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 해 달력 속에서 흔치 않은 연휴 기간이었기에
차는 제 주 행로인 도로에서 달리지 못하고 기어서 다녀야 했다.
하늘은 맑고 화창했다.
진이 소 운동회, 남편의 출근 때문에 늦어진 5월 1일 오후 4시 이후의 출발은
참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왔으니
그것은 바로 밤 11시에 숙소에 도착했기에 그 날 하루를 공쳤다는 사실이다.

(정든 민박)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변을 돌았다.
돌담이 아름다운 동네라더니 특히나 이 곳은 돌담에 맞춘 듯 아기자기한 정원이 예쁘다.
이 곳은 대부분 아는 사람만 온다.
인터넷에서 부안에 있는 민박을 치면 이 곳에 대한 정보 뿐이다.
그것도 전문 여행작가들의 얘기가 아니고 일반 여행객들의 호평이다.
그렇기에 휴일에 이 곳을 이용하려면 미리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참고로 나는 혹시나 놓칠새라 20일 전쯤 예약을 해 놓았다.
그래서 이사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무리를 해서 올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ㅠㅠ

피곤한 아침은 대충 이렇게......
된장찌개 끓이고 가져간 밑반찬과 내가 키운 상추등 야채로 얼렁뚱땅.

빨리 서둘러야 했다.
하루는 공쳤고 2일날 오후부터 비가 와 3일까지 이어진댔다.
발걸음은 영상테마파크 로 향했다.
영화 왕의 남자 촬영장으로 쓰였던 경복궁이 진짜가 아니었다.
서울에 있어야 할 경복궁 정전이 이 곳에 있었으니 말이다.

말 타는 체험장이 있다.
매우 짧은 구간을 한 바퀴 돌면 2,000원 두바퀴 돌면 3,000원이라 해서 두 바퀴 돌렸다.
아이는 몹시 즐거워했다.

부안의 대표적 명소 채석강 이다.
예전에 변산해수욕장에 해수욕하러 오면서 이모께서 이 옆에 채석강이 참 좋다, 소리 하셨던 것이 떠오른다.
책을 쌓아놓은 듯 절묘하게 깎인 퇴적바위가 절경이긴 한데
이를 올려다보게 길이 난 격포항 옆 길은 모두 공사 중이다.
대한민국 어딜 가도 공사판이다. 온 몸을 수리하느라 몸살을 앓는다.

드디어 갯벌체험.
하늘이 꾸물꾸물한 것이 당장에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여 바지락을 캐는 손이 바쁘다.
그런데 사진은 좀 한가해 보이는군.^^

이 곳은 두포 갯벌체험장 이다.
어민들이 조개씨를 뿌려 자라게 하는 양식장이라 파기만 하면 나온다.
그러다보니 신비함은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신이 난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바지락보다 두 배, 세 배 큰 바지락들이 쏟아져 나온다.
바다에 보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의외로 석굴이 많다.
남편은 이를 일일이 까서 내 입에 넣어주었는데
원래 굴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 곳의 굴, 아니 직접 까서 바로 먹는 굴의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고 부드러웠다.
즉, 시중에 파는 굴 맛은 진짜 굴맛이 아니라는 소리다.

tip 하나.
부안에서 유명한 갯벌체험장은 모항, 하섬, 두포 이렇게 세 곳 정도라 할 수 있다.
그 중 모항 갯벌 체험장은 주변이 정비되어서 슈퍼, 샤워장까지 갖추어져 있지만
값이 비싸다. 성인 8,000원 어린이 5,000원.
그에 비해 두포 갯벌 체험장은 슈퍼나 샤워장은 커녕 발 씻을 곳도 없다.
화장실은 남녀 공용 이동 화장실 딱 하나.
그 비위생적인 모양새라니 난 거의 눈과 코를 막고 볼 일을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를 떨어야 했다.
하지만 가격은 전자에 비해 몹시 저렴하다.
성인, 어린이 모두 1인당 3,000원씩.
그리고 두 곳 모두 1인당 1킬로씩만 캐 가도록 무게를 다는데
우리는 4킬로도 넘게 캤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 덜지 않고 모두 가져가도록 허용해주시는 통에
다음날 아침 밥 반 바지락 반의 세상에 둘도 없는 바지락 죽을 해 먹을 수 있었다.

