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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규모, 제대로 보고 제대로 논의해야
청와대|기사입력 2008-01-30 18:35 혁신관리수석실
필요한 곳 늘였으나 역할 다하기엔 여전히 미흡
차기정부 조직개편과 관련 인수위측은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옹호하기 위한 논리로 참여정부의 인력증가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인력 증원의 구체적 내용이나 필요성에 대해 분석하기보다는 증원 그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거나,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 정부가 ‘큰 정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1. 정부인력 어디서 늘었나
참여정부 들어 정부 인력은 늘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5년간 공무원 증원 비율은 연 평균 1.7%로 문민정부(1.0%)나 국민의 정부(-0.7%)보다는 높으나, 6공화국 이전 정부(2.7%∼7.8%)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민생안정, 대민서비스 분야가 대부분
증원 인력의 대부분은 교원, 경찰·교정, 보건환경, 우편사업, 고용안정 등 민생안정과 대민서비스를 위한 분야의 인력이다. 특히 증원 인력의 약 절반은 국·공립학교의 교원이 차지하고 있다. 정부인력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인력증가만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증원으로 인한 효과도 같이 보아야 한다.
예컨대, 교원의 경우 증원을 통해 초·중등 학급당 평균학생수가 2002년 35.2명에서 2006년 32.9명으로 줄어드는 등 교육여건이 대폭 향상됐다. 경찰인력 보강으로 지구대의 절도 검거인원이 2002년 대비 6.5% 늘었고 해상범죄 검거건수는 63.5%나 증가하는 등 치안역량이 강화됐다.
교정인력 보강으로 교도관 1인당 재소자 수가 2002년 5명에서 2006년 3.7명으로 대폭 줄어 재소자 및 교도관의 교정여건이나 인권문제가 크게 개선됐다. 특허심사 인력보강 및 시스템 혁신으로 특허심사 대기시간도 같은 기간 22.6개월에서 9.8개월로 줄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특허심사 처리기간을 달성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국가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력보강으로 행정서비스 질적 향상
즉, 인력보강의 결과가 행정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작은정부론에 집착해 인력증원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아이들을 계속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하게 할 것인가?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 지역에 학교나 경찰서, 우체국을 신설하지 않을 것인가? 급증하는 출입국자나 수입 농산물을 심사·검역 없이 통과시킬 것인가?
2. 정부인력 왜 늘었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저출산·고령화 대비,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큰 정부-작은 정부, 친시장-반시장식의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국민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정부’가 중요하다. 민간과 시장의 역동성이 중시되는 분야는 과감한 규제 완화, 정부 혁신 등을 통해 정부 역할이 줄여드는 분야의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감축하고 민생서비스 분야, 사회안전망 확충과 연구개발 투자 등 꼭 필요한 부문에는 정부 역할을 강화시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참여정부의 철학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안전망, FTA 등 행정수요 지속 증가
참여정부 출범 후 인력이 증원된 이유는 민생 및 사회서비스의 양적·질적 증가와 함께 고령화 대응·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사회현안 대책, FTA와 같은 능동적인 국가발전전략 모색 등으로 새로운 행정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공관 영사인력을 증원해야 했고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수가 많아짐에 따라 출입국 관리 인력을 보강해서 민원 처리시간을 단축해야 했다. 또 신도시 개발로 인한 치안서비스와 쾌적한 교육환경을 위한 인력 증원도 불가피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모 논쟁보다는 행정수요와 역할에 따라 정부조직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무원 숫자가 몇 명이냐, 정부가 무슨 일을 얼마나 하느냐는 식으로 정부규모를 양적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국민 복지를 위해 얼마만한 서비스를 생산해 내느냐가 중요하다.” (이근주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코리아 플러스, ‘07.9.16)
“과거 정부는 조직 감축에 지나치게 집착해 ‘작은 정부’는 구현했지만, 그 결과 ‘힘없는 정부’ 또는 ‘할 일을 못하는 정부’가 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행정수요의 증대 및 다양화로 인해 정부기능이 확대돼야 한다.” (황윤원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코리아 플러스, ‘07.9.16)
3. 인력규모 통계 잘못된 것인가
최근 인수위 박재완 간사는 우리 정부가 공공부문 인력을 산정하는 데 외국과 다른 잣대를 사용해 규모를 축소한 것처럼 지적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공공부문 인력에 대한 정의가 국가별로 다르기 때문에 OECD에서는 국제 비교를 위해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라는 동일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OECD ‘일반정부’ 기준 따라 공무원 비율 산출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 2.8%라는 통계 역시 OECD의 일반정부 기준에 따라 산출한 수치다. 이 기준에 따라 비영리공공기관, 사회보장기금, 직업군인·군무원, 비정규직 등 신분상 국가·지방공무원이 아닌 공공분야 인력까지 모두 포함된 통계이다.
