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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1일~10월3일/산사모 6주년 기념산행/제주도 한라산
10월 1일, 기다리던 그 날이 왔다. 바로 산사모 6주년 기념행사 날이다.
몇 개월 전부터 김일수 부대장이 준비를 다 해놓은 덕분에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숙소도 예약이 완료되었고 항공권도 확보되었다. 다만 날씨까지는 어쩌지를 못하는 게 능력 밖의 일이니 할 수 없다. 2박3일의 제주 여행기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첫째 날(10월 1일)
토요일 오전진료를 마치고 집에와서 짐을 꾸린다. 어제 다 해놓았지만 그래도 빠진것 없는지 확인도 하고 비행기에 화물로 부칠것과 기내에 들어갈 것을 나눈다. 해외 여행도 아니지만 항공기를 이용하려면 이렇게 복잡해진다.
오후 5시, 익산에서 기차로 이동하는 김권희 가족을 광주송정역에서 만난다. 공항으로 이동, 주차를 하고 대합실로 들어갔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주팀이 들어온다. 참가 인원은 모두 12명(회원 7/가족 5명이다), 남성6명 여성 6명으로 딱 절반씩이다.(덕분에 숙소 구분이 쉬워졌다) 오후 6시쯤 공항 2층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제주에 가서 먹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밤늦게 도착해서 식당으로 이동하기가 만만치 않으니 이렇게 해결하기로 했다. 돈까스,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다양한 메뉴가 있으니 취향대로 먹을 수 있다. 맛은 별로지만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데 이만하면 땡큐다. 식사를 마치고 났더니 비행기 출발시간이 지연되었다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덕분에 우리는 술 마실 시간을 갖게 되었다. 공항 2층 편의점에서 캔맥주와 소주를 사다가 먹는다. 우리는 이렇게 시작부터 알콜에 젖어들고 있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 40여분 걸려 제주에 도착한다. 올 봄에 회장님 부부와 다녀오고 올해 두 번째의 제주 방문이다. 연휴라 그런지 공항은 많은 인파로 수선스럽다. 우리는 3대의 택시에 나눠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간드럭마을에 있는 간드럭게스트 하우스가 우리 숙소다. 3층에는 거실과 주방, 화장실(남/녀 구분됨) 그리고 4개의 방이 있는데 그 중 6인실 2개를 우리가 사용한다. 그런데 다행히 다른 사람들이 없어서 우리가 3층을 통째로 사용하게 되었다. 방 배정을 받고 우리는 1층 카페(아침식사도 여기서 한다)로 내려가 내가 준비해 온 매실주와 골뱅이,소라무침을 안주삼아 본격적인 술자리를 펼친다.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어서 한라산 소주와 맥주 등이 추가된다.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내일 산행을 위해 서로 자제하자는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우린 모두 취할 만큼 취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제주의 첫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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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아침 일찍 잠이 깬다. 장거리 산행을 해야 하니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산행복장과 배낭을 준비하고 점심에 먹을 국거리를 끓여서 보온병에 나누어 담는다. 컵라면도 나누어 주고 행동식을 각자 챙겨가시도록 준비점검을 한다. 이젠 모두들 산행에 이력이 붙어 알아서들 잘 챙기는 것 같다. 1층 카페에서 아침식사로 빵과 커피를 제공해준다. 나중에 알게된 내용인데, 식빵의 가운데를 파내고 거기에 계란프라이를 즉석에서 해 주는데 이 레시피의 원조는 브라질의 어느 여행객에게 배운거란다. 아무튼 먹을만 했다. 바다는 하나 더 해달라고 해서 먹는다. 최근 부쩍 큰 것 같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니 한창 클 때다.