비가 오기 시작하여 갯벌은 철수.
전라 좌수영 이순신 장군 촬영지 로 향했다.
완도에서 장보고 촬영지에서와 비슷한 구조로 바다를 낀 언덕을 깎아 만든 구조였는데
촬영장의 건축물들보다 바다에 서 있는 바위들이 더 아름다웠다.

와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기 파티.
비 때문에 이르게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바로 정든 민박 할아버님께 말씀 드렸다.
그랬더니 바로 장작을 가져다가 불을 피워주셨고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정든주(이 곳에 오는 모든 이들에게 돌리는 정든 민박 할아버님의 유명한 매실주) 한 병을 들고 오셔서
함께 술과 대화를 나누셨다.

옆 팀은 포스코의 동료8분 가족들이란다.
음식도 나눠 먹고 술도 나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저 부어터진 여인은 지난 밤 정든 민박 손님들 중 술을 가장 먼저 시작해 가장 늦게 끝낸 장본인이다)
내소사 는 633년 백제 무왕 34년에 혜구두타가 창건한 절이다.
색 깎인 나무 색이 고스란한 대웅보존의 고색창연함이 인상적이었다.

tip
정든 민박은 내소사 바로 앞에 있는 민박이다.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 매표소 직원이 나오기 전에
공짜로 내소사로 향하는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내소사를 한가롭게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숙취 때문에 일어나지도 못했고
그 동안 남편은 숙취해소에 좋다는 바지락 죽을 만들기 위해 4킬로에 달하는 바지락을 삶고 까고 끓여서
바지락죽을 만드느라 바빴다.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 북쪽에는 8ha에 달하는 드넓은 곰소염전 이 있다.
소금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지난 밤 비가 오지 않았으면 소금 만드는 것을 직접 볼수도, 체험할 수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자연 생태 공원이자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
차 안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놔두고 부부가 한가롭게 산책하기에 딱이었다.

자연생태 공원 마지막 코스는 아름다운 전원 주택이다.
셋째날은 곰소 염전을 찾느라 곰소항에서 엄청 헤매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다.
곰소 염전은 절대 곰소항에서 찾아서는 안 된다.
절대 걸어서 갈 거리가 아니다.
개암사를 들러서 오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부안에서 유명한 것이 뽕이니 뽕으로 된 냉면을 한 번 먹고 가자 하여 온 부안을 뒤지는데만도 한참 걸렸고
(의외로 찾기가 힘들었다)
점심을 그렇게 힘들게 먹고 나니 4시가 넘어 버렸다.
오는 길은 지옥이었다.
뿌연 안개가 서해안 고속도로를 가득채웠고 시끄럽게 울리는 경고 사이렌 소리때문에
기분이 울렁댈 정도였다.

(이 곳은 정든 민박에 딱 하나뿐인 황토방 아궁이다. 이 곳은 정말 아는 사람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예약을 할 때 말을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얻은 것이 많았다.
더 두터워진 가족애, 삶에 대한 애착,
즐거운 생각이 그것이었다.
부안은 전체적으로 음전한 여인같은 느낌이었다.
산만하지 않고 부드러웠고 상쾌했다.
특히 정든 민박 할아버지와 밤새 나눈 술자리며, 잘 갔냐며 전화까지 해주신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다.
(2001. 5. 1~ 5. 3)
첫댓글 ^^ 부러워요, 부러바... 문득 내소사가 가고 잡은 마음은.... 이크!
아니,댓글을 바꿔 버리면 어쩝니까? 댓글의 댓글도 바꿔야 하잖아요. 내소사보다 민박이 더 좋았습니다. 꼭 한 번 예약하고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