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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도 투자할 곳이 없다? 최악의 증시 침체로 증권사 직원들조차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한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 사기만 하면 오른다던 부동산이 몇 해 전부터 가계 부채의 원흉으로 전락하면서 ‘하우스푸어’니 ‘렌트푸어’니 하는 신조어를 양산했다.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대책도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전문가들은 투자의 마지막 보루로 ‘땅’을 지목한다. 그래도 믿을 건 ‘땅’뿐이라는 것이다. 땅 투자의 필수요건은 버려야 할 땅과 좋은 땅을 알아보는 안목이다. 은퇴 후 귀농,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땅 보는 안목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남 얘기에 ‘팔랑귀’가 되지 말라”며 “여윳돈으로 길게 보고 투자해야지, 단기간에 큰 수익을 노리고 투기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문가 4인이 들려준 ‘땅테크’ 노하우를 정리했다. |
◆ 이승진_가야컨설팅 대표의 ‘소액으로 첫 단추 꿰기’
“회수 쉬운 단기투자 지역 노려라”
⊙이승진은… 서울대 법학과 졸업. 가야컨설팅 대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토지개발과정 주임교수. 토지투자, 토지공법 실무를 강의하면서 칼럼을 쓰고 있다. ‘땅 보는 눈 높이고 좋은 땅 고르는 요령’ ‘토지개발과 리모델링으로 돈 버는 현장실무’ 등의 저서가 있다.
개인투자자에게 5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오히려 회수 가능한 단기투자 지역을 노린 후 그 돈으로 재투자할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땅은 다른 투자대상에 비해 수요층이 얇아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시기에 매매가 이뤄지기 어려울뿐더러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더욱 팔기 어려운 상품이다. 물건을 내놔도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개인투자자는 팔리기 쉬운 반듯한 소형 물건을 확보하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서울 지역은 3억 원 미만,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는 2억 원 미만,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1억 원 미만의 투자금액을 선호하는데, 토지 투자는 대개 보유 주택을 제외한 여유자금이 투입되는 데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 하므로 그 이상의 금액이 들어가면 부담을 느끼게 된다. 투자하기 좋은 땅의 일반적인 조건은 수도권과 도시지역에서는 개발지, 개발인접지, 도로 개통지, 장기적인 인구 증가지, 도시가 확산 혹은 재생되는 지역, 규제가 해제되는 지역 등이며 지방 비도시지역에서는 명승지 주변이나 산, 바다, 호수, 강, 계곡 등 경치가 좋은 곳이다. 고속철도나 지하철이 신설되는 지역에서는 새로 생기는 역세권, 고속도로가 개통되는 지역에서는 신설되는 인터체인지(IC) 반경 2km 이내 지역이 개발 가능성이 높다. 그린벨트 해제 예상지역도 투자처로 고려해볼 만하다. 땅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한 용도에 있다. 땅값은 용도의 다양성과 활용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특히 개인의 ‘땅테크’는 대체로 단기투자이므로 진입도로가 반드시 확보돼 구입 즉시 개발이나 활용이 가능한 땅이어야 한다. 따라서 개발이 불가능한 땅은 투자가치가 없다. 가령 입지적으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무인도나 지형적으로 고산지역이나 돌이 많고 경사가 가파른 악산(惡山)은 개발이 불가능하다. 군사보호구역, 그린벨트, 상수원보호구역, 자연공원구역, 문화재보호구역, 생태계보전구역, 백두대간보호구역과 같은 개발규제지역도 투자처로는 적당치 않다. 경사도가 최대 25도가 넘는 지역도 산지관리법과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조례를 통해 개발이 전면 금지돼 있으며, 해발 300m 이상의 산 역시 5부 능선 윗지역은 고도제한을 받아 개발이 불가능하다. 고압 송전선이나 공동묘지, 하수처리장, 쓰레기매립장, 대규모 축사, 사격장 등의 기피시설에 인접한 땅도 버려야 할 땅이다. 흔히 초보 투자자는 고속도로변이나 자동차전용도로변을 좋은 땅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런 땅은 진입도로를 새로 연결할 수 없어 도로변이라 해도 좋은 땅이 아니다. 땅의 폭이 좁고 길거나 뾰족한 모양, 산이나 언덕으로 가로막혀 조망이 답답한 땅은 풍수지리를 떠나서라도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땅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토지 구입 전 체크리스트
땅을 구입하는 목적이나 동기는 저마다 다르다. 농사를 짓거나 직접 거주하려고 사는 이도 있고, 건물 등을 지어 되팔거나 장기적으로 묻어두려고 사는 이도 있다. 땅을 사기 전 가장 먼저 고려할 점도 구매 목적이다. 구매 목적에 따라 고려할 점도 다르기 때문이다.
① 투자용 토지는 잘 팔릴 수 있는 땅을 고른다. 투자는 전매차익을 노리는 것이므로 접근성이 좋고 진입도로가 완전하며 모양새가 좋은 땅이어야 한다. 이런 땅을 싸게 사서 적절한 시기에 시세보다 싸게 파는 것이 포인트다.
② 개발용 토지는 원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인허가 여부를 확인한다. 개발이 목적인 토지에 원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물론 개발 후 분양이나 매각이 목적이라면 토지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③ 귀농이나 실거주가 목적이라면 주택을 지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현행법상 그린벨트나 상수원보호구역이 아닌 이상 농사를 짓거나 임업경영을 하는 데는 큰 제한이 없지만 농가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대규모로 가축을 키우려면 축사신축 인허가 제한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눈여겨볼 만한 지역 2017년까지 동계올림픽 개최 지역인 평창과 강릉을 중심으로 원주, 여주, 이천, 양평, 광주 등의 수도권 동부지역에 철도와 고속도로, 체류단지 등의 인프라가 조성돼야 하므로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중앙선 복선전철 원주 연장,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 여주-원주 간 복선전철 연장, 제2영동고속도로 부근 등 교통 루트를 세심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세종시가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인접지인 조치원, 오송, 북대전 등이 세종시를 넘나드는 배후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2외곽순환도로와 제2경부고속도로, 제2서해안고속도로 등 수도권에서 충청남도로 이어지는 제2고속도로 개발계획에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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