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시간까지, 트로트 가수들이 편 갈라 노래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매일 나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재탕 삼탕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인 진행이 식상해, 그 시간이면 다른 짓을 하는 편이지요.
그런데 귀가 시간이 늦었기도 해서, 아내 곁에 앉아, 삶은 계란에 맥주 한 잔 기울이며 함께 노래를 들었습니다.
역시 경연 프로그램 출신의 젊거나 어린 가수들의 노래 실력은 감탄할 만해서 ‘옛날 가수들은 이제 어이 살꼬’하고 걱정하는데 한 고참 가수가 나와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노래를 듣다가 코가 시큰해지며 벌렁거리더니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막으로 보이는 노래 가사가 어찌 그리 와닿던지....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뜬금없이 뜨는 자막이 시청을 방해한다고 탓했었는데 이제는 이것이 이렇게 영향을 줄지 몰랐던 것이지요.
하긴 요즘 들어 노인성 난청 때문인지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은 아닌데 머리에 남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것 같아 식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가끔 어머니가 하시던 것처럼 “뭐라고 하는 거냐?”고 되묻기 일쑤입니다.
때마침 아들 녀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데리고 있는 팀원의 아버지가 보건소에서 치매 검사를 받았는데 점수가 낮아 정밀 검사를 받게 되었다면서 검사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를 통해 경험 한 바 있지만, TV 프로그램이나 주변의 이야기에서와 같이, 나 자신이나 아내가 그렇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지요.
더구나 태진아 가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치매인 것을 알게 됐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도, 아내도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그래서 아내가 65세가 되었을 때 나도 했었으니 '자네도 받아보시게' 하고 권했지만, 모든 면에서 나보다 월등한 예순일곱 살 아내는 노인스럽게 그걸 왜 받냐고 핀잔하곤 했지요.
결국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노래를 눈물 훔치며 듣던 우리는, 아들의 말대로 내일 아침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자고 다짐하였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대로 둘이서 손잡고 보건소에 걸어가 검사를 받았고, 나는 65세 때와 다름없는 결과를, 아내 또한 스스로 만점 평가를 받았다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치매안심센터>의 그 정도 검사로 정말 안심해도 될까요?
치매(癡呆): 어리석을 ‘癡’ 어리석을 ‘呆’. 글자 생김새도 참.....
영어로는 노인성 알츠하이머(Alzheim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