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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술(酒) 이야기
마오타이주(茅台酒)/펀지우(汾酒)/우량예(五粮液)/양허따취(洋河大曲)/꽁푸자주(孔府家酒)/지우꾸이주(酒鬼酒)
쉐이찡팡(水井坊)/동지우(董酒)/찌엔난춘(劍南春)/쭈이에칭주(竹葉淸酒)/루저우라오자오(瀘酒老窖)/꾸징꽁주(古井貢酒)/얼궈터우주(二鍋頭酒)
중국은 워낙 역사가 오래다보니 술 문화도 지역마다 독특한 양조방식이 발달하여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중국 10대 명주(名酒)라고 소개된 글들을 보면 제각각 다르고 같은 술이라도 숙성년도에 따라 가격에 큰 차이가 난다.
중국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는 후한(後漢)시대 유비(劉備)가 촉한(蜀漢)의 수도를 세운 고도(古都)로, 중국 제일의 바이주(白酒:곡물로 밑술을 빚거나 발효해 만든 중국 전통 증류주) 생산지로 유명하다.
우리가 흔히 배갈이라고 부르는 술... 쓰촨은 연중 흐리고 습한 날이 많아 효모(酵母)를 증식시키기 쉽고, 물도 깨끗해서 술을 빚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한다.
쓰촨에서 생산되는 술은 우량예(五粮液/오량액), 쉐이찡팡(水井坊/수정방), 찌엔난춘(劍南春/검남춘), 루저우라오자오(瀘酒老窖/노주노교) 등이 있는데 모두 중국의 명주(名酒)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마오타이주(茅台酒/귀주), 우량예(五粮液/쓰촨), 찌엔난춘(劍南春/쓰촨)을 중국 3대 명주로 꼽고 여기에 쉐이찡팡(水井坊/쓰촨)을 더하여 4대 명주로 꼽기도 하는데 이중 세 가지가 쓰촨에서 생산되니 쓰촨성은 과연 명주의 고장이라고 할 만 하다.
중국에는 4천 5백 여 종의 술이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에 따라 꼽는 것이 조금 다르지만 명주(名酒)로 이름 붙여진 술들을 알아보고, 또 명주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사랑을 받아온 서민주(庶民酒)인 꽁푸자주(孔府家酒)와 얼궈터우주(二鍋頭酒)도 포함시켜 이야기해본다.
<1> 마오타이주(茅台酒/모태주)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마오타이주는 구이저우성(貴州省) 마오타이촌(茅台村)의 맑은 물로 빚은 술이다.
7번 증류하고 3년 숙성하여 내 놓는다고 하는 명주로, 모향(茅香/풀 냄새), 혹은 장향(醬香/간장의 향기)이 풍기는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알코올 도수 53도로, 1915년 파나마 만국박람회에서 스카치위스키(영국), 꼬냑(프랑스)과 함께 세계 3대 명주로 꼽히며 금상을 차지하여 명성을 얻었다.
<2> 펀지우(汾酒/분주)
산시성(山西省)에서 생산되는 펀지우는 4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주로 알코올 도수는 61도이다.
원료는 수수이고 완두와 밀로 누룩을 만든다고 한다. 청향형(淸香型) 백주로 맑고 투명하며, 1952년 전국 주류평가대회에서 금장을 딴 것을 시작으로 연속 5회 수상한 명주로 마오타이주, 노주특곡과 함께 5년 연속 금장수상의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3> 우량예(五粮液/오량액)
쓰촨성(四川省)에서 생산되는 우량예는 3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수수, 찹쌀 보리, 옥수수, 쌀의 다섯 가지 곡물(五粮)이 주원료이다. 원래는 여러 가지 곡식을 섞어서 만든다하여 잡량주(雜粮酒)로 불렸으나 5백 년 쯤 전에 다섯 가지 곡식으로 고정되어 이름도 우량예(五粮液)로 바꾸었다고 한다. 1956년 중국 전국곡주 질량 품평회에서 1등상을 수상하였다.
<4> 양허따취(洋河大曲/양하대곡)
장쑤성(江蘇省)에서 생산되는 4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주로, 알코올 도수 48도이다. 수수가 주원료이며, 1979, 84, 89년 중국에서 실시한 시음대회에서 백주 중 중국 최고의 명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5> 지우꾸이주(酒鬼酒,湘西湘泉酒/주귀주,상서상천주)
후난성(湖南省)에서 진시황릉(秦始皇陵)을 발굴하던 중 술과 효모(酵母)를 함께 발견하였는데 기막힌 풍미가 있어서 놀랐고 곧 진시황이 즐기던 술로 알려지게 되었다. 제조법은 후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같은 맛을 내는 오늘날의 주귀주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귀(酒鬼/술 귀신)의 술이라는 것은 술 귀신이 좋아하는 술, 다시 말하면 ‘주신(酒神)의 술’, ‘주정뱅이의 술’, ‘술고래의 술’ 이라고나 할까? 즉, 매니아(Mania)들의 술, 진정한 술맛을 아는 이들의 술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6> 쉐이찡팡(水井坊/수정방)
쓰촨성(四川省)에서 생산되는 6백 년 전통의 수정방은 원나라 이후 명맥이 끊겼다가 1998년 양조장 유적이 발굴되면서 옛 방식 그대로 다시 양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 세계 증류주대회에서 수상했고, 알코올 도수는 38~52도 다양하다고 한다. 색깔은 수정같이 투명하고 그윽하며 강한 향이 일품이고, 맛은 순하고 부드러우며 높은 격조를 품고 있다고 한다.
