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가 성의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모습을 감추는 것이 보였습니다.
안톤은 갑자기 성이 뜰에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안톤은 앞쪽에 있는 입구로 서두러 갔습니다.
문이 가볍게 닫혀 잇어서 살짝 밀자, 끼익하고 큰 소리로 냈습니다.
가슴을 두근거리며 안으로 들어가 안톤은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안나!"
어둠을 향해 안나를 불러 봅니다.
"안나, 여기 있니?"
다시 한 번 불러 봅니다. 목소리가 몹시 떨리고 있습니다.
천장이 놓은 입구 홀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이상하리만큼 서먹서먹하게 들립니다.
안톤은 바지 주머니 속의 손전등을 손을 대 보았습니다.
눈 딱 감고 이것을 한 번 켜 볼까?
한참을 망설이다 안톤은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많은 것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2층
까지 이어져 있엇던 부서진 나무 계단, 안으로 통하는 3개의 기울어진 문
그리고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지하실 통로.
안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하실에라도 간 것일까?
문득 안톤은 무서워졌습니다. 드디어 손전등을 꺼내들었습니다.
스위치를 올려 제일 위에 층계를 비추었습니다. 그러나 두텁게 쌓인 돌과
기와 조각, 자갈, 나무 토막들 속에 안나의 발자국이 남아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아빠와 함께 이곳에 왔을 때, 발결했던 끈 듯한 폭넓은 발자국만이
여전히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흡혈귀 관의......
안톤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3일 전처럼 이 자국을 따라가 볼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미끈미끈한 돌 층계를 내려와 좁고 음산한 지하 통로를 지나 벽 속의
갈라진 곳까지 가는 것은 저말 싫었습니다. 그곳의 돌을 치우면 갈라진
틈을 지나 비밀 통로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비밀 통로는 벌레먹은
구멍투성이의 문 앞에서 끝나고 그 문 너머로 흡혈귀들은 관을 감추어 두었지......
만약 한 번 더 그 그곳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누군가와 함께!
"안나?"
안톤은 떨리는 목소리로 안나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킥킥 거리는 밝은 웃음소리가 돌아왔습니다.
3개의 문 중 왼쪽 것이 확 열렸습니다. 새하얀 모습이 안톤의 눈에 들어 왔습니다.
안톤은 소리를 지르며 떨리는 손으로 손전등 불빛을 그 힌 모습 쪽으로 향했습니다.
"으안, 눈부시잖아!"
하고 그 흰 모습을 한 사람이 소리쳤습니다.
아니, 이건 도깨비가 아니었잖아!
"위협하지 마."
하고 안톤은 말했습니다.
"위협이라니?"
흥분한 듯한 안나의 목소리.
안톤은 기침을 했습니다.
"나는 넌 줄 몰랐어."
"난 줄 몰랐따구? 올가라면 좋겠다고 생각했겠지."
안나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올가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니?"
이번에는 안톤의 기분이 상했습니다.
"나는 루디거가 아니야."
안톤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안나가 킥킥거리며 웃었습니다. 이제다시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나 말이야, 마음에 들어?"
하고 안나가 물었습니다.
"으, 으응."
안톤은 당황했습니다.
"내 드레스를 말하는 거야! 나한테 어울려?"
"네 드레스?"
안톤은 드레스를 자세히 쳐다보았습니다. 드레서는 유행에 뒤떨어진
하얀 레이스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틀림없이 아주 우아했을 것입니다.
좀벌레가 구멍투성이로 만들어 버리기 전까지는.
그러나 안톤이 당황했던 것은 수많은 벌레먹은 구멍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드레스가 안나에게는 너무 길었습니다.
옷자락이 바닥에 질질 끌리는 레이스 테두리 장식이 달린 소매는
안나의 손가락 끝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게다가 너무 헐렁헐렁했습니다.
안나는 넓은 벨트를 두 번이나 허리에 감고 드레스를 몸에 꼭 맞게
하려고 햇으나 그 모습이 한층 더 우스꽝 스러웠습니다.
드레스는 안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낡은 드레스를 입은 안나는 정말 보기 싫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차마 안나아게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안톤은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돌렸습니다.
"좋은 것이란 게 이 드레스니?"
"으응, 저...... 이건 그 한쪽이야."
"그 한쪽?"
"그래! 둘이 함께 입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해서 비로소 좋은 것이 완성되는 거야."
또 한쪽이라는 것은 모자일까? 드레스와 마찬가지로 볼품없는 모자일까?
그렇지 않으면 벌레먹은 구멍투성이의 낡은 코트일까?
안나가 안톤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킥킥 웃었습니다.
"같이 가자, 안톤! 그러면 다른 한쪽도 볼수 있어."
안나가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건 어디 있니?"
"나만 따라오면 돼!"
안나가 휙 뒤로 돌았습니다. 옷자락을 질질 끌며, 방금 지나온 문을 안나가 다시 열었습니다
안톤은 안나가 어디로 데리고 갈 생각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잠시나마 안톤과의 사이에 비밀이 있다는게 안나의 즐거움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안톤은 복잡한 심정으로 안나의 뒤를 따라 곰팡내 나는 어두컴컴한
복도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손전등을......"