4. 우리정부는 큰 정부인가
‘07년 12월말 현재 행정부 전체 공무원은 총 95만1920명이며, 이중 국가공무원이 60만 4673명, 지방공무원이 34만7247명이다. 국가공무원의 경우 교육(57.3%), 경찰·교정 등 공공안전(21.1%), 우체국 등 현업(5.5%)과 같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전체의 84%인 50만 6807명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을 제외한 중앙부처 및 그 소속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10만명이 안 되는 수준이다.
사회양극화, 저출산·고령화, FTA 등 새로운 행정수요에 대응하고 교육, 치안, 고용지원 등 대민서비스 수준 제고를 위한 불가피한 증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부 규모는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여전히 1/2∼1/3 수준이다. 이들 국가가 우리와 유사한 경제규모였던 때와 비교해도 우리 정부의 규모는 작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최근 프랑스 등 일부 국가가 정부인력을 감축한다는 사실만을 부각해 ‘왜 다른 나라는 감축하는데 우리만 증원하느냐’ 식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구 선진국의 정부인력 규모는 우리와 비교가 안될 만큼 크다.
‘저체중 정부’에 다이어트 강요해서야
경제상황에 따라 지나친 복지지출의 증가는 국가·사회 발전의 탄력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고 실제로 이를 경험한 서구 국가 중에는 일부 복지정책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지나친 체중을 감량하는 ‘다이어트’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아직도 필요한 사회시스템을 보완하며 선진국과는 달리 과소한 사회투자 확충에 중점을 두기 시작하는 ‘체질 보강’ 단계에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웃집과 비교해 자꾸 살을 빼라고 강요하는 것은 제 사정도 헤아리지 못하고 무작정 남을 따라하는 잘못을 범하는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정부인력의 대부분은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기 힘든 저소득층,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경쟁의 승자는 정부의 관여나 간섭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큰 시각에서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고 유지되기 위해선 경쟁의 룰을 유지하고 낙오자를 보살피는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돼야 할 것이다.
정부규모 논쟁 벗어나 ‘능력 있는 정부’ 논의할 때
정부역할에 대한 논의는 과거 19세기 야경국가론에서부터 20세기 행정국가론,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론까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해왔다. 현재의 국가 및 정부관에 대한 논의 추세는 단순히 정부 규모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정부를 잘 운영해서 성과를 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주류가 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적정 규모를 유지하고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의 개선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06년 범정부적 진단 전문기구인 조직진단센터를 만들어 정부규모가 방만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진단과 점검을 수행하고 있으며, 필요성이 줄어든 분야나 비효율적인 분야, 외부에서 수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분야 등에 정부 기능과 인력을 재배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는 국가발전과 국민생활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대해선 최소한의 필요인력을 보강하되, 정부인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엄격한 자기관리 노력을 병행할 것이다. 정부인력에 대한 논의 역시 단순한 규모 논쟁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대비해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로 한 차원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세계에서 몇 번째로 큰 정부인가
청와대|기사입력 2008-01-30 18:36 혁신관리수석실
검증 안 된 논리 의존…국민부담·조직운영 부작용 우려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 정부조직개편안의 기본방향 첫 머리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되어 있다. 아울러 대부처주의 원칙에 따라 기획재정부(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외교통일부(외교통상부+통일부) 등 기구·기능을 통합했다. 세계적인 추세라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큰 정부인가?
