하며,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다 - 조지 베일런트
연장전은 더 좋아. 60세가 넘어서까지 일할 수 있는 그곳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이제야 나만의 인생이 시작된다. 자기는 없고 주위만 있으며,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삶을 살고, 최선보다는 안전한 차선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100세까지 살게 될지도 모를 장생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그저 세월 가는 대로 세상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있을 수만은 없다.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라는 생각에 갇혀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그 고통이야말로 내가 변화해야 할 시기가 되었음을 암시하고 나만의 인생을 시작할 때다.
나는 은퇴하지 않는다.
미국 뉴욕의 유니온 수퀘어 한 모퉁이. 100만 원이 넘는 고급스러운 양복과 비싼 실크넥타이를 매고, 당근이나 감자 등을 깎을 때 사용하는 5달러짜리 필러를 파는 노점상의 이름은 조셉아데스다. 그는 뉴욕 최고금 주택 중 하나인 맨해튼 파크에비뉴에 침실 3개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거부다. 이미 열다섯 살 때부터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데에 재질을 보였다. “종일 앉아서 야채를 깎는 일이 힘들지 않습니까?” “행복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어 한다. 유튜브에는 활기차고 재미있게 장사하는 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여러 편 올라와 있다. ‘
‘베이비붐세대와 그들의 은퇴’는 ‘타이어 갈아 끼우기’라고 은퇴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본다. 1850년대 산업사회에 들어와서야 은퇴라는 개념이 생겼다. 근속연수 30년을 채우더라도 은퇴 후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UN이 정한 노인의 나이는 65세다. 은퇴를 단지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극렬하게 저향해야 할 대목으로 보는 것이 맞다.
식당에서 점심값을 전쟁하듯 서로 내겠다고 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베이비붐세대다. 각자 먹은 만큼 칼같이 계산해서 나눠내는 세대는 신세대.
연금,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남유럽 국가들은 은퇴자들을 위해 그들이 은퇴 전에 누렸던 생활수준의 95퍼센트에 가까운 보장을 하고 있다. 연금은 은퇴생활에 일부분 도움이 될 뿐, 애당초 연금을 은퇴 준비의 전부로 기대는 것은 옳지 않다. 연금은 그저 비상금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수입이 줄면 체면 유지비도 줄여라.
의식주나 승용차, 친구나 준거 집단, 진학 및 취업, 진급, 선물, 명절 맞이 인사 등 남의 이목을 끌만한 것들을 체면과 관련짓는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많이 필요한 것이 금전적인 품위이다. 이는 돈을 써야 할 때 인색하지 않고 남에게 베풀 줄 아는 마음을 금전적으로 과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은퇴 이후 현명한 투자법. 투자. 절약이 최고의 미덕이다. 번 돈의 10퍼센트는 반드시 저축하라. 대박이란 없다.
재취업, 가장 적극적인 재테크.
남이 만들어주는 고수익만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일을 하면 수익을 얻는 것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진다. 인생후반전에도 꾸준히 일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면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1.시니어들은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넌 늙어 봤냐? 난 젊어봤다!" 오히려 그 주름을 훈장처럼 여겨라.
2.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라.
3.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려라. 1인 미디어 인터넷 공간인 블로그로 오랜 경륜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라, 그저 남들이 나를 알아봐 주고 찾아와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으로 스스로 알리는 것 역시 당신의 몫이다. 일본 단카이세대들은 자산운용에 관한 정보를 스스로 모은다. 단카이 부자들은 인터넷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노인생애 체험센터에서 어느 여중생이 남긴 체험 소감
“노인이 되면 이렇게 불편하고 힘들 줄 몰랐다. 난 늙으면 자살해야겠다. 이렇게 불편하게 살면 뭐하나? 이제 인생에 새로운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60세가 되면 죽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으면 은퇴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될 수 있으면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수준의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50대는 50퍼센트만 건강하다.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가이다. 즉 건강 수명이 핵심이다. 자, 이제 TV를 끄고 운동하러 밖으로 나가자. 건강에 좋은 우유를 먹는 사람들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귀찮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운동이 필요한 순간이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움직이고 부지런히 생활하며 활기차게 걸어라. 은퇴 이후 시기에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비관하게 된다. 억지로라도 많이 웃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뇌를 바쁘게 활용하라.
