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특집 김이오
모르는 이야기 외
나는 인사를 잘해. 작별하는 것들에게도. 눈이 아픈 것들에게도. 안과를 찾는데 벤치가 보이더라. 기억나. 까치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야기. 아저씨는 벤치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대. 까치는 아저씨 두 눈을 파먹었고.
물론 둘만이 아는 이야기. 들춰볼수록 비릿해. 두꺼워. 차가워질 수 있어. 벤치는 그렇게 하루를 구겨 넣고.
그때 둘 중 누가 더 배고팠을까.
소 엉덩이에 눈도 그렸대. 사자가 달려들지 않더래. 이건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 나도 눈을 더 그려놓았는걸. 까치밥은 내 이마에 미리 박혀있었던 거야. 하나, 둘…… 눈알을 다 세었니. 이건 까치만 모르는 이야기. 그럴 수도 있는 이야기.
뱅글뱅글 돌게 하거든. 아무에게나 인사하게 하거든. 밤에 들어서 참 다행인 이야기. 벤치는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벤치인걸. 네가 도착하지 않아도 너는 계속 너인걸.
안녕.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어. 한쪽 눈이 잠겨와. 안대를 풀어도 아무도 보이지 않네, 까치는 언제 와줄까. 아직 내 눈은 빨개지지 않았어. 우리도 서로를 보내기만 한 걸까. 누군가 도착하기도 전에 혼자 떠나버리는 회전문처럼.
의심을 오래 넘기다 보면 언젠가 그 페이지를 접게 돼. 네가 다녀간 그곳을 한 번도 출발하지 못했어. 이건 너와 내가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 도시락 위로 소나기가 떨어져 내리면.
나는 다시 인사를 못해.
작별에게도.
아픈 눈에게도.
너는 아직 도착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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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축일
스카프 매듭법도 궁금했습니다
가운데 지점을 묶었고요
리본을 생각했지만
자꾸 한쪽이 기울어져요
오늘 기도도 망했나요 신부님,
십자가를 더 이상 구부리지 않을게요
출입문도 꼭 닫을게요
모르는 일이잖아요
집 나간 염소가 언제 돌아올지요
염소는 포도주를 좋아하죠
성당 안에는 염소 똥들이 뜨끈뜨끈하죠
염소우리에 더 이상 가지 않겠다는
우리들의 신부님
새벽 미사가 끝났는데요
염소가 매애에일 울어요
기도문도 다 외우지 못했으면서
누군가 옆에 서성이는 것 같아
기도는 엷어지고
손깍지는 자꾸 흘러내리고
이건 단순한 염소 이야기도
염소 울음을 흉내 낸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그가 돌아오기 전 무언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이 모든 일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요
갓 없는 전등 밑에서
종일 대청소를 합니다
예비신자석도 오래오래 닦았고요
촛불은 어떤 표정으로도 바뀌지 않네요
아직
부활절은 사흘 더 남았습니다
염소에게 멋진 스카프를 선물해야겠어요
그는 돌아올 수 있을까요
김이오 | 본명 김혜숙. 2023년 《사이펀》 상반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