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억새)
약재에 대하여
갈대는 늪, 강기슭, 습지, 바닷가 기슭에서 떼지어 자라는 여러 해 살이 풀이다. 2~4m쯤 자라고 줄기의 속은 비어 있으며 잎은 30~50cm 정도된다. 꽃에 명주실 같은 털이 많이 덮여 있어 바람에 날아갈 때 장관을 이룬다. 줄여서 갈이라고도 하며, 갈대가 처음 나올 때를 "가"라고 하고, 좀 커지면 "노(蘆)"라고 하며 완전히 자란 것을 "위(葦)"라고 한다. 매우 귀하게 쓰이는 약초이지만 너무 흔하므로 그 중요성을 잊기 쉽다.
꽃은 8~9월에 피고, 수많은 작은꽃이삭이 줄기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처음에는 자주색이나 담백색으로 변한다. 포영(苞穎)은 호영(護穎)보다 짧고 3맥이 있으며, 첫째 작은꽃은 수꽃이다. 양성소화(兩性小花)의 호영은 안쪽으로 말려서 끝이 까락처럼 되고, 수술은 3개이며 꽃밥은 2mm 정도이다. 열매는 영과(穎果)이고 종자에 갓털이 있어 바람에 쉽게 날려 멀리 퍼지며, 번식은 종자와 땅속줄기로 잘 된다.
갈대 뿌리는 예부터 한방이나 민간에서 약으로 귀중하게 썼다. 갈대 뿌리에는 당분, 고무질, 단백질, 무기염류 등이 들어 있으며 이뇨, 지혈, 발한, 소염, 지갈, 해독, 진토 등의 다양한 약리 효과가 있다. 갈대 뿌리는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폐경, 위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진액을 늘리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숙취를 없애며 간을 보호한다.
뿌리줄기의 마디에서 많은 황색의 수염뿌리가 난다. 줄기는 마디가 있고 속이 비었으며, 높이는 3m 정도이다. 잎은 가늘고 긴 바소꼴이며 끝이 뾰족하다. 잎집은 줄기를 둘러싸고 털이 있다.
갈대의 땅속 어린 줄기를 노순(蘆荀), 또는 위아(葦芽)라 하여 죽순처럼 요리를 해서 먹는데 연하고 맛이 달다. 날 것으로 먹기도 하는데 약간 싸아한 맛이 난다. 옛날 중국에서는 갈대의 어린 싹을 매우 귀한 요리 재료로 여겼으며 지금도 동남아시아 지방에는 갈대 순으로 만든 요리가 있다. 이삭은 빗자루를 만들었고 이삭의 털은 솜대용으로 사용하였다. 성숙한 줄기는 갈대발·갈삿갓·삿자리 등을 엮는 데 쓰이고, 또 펄프 원료로 이용한다. 한방에서는 봄에서 가을 사이에 채취하여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 것을 약재로 사용하며, 부위에 따라 뿌리줄기를 노근(蘆根), 줄기를 노경(蘆莖), 잎을 노엽(蘆葉), 꽃을 노화(蘆花)라 하여 진토(鎭吐)·소염(消炎)·이뇨·해열·해독에 사용한다.
효능과 처방
o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 고기를 먹고 체하거나 중독되었을 때 효과가 탁월하다. 갈대 뿌리 말린 것 30~60g을 진하게 달여서 복용하면 대개 즉시 풀린다.
o 방사능 중독과 그로 인한 백혈구 감소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방사능에 중독되었을 때 갈대 뿌리를 달여 마시면 백혈구 수가 늘어나고 인체의 면역력이 강화되며 조혈기능이 높아져서 차츰 몸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o 해독작용이 강하여 농약 중독이나 식중독, 알코올 중독 또는 중금속 중독에 갈대 뿌리를 달여 먹으면 풀린다. 특히 알코올 중독에는 갈대 뿌리를 차로 달여 늘 마시면 신통한 효과가 있다. 숙취를 없애려면 음주 전후에 갈대 뿌리차 한잔을 마시면 된다.
o 당뇨병, 황달, 각종 암, 구토, 만성복막염, 폐의 열로 인한 해수, 부종, 관절염, 방광염, 소변불통 등의 치료에 흔히 사용된다. 갈대의 땅속 줄기를 캐서 물에 잘 씻은 다음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잘게 썰어서 쓴다. 가능하면 깊은 산속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가에서 자란 것을 쓰는 것이 좋다.
※ 문학속의 갈대
한국 고전문학에서는 갈꽃을 한가롭고 평화스런 정경을 읊는 시재(詩材)로 다루었다. 또 《삼국사기》에 보장왕을 폐위하는 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그 표지로 갈대잎을 모자에 꽂았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일본의 신화에 국토를 풍위원(豊葦原)이라 한 것은 전국에 갈대가 무성하였던 데 연유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님프인 시링크스(Syrinx)가 목신(牧神)인 판(Pan)에 쫓기다가 갈대로 변신하였는데, 판이 이 갈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그녀를 그리워하며 불었던 데서 갈대를 음악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Ovidius)의 《변신 이야기》에 당나귀귀를 가진 미다스왕(Midas)의 비밀을 안 이발사가 구덩이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 속삭이고는 흙을 덮고 후련해 하였는데, 구덩이 위의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면서 이 비밀을 누설하였다는 설화가 있다. 이런 설화에서 연유해 갈대는 밀고와 무분별의 비유에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 억새와 갈대의 구분
o 억새와 갈대는 자생지역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쉽다. 억새는 산이나 뭍에서 자란다. 산에 있는 것은 무조건 억새이다. 갈대는 산에서 자라지 못한다. 갈대는 습지나 물가에서 자란다.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있으나 산에 자라는 갈대는 없다.
o 억새는 은빛이나 흰색을 띤다. 가끔 얼룩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억새는 억새아재비, 털개억새, 개억새, 가는잎 억새, 얼룩억새 등 종류에 따라 색깔이 다소 다를 수 있다. 갈대는 고동색이나 갈색을 띠고 있다.
o 억새는 대부분 키가 1m 20cm 내외로 이보다 작지만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사람의 키만한 억새도 있다. 갈대는 키가 2m이상 큰다.
※ 문예한마당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
소양 김길자
살가운 바람 불러
너만의 삶 살라며
잠자는 풀숲 흔들어 깨워놓고
은빛 흰 머리카락으로
천의 물결 일으키며
몸뚱이 부서지는 몸살 한다
쉼도 얻지 못한 지친 영혼
바람 부는 대로 휘둘리다
바람에 이는 너의 숨결
하늘에 외로움 숨기고
물끄러미 서 있는 너를 보면
울컥 가슴에 눈물바람 인다
겨울 강에서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