뻬째르부르그 신경순집사
“순아 이번주 일요일은 김서방 바쁘다냐? 와서 일은 안하더라도 얼굴이라도 비치라 하면 안되겠냐? 너도 교회갔다가 좀 일찍오고... 다 모여서 모판 넣는다 하니.” 라는 엄마 말씀에 며칠 전 ‘신가네 가족 단톡방’에 농사일을 이끌어가는 둘째 남동생이 < 4월23일 모판작업합니다 >란 짧은 공지를 해놓은 터라 미리 맘을 먹고 있었다. 해마다 4월 이맘때가 되면 일 년 벼농사를 위해 모판에 볍씨 넣는 작업을 한다. 구미에 다 살고 있는 신가네5남매는 쌀이며, 고춧가루며, 마늘이며, 김장, 기타 등등 다 친정에서 조달해서 먹기 때문에 둘째가 농사 작업 공지를 단톡방에 올리면 미리 일정조절을 하여 선산촌으로 향한다. 남편은 막내 남동생 차 편에 먼저보내고 나는 1부 예배드리고 초등부 예배 후, 급한 맘에 부랴부랴 촌으로 향한다. 이미 각자 맡은 위치에서 한창 일은 시작되었다. 신가네5남매 부부에다 둘째 동생 동서부부... ,시골마당이 모처럼 어른들로 북적인다. 멋쩍게 “수고들 많으십니다.“하고 큰소리로 인사하고 마당에 들어서면 핀잔보다는 어서오라고들 반겨준다. 과거엔 교회 하루 빠져도 하나님은 다 이해해주니 빠지고 일찍오라고 눈총을 주던 형부도 지금은 교회 예배 드리고 오는걸 당연히 여기고 반겨주신다. 다들 이해해주시니 이 또한 감사하다. 우리 신가네는 불교 집안이고 나만 교회를 다녀서 종교 얘기가 나오면 내 편이 없어 항상 불리한 위치이다 (가족구원을 위한 기도제목). 우선 옷부터 갈아입고 나의 위치로 가서 모판에 흙을 넣는 작업을 한다. 어릴 때 농사일을 참 많이 해서 익숙하긴 한데 가끔씩 거들다 보니 지금은 많이 서툴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엄마 눈에는 어설퍼보였는지 슬그머니 내 옆에 오셔서 도와주신다. 엄마는 올 초 ’무릎 인공 관절수술‘을 하셔서 예전처럼 몸을 부지런하게 움직이지 못하시니 당신 스스로 참 답답해 하신다. 한평생 일만 해 오신 엄마는 건강이 허락하시는 한 일만하시다 돌아가실 걸 생각하니 고단한 삶이 안쓰러워 꽃피는 봄이면 잠깐이지만 꽃구경을 시켜드린다. 예전 같음 일해야한다고 따라나서지 않았지만 요즘은 두말없이 따라나선다. 연세가 드신 까닭이리라. 엄마는 모판에 흙을 넣으시면서 늘 말씀하신다. ”너들도 직장 다니고 둘째,셋째도 쉬는 날 쉬지도 못하고 농사짓는다고 촌에 들락거리고 나도 수술하고 다리가 불편하니 마음대로 농사일도 못거들고 내년에는 농사 짓지말고 다른사람한테 주던지 땅을 팔던지 해야겠다.“ 라고 하신다. 해마다 모판작업을 할 때면 꼭 듣는 얘기다. 한평생 농사일만 해오셨는데 손 놓고 쉬시면 아마 엄마는 우울증 걸리실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엄마 말씀에 그냥 웃음으로 대답한다. 모판작업을 할 때면 연륜으로 한마디 거드시는 엄마와 진두지휘하는 둘째 남동생이랑 오고가는 대화의 목소리가 커서 모르는 사람들은 꼭 싸운다고 생각을 할 정도이다. 불안 불안 하지만 이 모습 또한 정겹다. 흙을 넣은 모판에 물을 뿌리고 쌀 눈이 난 볍씨를 모판기계에 넣고 돌리면 모판 위로 볍씨가 얇게 펴진다. 그 위에 모래를 얇게 덥고 차근 차근 쌓아 ’갑바‘로 동여매고 보온덥개를 씌워 싹이 어느 정도 나면 논에 만들어놓은 비닐 온상 안으로 옮겨 놓는다. 모가 어느정도 자라면 5월중순쯤 물을 댄 논에 기계로 모를 심는다. 어릴 땐 못줄을 잡는 사람이 <자> 하고 못줄을 옮기면 그 못줄에 맞춰 논에 한 줄로 늘어 선 사람들은 한손에 모를 들고 한 손은 모를 조금씩 떼어 허리를 굽혀 간격에 맞게 모를 심었다. 점심 때가 되면 머리위에 또아리를 올려놓고 새참을 이고 한 손에는 막걸리가 든 노란주전자를 들고 들로 심부름를 가곤 했다. 자리를 깔고 둘러 앉아서 다같이 먹는 새참은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 맛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지금은 기계로 모를 심어 편해지긴 했지만 그때 그 시절이 많이 그리운 나이가 되었다. 모판볍씨 넣는 작업을 다 끝내고 언니가 만든 음식으로 기분 좋게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맛있게 점심을 먹는다. 식구들이 많다보니 생각보다 일찍 끝나 많이 힘들지 않아서 좋았다. 해마다 일년 양식을 위한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신가네 모판작업! 몸은 살짝 힘들지만 가족들이 한 마음으로 모이고 각자의 위치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함께 일 할수 있음에 감사하다. 모판도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엄마가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시고 버팀목이 되어주시니 이 일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같다. 작업 중 여기 저기서 불러 뒤치다꺼리로 몸이 바쁜 막내 남동생은 웃으며 ”아~막내 좀 찾지마!“ 라고 하는 투정도 정겹고 좋다. 한평생 농사일만 해오신 울엄마! 연세가 드셔도 자식들 걱정에 잠을 못이루시고 뒤척뒤척 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하나님의 때가 어느 때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늘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엄마 살아 계시는 동안 영적으로 육적으로 건강을 지켜주시고 돌아가시기 전에 꼭 예수님을 영접하시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매일 퇴근하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기 너머로 엄마는 ”그래 이제 퇴근하나, 순아! 오늘은 많이 추우니 보일러 켜고 저녁 먹고 밤에 아무 데도 가지 말고 푹 쉬어라“ 라고... ”어, 엄마!“ ...옆에서 듣던 연세 있는 직원은 반말 비슷하게 ’어 엄마‘라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신다. 이세상에서 예수님 외에 나를 가장 사랑해주시고 걱정해주시며 5남매의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시는 울엄마가 우리들 곁에 살아계셔주셔서 감사하다. [ 내년에도 자식들과 다같이 모판작업해요.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해주셔서 또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옆에 계셔주세요 사랑합니다.~ 울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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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사진 2장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