아침 7시 30분쯤 숙소에서 나와 길하나 건너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탄다. 성판악 가는 시내버스가 10분 간격으로 다닌다. 성판악에 도착, 휴게소에서 김밥과 물을 사서 각자 나눈다. 8시 30분, 성판악에서 등산을 시작한다. 날씨는 별로다. 우비를 입어야 할 날씨다. 나는 그냥 젖기로 하고 배낭커버만 씨운다. 등산객이 많다. 백록담 정상을 볼 수 있는 코스가 이제는 성판악 뿐이다. 그래서 이쪽으로 모두 몰려드는 것 같다. 1시간 좀 넘게 걸으니 속밭대피소가 나온다. 일단 비를 좀 피하면서 간식과 커피를 마신다. 뒤처진 사람들이 모두 도착, 오늘 일정에 대한 걱정들을 나눈다. 일단 체력이 딸리는 분들은 사라오름까지만 다녀오는 것으로 하자고 전달한다. 모두 사라오름 삼거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시 등산을 이어간다. 사라오름 입구에 도착하기 전 몇 백 미터의 경사가 좀 가파르다. 입구에 도착하니 모두 진달래 대피소로 보냈다고 한다. 그럼 우리도 일단 진달래 대피소로 모여보기로 한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비가 약간 그쳐준다. 휴식을 위해 일단 자리를 확보하고 돗자리를 깔아 놓는다. 12시가 채 안되었지만 우선 여기서 식사를 하고 팀을 나누기로 한다. 걱정했던 김경아 원장이 오늘은 아무 증상없이 산행을 잘 해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울 마누라와 심근형수님의 다리 상태가 별로인 듯 하다. 일단 걱정은 뒤로하고 준비한 정상주(발렌타인17년산 ㅎㅎ)와 음식들을 늘어 놓는다. 한라산 팩소주(포켓용)도 3개나 가져왔다. 휴게소에서 산 김밥 맛이 제법 괜찮다. 하기야 허기진 사람들 입맛에 맛없는 게 무어 있으랴? 식사를 마치고 기념사진만 한 장 찍는다. 12시 30분 전에 정상을 가야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관리공단 직원들이 통제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올려보내고 나는 우리 집사람, 심근형수님을 모시고 사라오름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백록담이야 여러 차례 왔으니 오늘은 그간 지나쳤던 사라오름을 보고 가기로 했다. 등반대장으로서 회원들을 챙겨야하는 의무도 있으니 개인적 욕심은 접고 하산길로 향한다. 날씨가 좋지 않으니 백록담 가봐야 뭐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건 사라오름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사라오름 전망대까지 도달하니 엄청난 바람이 비와 함께 뿌려댄다. 이건 뭐, 어서 내려가라고 한라산이 내 등을 떠미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귀한 한약재인 천남성을 발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나마도 다행이다. 또 하나, 다행인 사실은 위로 올려보낸 등반팀이 모두 정상을 넘어 관음사쪽으로 하산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요~ 고생스럽지만 관음사쪽 통제구간이 풀려서 그리 내려 갈 수 있는것도 행운입니다.
우리 사라오름 팀은 4시가 채 안되어 하산을 완료, 휴게소에서 따끈한 어묵으로 속을 달래주었다.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기다리니 금방 버스가 도착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4시 반쯤 되었나보다. 여성분들 먼저 씻으라하고 나는 배낭을 정리한다. 신발도 다 젖어서 계단에 햇빛 잘 드는곳에 널어두었다.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면서 게스트하우스 1층에서 여유를 즐겨본다. 주인이 키우는 개와 친해졌다. 어제 먹다 남은 안주거리를 던져줬더니 환장하고 좋다고 킁킁거린다.
등반팀은 6시 반쯤 숙소에 도착했는가보다. 9명이 3대의 택시를 불러타고 왔단다. 아무튼 긴 거리(약 19km)의 등산을 소화해 내신 그대들의 열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그간 민폐 끼친다고 산행에 많이 못나온 김경아 원장이 오늘의 히로인이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을 전한다. 모두들 땀과 비에 젖은 몸을 시원하게 씻고 우리는 이제 숙소 근처의 "본가"라는 고깃집으로 이동한다. 백종원이 선전을 해 준 집인지 그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제주오겹살이라 했던가 고기맛은 좋았다. 하지만 내가 애초에 가려했던 칠삭갈비가 훨씬 맛이 좋다는 사실은 꼭 알려드린다.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이렇게 맛난 식사를 하면서 서로에게 덕담을 해 준다. 아직은 초등학생인 13세 소녀 바다에게도 오늘의 힘든 산행추억은 오래 간직될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숙소 옆의 편의점 앞마당을 점령했다. 오늘은 심근형님이 내어주신 양주와 쏘맥으로 젖어들기 시작한다. 안주도 이것저것 나오고 술도 맛나게 잘 먹었다. 몸이 고달픈 여성동지들은 잠자리에 일찍 들어간 듯 하다. 우리의 기념산행 이틀째 밤이 이렇게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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