<7> 동지우(董酒/동주)
구이저우성(貴州省)에서 생산되는 술로 130여 가지의 약초가 들어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명주이다. 명나라 때 불교 사찰 동공사(董公寺)에서 담그기 시작하였다는 이 술은 사찰 주변에 10여 개의 양조장이 있었는데 이 중 정(程)씨 집안의 양조기술이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정씨의 후손 정명곤(程明坤)은 선대의 기술과 장점들을 모으고 현지의 기후와 풍토, 원료 등을 결합하여 품격이 남다른 동공사 교주(董公寺窖酒)를 양조하는데 성공하였다. 동공사 교주는 1920년 초에 명주로 지정되었고, 1940년 초, 첫 글자와 끝 글자를 따서 동주라 명명되었다. 물은 동공사 서쪽 8km의 우물 광천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8> 찌엔난춘(劍南春/검남춘)
쓰촨성(四川省) 면죽시(綿竹市)에서 생산되는 술로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알코올 도수 52도.
면죽시가 검산(劍山)의 남쪽에 위치해 있고 당조(唐朝)시기에 ‘춘(春)’ 자가 명주(名酒)를 뜻했기에 검남춘이라고 명명되었다.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검남춘은 당나라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유일한 명주로,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로 꼽힌다. 검남춘 제조에 사용되는 물은 중국의 명천(名泉)인 옥비천(玉妃泉) 지하수에서 나오는 물을 사용한다. 옥비천의 지하수는 저(低) 나트륨 수질에 규소, 스트론튬 등 인체에 이로운 천연물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9> 쭈이에칭지우(竹葉淸酒/죽엽청주)
산시성(山西省)에서 생산되는 명주로 10여 가지의 약재를 첨가하여 빚는다고 한다. 찹쌀, 누룩, 솔잎, 대나무 잎이 주원료인 죽엽청주는 알코올 도수가 40도로 맛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인데 향을 좋게 하기 위하여 저온에서 6개월 이상 숙성시킨 후 여과하여 시장에 낸다고 한다. 죽엽청주는 술이 순하면서도 마시면 은근하게 취하고 빨리 깨는 것이 여느 민속주와 다른 특징이라고 있다.
<10> 루저우라오자오(瀘酒老窖/노주노교, 일명 瀘酒特曲/노주특곡)
쓰촨성(四川省) 루저우(瀘州)에서 생산되는 노주노교(特曲)는 400년 역사를 자랑하며, 알코올 도수는 45도이다. 노주노교(瀘州特曲)는 중국의 백주 중에서도 발효기간이 긴 것으로 유명한데 발효기간이 길어 색이 투명하며 향이 농후하고 독특하면서도 순수한 것이 특징이다. 수수를 양조한 뒤 오랫동안 숙성시켜 빚는 이 술은 가격이 비싸지 않아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명주로 유명하다.
<11> 꾸징꽁주(古井貢酒/고정공주)
안후이성(安徽省)에서 생산되는 명주로 ‘술의 모란꽃’으로 불린다. 조조(曹操)가 신의(神醫)로 칭송받던 화타(華陀)의 고향 안후이성(安徽省) 고정(古井) 지방의 물로 빚은 술로 한제(漢帝)에게 올려 칭찬을 받았다고 하여 유명해졌다고 하며, 조공(朝貢)으로 올렸다하여 공주(貢酒)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12> 꽁푸자주(孔府家酒/공부가주)
공자의 고향인 곡부(曲阜)에서 생산되는 술로 2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일찍이 명나라 때부터 제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공자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쓰였으나 곡부를 방문하는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늘어나면서 연회용 술로 사용되며 유명해졌다. 1984년 곡부주창(曲阜酒廠)은 공부가(孔府家)의 양조기술을 발굴하여 현대양조 과학기술과 결합, 지금의 술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공부가주는 시장에 나온 후 호평을 받았으며 가격이 저렴하여 외국으로 가장 많이 팔려나가는 백주의 하나로 손꼽힌다.
<13> 얼궈터우지우주(二鍋頭酒/이과두주)
얼궈터우지우(二鍋頭酒)는 수수로 빚은 고량주로 곡물을 발효시킨 증류주로 우리가 중국집에서 즐겨마시던 배갈이다. 이과두주란 이름은 두 번 솥으로 걸렀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보통 증류할 때 세 개의 솥을 쓰는데 이과두주는 그 중 두 번째 솥에 거른 것만을 쓴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뒤끝이 깨끗한 이 술은 중국 서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술로 중국인들은 이 술을 마시면 향수를 느낀다고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서민 술로 알코올 도수는 56도로 상당히 독한 술이다.
