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이오스 (평화통일 칼럼 / 2022.8.30)
근본과 창조적 상상력을 잃어버린 신앙
신현태(시인. 영월 생태수도원장)
“ 그리스도교 신앙의 이단 문제는 교리나 신앙의 교리적인 언표에 역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격적인 데 있는 것이요, 실존적인 실현성의 문제인 것이다. ”
(이신, 1927-1981. ‘슐리얼리즘과 靈의 신학’p. 331)
“ 이단은 진리 되는 분에 따라 진리를 말하고 진리대로 살기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James H. Cone. 1975. ‘눌린 자의 하나님’)
우리 목회자들과 기독교인들은 우리가 성경을 읽고 깨달은 대로 신앙과 교회의 원 형태를 늘 추구하고 있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안타깝고 통탄할 일은 위에 인용한 두 분의 견해에 의하면 이단적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인격적인 존재의 변화, 실존적인 실현성의 문제, 진리대로 말하고, 진리대로 살기를 거부하면서도 자신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를 알지 못한 채 떠내려가는 신앙이라면 끔찍하게 부패된 상태가 틀림이 없다. 냄새나고 추한 현실의 사실적인 몰골을 역사 앞에 냉철하게 성찰하지 못한 채, 그저 단순히 교리적 암송이나 반복하는 앵무새 같은 종교적 행태를 계속해 나간다면 그와 그의 집단은 이단자요, 이단적 집단 최면에 사로잡힌 종교적 공동체일 뿐이다.
감리교 목회자로서 후에는 그리스도교 목회자로서, 토착화 신학자로서, 기독교 환원운동(근본과 성서로 돌아가자는 운동)에 참여하였던 시인이요, 화가요, 교수였던 이신(李信) 박사는 “슐리얼리즘과 영의 신학”(2011년 유고집으로 초판 발행)이라는 저자의 책에서 평화와 통일, 화해와 하나 됨을 떠나서 분열과 분당을 조성하는 것은 성서적으로 이단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신학교와 이화여대에서 윤리학과 조직신학, 히브리어, 헬라어 등을 가르쳤던 그는 성경에 이단(異端)이라는 말이 모두 14회 나오는데, 우리 말 성경에 이단이라고 번역된 곳은 모두 네 군데 뿐이고 그 나머지는 “당파, 파, 당, 편당” 등으로 번역되어 있으므로 성서적으로 이단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고 파당을 조성하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 오늘 한국 교회의 현실과 국가로서의 조국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 매우 어렵습니다.
한편에서는 영(靈)과 이미지네이션의 부패가 엄청나서 현실과 역사가 와해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고와 상상력에 있어서 어떠한 계속적인 창조와 담론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신앙적, 정치적, 사회적, ‘근본주의’의 보수성은 독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인간적 삶의 노예성과 뿌리 뽑힘이 심화될수록 가장 가까운 형제들끼리의 싸움과
갈등은 깊어가지만, 대신에 외국의 힘센 것과 자기 밖의 이념에 대한 의존과 종속성은
깊어만 갑니다.” (이신, 1927-1981. ‘슐리얼리즘과 靈의 신학’ 책을 펴내며)
요한복음 17장에 예수님이 십자가로 향하시기 전에 드리신 대제사장적 기도문에 보면
“우리와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요17;11)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17;21)
라고 기도하고 있다.
하나되게 하소서!
거룩하게 하소서!
사랑하게 하소서!
이 3가지 기도는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의 삶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기독인이 끊임없이 추구하고 살아 내어야 할 신앙과 삶의 3가지 목표로 존재의 의미이기도 하다.
동족상잔의 비극과 이산가족의 아픔 속에 여전히 상호 전쟁 위기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조국의 현실 앞에서 하나됨(평화통일), 거룩함(성숙), 사랑함(존재의 의미)을 잃어버린다면, 이것을 역행하는 종교적 이념적 파당심과 무지의 악 속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는 진실로 괴악한 이단임에 틀림이 없다.
근본과 창조적 상상력을 잃어버린 죽은 신앙은 이상한 괴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가스펠 투데이 지면을 통해서 보수주의와 근본주의의 실체를 분석 연재하면서 지난 역사의 명암을 분명하게 깨우칠 수 있기를 바란다. WCC와 에큐메니칼 운동의 본질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아직도 여전히 낡은 반공 이데오르기와 분파적 신념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이 무지의 대죄를 깨닫고 돌이키는 전환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근본은 성서로 돌아가자는 것이요, 십자가와 자기 부정의 신앙의 정로(正路)를 걷자는 것이요
창조적 상상력은 오늘의 시점에서 하나됨, 거룩함, 사랑함의 삶을 역사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인지를 발상 전환을 통해 생각하고 논의하고 행동에 옮기는 결단을 의미하는 것이다.
역사의 현실이 아무리 암담하고 캄캄해 보여도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하나됨, 온전히 예수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거룩함, 나와 이념과 생각이 달라도 품고 섬기고 존중하는 사랑함은 성경이 말하는 핵심 가치요, 주님이 기도하신 삶의 근본이며 본질이다.
누가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는가?
누가 자기 부정과 십자가의 길을 외면하는가?
누가 원수까지 사랑하는 우주적 마음을 깨트리는가?
그는 괴악한 이단이 아니던가?
나와 너의 가슴속에.. 교회 교회마다 존재의 의미와 본질
그리고 신앙자의 냉철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성경이 말하는 핵심가치인 근본으로 돌아가자!
창조적 발상의 전환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현실과 역사의 문제를 풀어내자!
성령께서 그 일을 가능하도록 우리를 인도하실 것이며,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워내도록 힘주실 것이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이 땅의 역사의 책임있는 행동을 위한 어떤 위선과 거짓의 방해 공작도 거뜬히 뛰어 넘는
담대한 꿈과 확신을 가지자. 우리 세대에 우리가 할 일을 오롯이 감당함으로써 다음 세대에 바톤을 당당하게 넘겨 주자.
[텔레이오스] 샬롬의 나라를 위한 분단께비들의 거듭남 - 가스펠투데이 (gospel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