건강 7계명
1. 남에게 심부름시키는 일을 중단하라.
2. 스스로 물을 마시고, TV를 켜고, 신문을 가져와라.
3. BMW(버스 메트로 워킹)족이 되어라.
4. 계단을 이용하라. 특히 올라가는 계단은 사양하지 마라.
5. 고기를 잘 굽는 방법보다 푸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배워라.
6.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는 습관을 들여라.
7. TV 시청을 할 때도 최대한 몸을 움직여라.
결국, 사람이 남는다.
처음 사람이 마지막 사람. 나이 든 부부가 나누는 행복을 ‘찻잔 밑에 고인 진한 설탕물’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았다.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보내려면 배우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배우자의 정서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 고단한 삶을 핑계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사람이 처음 신혼생활을 시작하면 서로에게 적응하느라 티격태격하며 힘든 것처럼, 가정 또는 직장이라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가 은퇴로 말미암아 다시 마주하게 된 노부부 역시 서로 어색하고 힘들 수 있다.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결국, 세상을 사는 동안 나의 마지막 사람이다.
우리 친구 할래요?
화제와 성격이 다른 모임을 5개 이상 갖는 노인들이 고독과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남자들은 은퇴를 계기로 생활의 중심이 지역사회로 옮겨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회에서 만난 친구와 소원해지게 된다. 따라서 남자들은 은퇴하게 되면 뒤늦게 새로운 친구를 만들거나 아예 어린 시절 친구들을 찾는 등 대인관계의 방향전환이 이뤄진다. 여자들은 자녀문제를 의논하는 학부모 모임이나 이웃 반상회 학교 동창과 같은 기존의 인간관계를 지속하는 편이다.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진 것을 즐기는 것이다. - 셰익스피어
트윗하자. 현대는 머리 좋은 사람보다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 그보다는 네트워크가 강한 사람을 필요로 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시작한다.
남자들이 온라인으로 몰리는 이유
남자들의 오프라인이 무너지고 있다, 나이 들어 뜻이 같거나 취미가 같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전히 할 일이 있다. 아예 일에서 떠날 순 없다. 요즘의 시니어들은 역사상 가장 건강하고 가장 장수하고 있으며, 최고의 교육수준을 갖춘 집단이다.
창업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전직공무원, 교사, 경찰, 군인 등이 사업해서 성공한다는 건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그들은 세상을 살면서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저 가게를 열면 사람이 올 줄 알고, 물건을 달라면 줄뿐 더 팔려고도 하지 않는다. 갑의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은퇴 이후 창업을 하게 되면 대개 실패하고 만다, 창업은 갑에서 내려와 을이 되는 것이다.
육아도 숭고한 일자리 창출이다.
어머니는 친손자 때문에 사회생활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하시고, 장모님은 손자 돌보기에는 너무 연로하셨다. 그래서 육아문제는 결국 남의 손에 맡기에 되었다. 가진 무엇을 버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전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 현재 가진 것을 버리는 것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그 비전을 가질 수 있다. 비전이란 내가 지금 손에 무엇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놓으면 더 좋은 것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다. 연륜을 가진 시니어의 경험을 살려 육아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사회문제로 대두된 육아문제에 공헌할 기회를 찾는 것도 좋겠다.
귀농프로그램 VS 귀촌 프로그램.
한때 귀농이 각박한 도시탈출의 대안으로 떠오른 적이 있다.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때는 ‘생각하고 느리게 걷기’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귀농이 도시 은퇴의 실패를 보상하기 위한 대체수단은 아니다. 자신이 이제 더는 도시인이 아니라 농민이라는 단호한 자기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도시생활에서의 4척 잘난 척, 가진 척, 높은 척, 많은 척하는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다. 농촌에서의 사람이 도시생활보다 질 낮은 생활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귀농은 도심생활을 잠시 접고 휴양 삼아 떠나는 관광프로그램이 아니다.