안톤은 유리 조각투성이인 바닥을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손전등을 켜도 되겟니?"
"그래, 우리 친척들은 모두 외출한다고 했어."
안톤 앞에서 드레스 자락을 걷어올려 보이면서 안나가 뽐내는 투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안나가 킥킥 웃었습니다.
"손전등이 없으면 네가 이 드레스를 잘 볼 수 없잖아. 그럼 유감이야."
유감? 이건 천만 다행인데! 만약 안나가 항상 이렇게 뽐내고
하느작거리면서 걷는다면 이제 다시는 안나와 만나지 않겠어!
"게다가 멋진 네 물건도 볼 수 없어."
하고 한나가 덧붙였습니다.
"멋진 내 물건?"
안톤은 당황했습니다.
그렇다면 또 한쪽이라는 것은 안나의 모자나 코트가 아니라 틀림없이 내것이다......
"뭔지 조금만 힌트(암시)를 줘, 안나!
안톤은 걱정이 되어 말했습니다.
"힌트? 그럼...... 이 드레스를 잠깐 살펴 봐......"
"자세히 보고 있어!"
"이것이 특별 드레스라는 걸 모르겠니?"
아아, 특별히 싫은 드레스라고 안톤은 생각했지만 그 말은 차마 못 하고 잠자코 있었습니다.
"특별?"
이라고 말하기만 했습니다.
"물론이야! 하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안나가 말했습니다.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질 못하겠어."
안톤은 투덜대며 말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이렇게 말하고 안나가 우습다는 듯이 킥킥 웃었습니다.
안톤은 화가 나서 입을 꽉 다물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져 있는 거처럼
보이는 복도를 따라 말없이 안나 뒤를 따라갔습니다.
낡은 성의 이 부분은 놀랄 만큼 여전히 잘 보존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벽의 누런 벽지까지 남아 있습니다.
드디어 나무 층계의 도착했습니다. 나무 층계는 썩어서 거의 무너져 내릴 것 같았습니다.
무시히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두 사람은 천장이 돔(반구형으로 된 지붕이나 천장) 형태인 방에
있는 것입니다. 창문에 꼭 맞는 쇠격자는 녹슬어 망가져 있었습니다.
"이건 틀림없는 지하 복도야!"
안톤이 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야, 부엌이야."
안나가 말했습니다.
"여기가 부엌?"
"이었어."
하고 안나가 아논의 말을 받아 분명하게 알려 주었습니다.
"하지만 좀더 앞으로 가야 해."
두 사람은 넓은 방을 가로질러 이음매가 거의 어긋나 있는 키가 작은
문을 열었습니다.
이 복도도 끝없이 이어져 있는 거처럼 보였습니다.
마침내 안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나는 목적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안나가 널빤지로 만든 문 앞에 멈춰섰습니다.
"이 문 너머에 또 나머지 좋은 것이 있어."
하고 안나가 말했습니다.
"이 문 너머에?"
"응! 열어 보고 싶지 않니?"
"내가?"
아, 나는 좋은 것이 무엇이든 간에 전혀 보고 싶지 않은데......
"어서 문을 열어!"
안나가 재촉했습니다.
안톤은 멈칫멈칫 널빤지 문을 밀었습니다. 그러자 문은 삐걱거리지도
않고 조용히 안쪽으로 쑥 열렸습니다.
이상한 냄새가 안톤의 코를 확 찔렀습니다. 곰팡이 냄새가 아닌 향수
냄새입니다. 할머니의 커다란 옷장 속의 그 냄새 입니다.
안톤은 어두컴컴한 작은 방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역시 오른쪽 구석에 검은 옷장과 그 옆에 크고 검은 옷상자가 보였습니다.
손전등 불비을 그쪽으로 비추면서 안톤은 안나에게 살짝 몸이 밀려 방
안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안나가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 옷장...... 저 안에 좋은 것이 들어 있니?"
안톤은 불안해져서 물었습니다.
"아마...... 그런데 왜 직접 보지 않니?"
아논은 주저하면서 옷장으로 다가갔습니다.
옛날에는 예쁜 옷장이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나무 테두리에 커다란 타원형 거울이 끼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거울은 이미 시꺼멓게 변해 있었습니다.
안톤은 녹슨 문의 손자이를 살짝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이것도 쉽게 쓱 열렸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이음매에 기름을 칠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옷장에는 신사복이 단 한 벌 걸려 있을 뿐이었습니다.
제비 꼬리 같은...... 그걸 뭐라고 했더라? '옷자락'이 안톤은 금방
이름이 떠올르지 않았습니다. 그 옷자락에, 약간 더러워진 흰 쪼끼가
달린 연미복이다!
"멋지지? 틀림없이 너한테 어울릴 거야!"
안나의 목시로가 들렸습니다.
"나한테?"
아논은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안나가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되는
두개의 부분'과 무엇인가 선뜻이야기하지 못했던 사정을.
안나의 웨딩 드레서와 이 연비복이 한 쌍으로 되어있었습니다.
이것은 한 쌍의 남녀를 위해 마련되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신부와 신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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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0
8th 꼬마 흡혈귀의 웨딩드레스 [8] -안나의 특별 드레스-
▷ 틱톡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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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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