<중국 술의 향(香)에 따른 분류>
◎농향형(濃香型/蘆香型) - 노주특곡(蘆酒老窖) 향
- 향이 짙고 향기가 입 안에 감돌아 술 맛이 달고 부드러우며 끝 맛이 오래가는 것이 특징
◎장향형(醬香型/茅香型) - 마오타이주(茅台酒) 향
- 향이 진하고, 뒷맛이 오래 남고, 간장 종류 복합적인 향이 나는 특징
◎청향형(淸香型/汾香型) - 펀지우(汾酒) 향
- 술이 맑고 투명하며, 감미롭고 상쾌하게 어우러지는 특징
◎겸향형(兼香型/複香型) - 혼합된 향
- 술 하나에 청향형, 농향형, 장향형의 여러 가지 향이 나는 특징
◎미향형(米香型/桂香型) - 쌀 맛의 계림삼화주(桂林三花酒) 향
- 향이 진하고, 그윽하고 깨끗하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 한 특징
<묘족(苗族)의 ‘술 노래’> 1100년을 이어온 노래
묘족 다이파(黛帕)라는 소녀는 어느 날 밭에 나가 일하는 가족의 점심을 가지고 가다가 다이추이(黛崔)라는 소년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반하여 오동잎으로 싼 밥을 난초가 피어있는 풀숲에 덮어놓고 소년과 같이 노래를 부르다가 점심 가져가는 것을 깜빡 잊고 말았다.
점심때가 지나도록 점심을 가져오지 않자 화가 난 오빠는 동생을 때려 죽였는데 장사를 지내고 얼마 후 가족들은 밭 근처 난초꽃 사이에서 소녀가 덮어 놓은 밥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그 밥에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나는 술로 변해 있었다.
그런 방법으로 밥을 발효시켜 생겨난 술이 샹취안주(湘泉酒/酒鬼酒)로 소녀를 술 양조법의 시조이자 주신(酒神)으로 주낭낭(酒娘娘)으로 부르며 모신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다이파가 죽어 하늘나라 술의 여신이 되었고, 이 술의 여신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여 남긴 술이 바로 샹취안주라고 하는 내용의 묘족 노래이다.
<술에 얽힌 또 다른 이야기 한 가지>
중국 어느 고을에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애주가가 있었는데 좋은 술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천릿길을 마다않고 가서 꼭 마셔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먼 장삿길을 다녀온 친구가 어느 곳에 가면 기가 막힌 술이 있는데 그 주루(酒樓) 벽에 ‘한 잔을 마시면 천국이요, 두 잔을 마시면 비몽사몽이요, 석 잔을 마시면 반드시 죽으리라’ 라는 족자가 걸려 있는데 아무리 술이 센 사람도 석 잔을 마시지 못한다더라고 하였다.
이 애주가는 죽기 전에 꼭 그 술맛을 보기로 작정을 하고 그 날부터 돈을 모아 기어이 그 주가(酒家)를 찾아 먼 길을 떠났다. 술집에 도착한 그는 우선 술 한 잔을 시켜 맛을 음미하는데 그 향기로움이 골수까지 스며드는 느낌으로 황홀경에 빠졌다. 한 잔을 더 시켜 희희낙낙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데 과연 지금까지 맛본 술중에서 가장 뛰어난 맛이었다. 주인을 불러 다시 한 잔을 더 시키니 주인은 손사래를 저으며 석 잔을 마시면 죽을 것이라며 벽의 족자를 가리킨다.
이 애주가는 주머니를 털어 미리 석 잔 값을 지불하며 자기는 주량이 절대로 석 잔을 먹어도 죽지 않을 것이고, 이런 맛이라면 설령 죽는다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잔 더 줄 것을 간청하였다. 주인은 할 수 없이 한 잔을 더 가져다주었는데 석 잔째를 마시고 덩실덩실 춤을 추던 사내가 갑자기 쓰러지더니 혼절하였다. 사람들이 덤벼들어 백방으로 소생시키려 애를 썼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주인은 연고자를 수소문했지만 도대체 어디서 온 사람인지를 아무도 몰라 할 수 없이 뒤뜰에 묻어주었다.
고향에 있던 아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술을 맛보러 간다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수소문 끝에 일 년이 지난 후에야 그 술집을 찾아갔다. 술집 주인의 안내를 받고 뒤뜰의 아버지 묘 앞에 간 아들은 고향으로 모시고 가겠다고 분향을 한 후 산소를 파헤치고 관 뚜껑을 열었다. 관 뚜껑을 열자 향기로운 술 냄새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며 발그레한 볼의 사내가 아직 취기가 남은 모습으로 ‘아~, 잘 잤다.’ 하며 일어났다고 한다. 사내가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자 그 입에서 향기로운 술 냄새가 뒤뜰 가득 풍겼다고 하는.... <내가 예전에 들은 이야기임/ 그 술 이름을 잊어버렸다. 필경 저 위의 술 중 한 가지일 텐데....>