귀농하기 전 6가지
1. 가족 간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부부간의 의견 조율이 가장 중하다.
2. 시기를 잘 조율해야 한다. 도시생활이 채 정리되지 않아 양쪽을 오가다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비효율적이다.
3. 귀농 장소를 정해야 한다.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고 현지인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위치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4. 귀농 항목을 정해야 한다. 어떤 농사를 짓고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미리 고민해야 한다. 농사 경험도 쌓아야 하고, 별도의 사업 항목에 필요한 자격이나 경력을 갖추어야 한다.
5. 귀농 경영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금계획과 운영, 홍보와 마케팅, 고객관리 등
6. 확고한 귀농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귀촌은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뜻.
나는 평생 현역이다.
일할 기회를 잃은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수명도 단축될 수 있다. 평생 출근할 데가 있어야 80~9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나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때가 바로 늙는 순간이고 열린 기회를 닫는 순간이다. 건강하고 밝게 인생 후반전을 살려고 일거리를 찾고 만들어보자.
행복이란 무엇인가.
돈은 에너지고 힘이다. 인생후반전을 잘 보내야 결국 성공적인 인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인생 후반전이 어떠했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인생이 평가된다. 내면의 성공, 나 자신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리는 삶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곧 불행의 씨앗이 된다. 은퇴 이후에는 더는 다른 누군가와 나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이 나를 만족하게 하고 행복한 마음을 갖게 하는지 내면의 목소리를 듣길 바란다.
미리 봉사준비 하자.
어느 남자 선생님이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가서는 교탁에 서서 인사를 받고 그 앞에 있는 학생에게 ‘얘야 물 좀 떠오너라’라고 했다. 그 후에 그 남자 선생님은 산으로 출근하신다는, 그래서 은퇴 후 취미가 등산으로 굳어진다는 얘기.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봉사를 할 수 없다.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
휴대전화 작동법을 알아야 위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내비게이션도 사용할 줄 알아야 처음 가는 길도 갈 수가 있으며,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알아야 급변하는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고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접하면서 세계와도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아주 특별한 여행. 여행을 많이 하다 보면, 이전보다 혹은 남들보다 멋지게 즐기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이 극대화되는 것은 떠날 준비를 할 때이고, 그다음이 돌아와서 정리하는 시간이며, 맨 마지막이 여행 다니는 동안이다.
돈 없이 하는 기부.
기부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이 삶의 원천이 될 수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알게 한다. 수익을 얻을 때보다 적은 돈이라도 얼마간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 더 엄청난 기쁨을 느꼈다. 이런 이유에서 기부하면 할수록 중독이 된다. 거의 모든 사람 안에는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 하는 내적 욕망이 있다. 기부가 언제나 금전, 즉 돈일 필요는 없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시간 내어 대화를 나눠주거나 아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 또 소일거리가 없는 사람에게 작은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도 돈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시티 라이프 VS 멀티해비테이션.
어중간한 상태에서 도심생활과 시골생활을 다 하겠다는 것이 이른바 이중거주 즉 멀티해비테이션이다. 본격적인 멀티해비테이션은 은퇴 후 두 집 생활을 하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된다. 편리한 도심에 거주하면서 주말이면 근교의 전원주택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텃밭도 가꾸는 생활을 동시에 누리는 것이다. 50세가 되면 50퍼센트가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하니 나이가 들면 의료 문제를 우선으로 고려해서 거주 지역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나로 말미암아 역사가 완성된다. 미국인들이 쓰고 싶어 하는 글은 자서전이다. 글은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나의 인생에서 겪은 수많은 세상 경험과 노하우를 자식과 후세에게 길이길이 남겨주겠다는 거창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저 나의 추억과 경험을 기록하고 잊히기 쉬운 일상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자서전을 써보자. 자서전이야말로 돈보다 더 귀한 유산이 될 수 있다.
다시 청춘을 말하다.