그렇다면 현 정부는 큰 정부인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설명했듯이 한국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선진국의 1/2∼1/3 수준에 불과한 작은 정부이다.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 발표문 자료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은 2.8%로 일본 3.5%, 독일 5.5%, 미국 7.0%, 프랑스 7.8%, 영국 7.9% 수준을 밑돈다. GDP 대비 재정지출이나 재정지출 대비 복지지출 규모로 따져도 크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군인 수 제외해도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 격차는 그대로
인수위 박재완 간사는 29일 병사 등을 포함하는 OECD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공무원의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이 2.8%라는 통계는 국가·지방공무원, 비영리기관, 사회보장기금, 직업군인·군무원, 비정규직 등 이미 OECD 기준에 따라 산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군인을 제외한 통계를 뽑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군인을 제외한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의 경우 우리나라는 2.8%에서 2.4%로 떨어지며, 같은 기준에서 일본 3.3%, 독일 5.3%, 미국 6.5%, 프랑스 7.3%, 영국 7.5% 등으로 차이는 여전하다.
이 같은 ‘저체중 정부’, 복지는 이제 초입단계에 들어선 정부에 다이어트를 강요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겠는가. 공무원 수나 재정지출이 줄면 정부의 대국민 복지 서비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도 작은 정부…실정 안 맞는 논리로 서민·중산층만 피해
작은정부론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논리다. 이미 오래전 서구 선진국이 복지분야의 과잉지출로 인해 비대해진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추진한 흐름일 뿐이다. 21세기 초부터는 이들 국가도 국민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력 있는 성과지향의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
반면, 표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복지재정은 아직도 선진국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과잉’을 우려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더욱이 교육, 치안, 고용지원 등 기존 행정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FTA 등에 따른 신규수요도 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늘어난 국가공무원의 84%가 교사, 경찰, 소방관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국민서비스 분야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공무원 수를 줄이고 오히려 국민부담이 늘어난 사례도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2005년 연방공무원 37만명을 줄였으나 이로 인해 늘어난 재정지출을 인력으로 환산한 결과 오히려 57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규모 조정에 면밀한 분석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경우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는 이미 작은 정부다. 더 줄이면 그 피해는 대다수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 시급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이들을 위한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는 일이다.
대부처주의 채택한 나라가 선진국인가?
그렇다면 대부처주의는 검증된 논리이자 추세인가. 대부처주의를 채택한 나라는 선진국이고 소부처주의를 채택한 나라는 후진국인가. 대부처주의가 선진시스템이라는 등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부처주의와 국가경쟁력과는 이론적으로 검증된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다.
대부처주의와 국가경쟁력 아무런 상관관계 없어
대부처주의는 주로 지방분권이 발달한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으나 국가경쟁력이나 정부 운영에 효율적이라는 점은 입증된 바 없다. 독일(14부) 미국(15부) 프랑스(15부)나 영국(18부) 네덜란드(18부) 캐나다(24부) 등에서 보듯 선진국도 대부처주의와 소부처주의가 혼재되어 있다.
대부처주의 채택한 정부는 작은 정부인가? 대부처주의가 작은 정부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처제도를 채택한 나라에서는 대부분 장관 밑에 다수의 담당장관·차관직을 설치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예산관리처(OMB)는 5명, 국방부는 11명, 영국의 환경식품농촌부는 5명의 정무직 장·차관을 두고 있다. 거대부처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넓어진 업무범위’ 강조, 정무직 장·차관 등 보완책은 미비
인수위측은 “넓어진 업무범위 내에서 장관은 변화된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소신껏 일을 추진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정작 대부처제도를 채택한 나라의 이 같은 보완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검증 없이 겉모양만 따온 인수위 대부처주의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