인생전반전을 보내면서 남자는 가정에서는 돈 벌어오는 기계가 되었고 직장에서는 생산성으로 평가되는 기계가 되었다.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삶의 의미와 인생의 참다운 목적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제부터는 생각하고 달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남들이 정해놓은 목포에 나를 맞추어 속도제한 없이 과속으로 쉴 새 없이 달렸지만, 이제는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내가 정한 속도로 달려가야 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하지 않던가? 젊음은 사라지고 이제 은퇴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제3막의 인생이 시작된다. 인생 제3막은 느리게 걷는 단계이다. 굳이 달리지 않아도 되고, 모르는 것을 깨닫기보다 아는 것을 곱씹는 단계이다. 가장 의미 있는 시기이다.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이지,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사명은 무엇인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인생후반전의 출발점에서
1.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을 목표로 두고, 내 인생의 목적을 정하자.
2. 자발적인 관심과 의지로 찾아서 하는 취미를 갖자.
3. 스스로 하고 싶어 실천하는 봉사로 삶을 살찌우자.
4. 끊임없이 정진하는 배움을 통해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자.
5. 가족, 친지, 친구와 깊은 교류를 통해 인생을 풍요롭게 하자.
6. 심리적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 모두를 지키도록 노력하자.
신체적으로 급격히 쇠퇴하는 기간이지만 이 시간을 열정과 패기 그리고 경험과 경륜을 쌓고 삶의 만족감을 이루고자 하는 숭고한 뜻을 실천해가는 소중한 시간.
은퇴 이후 버킷리스트. 자녀만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며 살아온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 똑같을 것이다. 결혼 후 짧은 신혼의 단꿈을 뒤로하고 자녀를 갖게 되면, 그때부터는 모든 삶의 무게중심이 아이에게 쏠린다. 교육, 음식 옷 등 모든 영역에서 내 자녀를 위한 것이라면 뜻도 미래도 알 수 없는 ‘묻지마 투자’가 시작되는 것이다. 자녀를 위한 삶이었고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왔기에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을 줬을 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준비도 안 된 여생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배우는 사람은 여전히 젊다.
일본에서는 기러기 아빠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는 다른 것 같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자나 손녀와 함께 유학길에 오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잉여인력은 손자나 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함께 떠나기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현지에서 아이들의 등교를 도와주고는 곧장 그들만의 학습을 취한 학교로 달려간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현지 언어를 비롯한 예술과 체육 등이다.
안락한 은퇴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
바로 가족, 그중에서도 아내다. 아내를 싸워서 이겨야 할 경쟁대상으로 생각하지 말자 이제껏 아내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가족들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다. 그중에 남편인 당신도 끼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한없이 감성적이던 아내의 목소리가 베란다 창문을 흔드는 목청의 소유자로 바뀌었다고 조롱하거나 변질한 음식을 보듯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제는 아내에게 낭만을 선물하자. 여자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영화관도 같이 가고 음악회도 가고 손잡고 공원을 걸어보는 것도 아내를 행복감에 젖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부드러운 아내의 모습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된다. 아내는 나의 평생 반려자인 동시에 친구이다. 은퇴생활 최고의 필수품은 아내이며, 따라서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안락한 은퇴생활의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남편이 부드러워지면 가정엔 평화의 꽃이 핀다.
70세가 되면 나이가 많아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나던 일을 치사(致仕)라고 한다. 나 역시 70세까지는 일하고 싶다. 그래서 난 치사하게 은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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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꿈꾸는 나이,
어서 빨리 먹고싶은 나이 일흔.
일흔이 되어
나도 치사(致仕)하고 싶다.
반쪽짜리 툇마루에 바람이 이울면
남은 건 손바닥 만한 햇볕일 것이다.
그 빛마저도 삽시간에 사라질 것이다.
그녀가 신고 다니던
댓돌 위의 하얀 고무신 위로
가을 햇볕 담뿍 스며들었으면 좋을 것이다.
"그래~~?, 그랬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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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뭐 하던 여자야?”
“아마, 글 쓰는 여자였다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